미국시골은 한국시골보다 더 시골이구나
작년 4월, 남편과 결혼 후 남편의 미국 박사를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처음에는 마냥 신이 났던 것 같다.
내가 미국에 산다고?
나도 외국에서 살아본다고?
학창 시절부터 어릴 때 가십걸과 같은 미국 드라마들을 많이 보면
다들 화려한 파티와 쇼핑의 거리와
서울보다 더 화려할 것 같은 그런 삶들도 생각했다.
그렇게 화려하지 않더라도
뭔가 답답한 서울 생활을 떠난다는 것이 그 자체만으로 좋았던 것 같다.
30대가 접어들고 결혼하고 한국에서의 삶에서 미래를 그릴 때는
언제 집을 살 수 있을까?
나는 서울에 집은 살 수 있을까?
아이는 언제 낳아야 하지?
나이가 들수록 아이 낳기는 힘들겠지?
아이를 낳고 복직은 할 수 있을까?
하는 현실적인 문제들에 직면하며 늘 미래를 꿈꾸고 머리가 아픈 것들 투성이라고 생각했다.
쉽게 말해,
미국에 오면 그러지 않아도 되니까, 아니 잠시 내려놓아도 되니까 좋다고 생각했다
20대부터 치열하게 일도 했고 가서 좀 쉬고 싶다고 생각했다
내가 미국에 들어올 수 있는 비자는 바로 F2 비자
소위 사람들이 말하는 시체 비자다.
나는 그 사실을 몰랐던 것도 아니다.
'에이 거기 시골이라고 해도 골프 하기가 미국이 그렇게 좋다던데?'
'운동도 배우고, 여행도 다니고 하면 되지!'
'가서 뭔가 하면 되겠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작년 8월에 미국에 도착했다.
미국에 도착해서 삶을 보니
모든 건 상상한 그 이상이었다.
여기는 대학교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정말 작은 소도시 아니 미국시골
한국과 다른 시스템이 하나 두 개가 아니었다.
내가 살고 있는 주는 면허도 새로 따야 했으며
차를 운전해서 나가지 않고는 학교 말고는 갈 수 있는 곳이 없었다.
남편은 학교를 가고 나는 집에만 덩그러니 있는 날들뿐이었다.
나는 꼭 일찍 잘 이유도, 일찍 일어나야 할 이 유도 없었다.
나는 꼭 여기 밥, 청소만을 하러 온 사람 같은
그런 할 일 말고는 존재의 이유가 사라진 것 같은 그런 사람이 된 것 같았다.
하루종일 보는 거라고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같은 시간소모적인 일들뿐
생산적인을 찾아보려고 해도 딱히 동기부여가 생기지 않았다.
내가 지금 당장 이걸 한다고 뭔가 할 수 있는 게 있나?
쓸데가 있나? 나 지금이 거 왜 하지?
막연하게 미래를 위해 정해진 시간에 영어공부를 하는 건 쉬운 건 아니었다.
서울에서는 꽤나 치열하게 살고
나름 몸값 좀 올려가며 일했던 것 같은데
사회적으로 인정받아가면서 살았던 것 같은데
그런 삶에 지쳐 미국에서 삶은 잘 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쉼은 길면 1개월 짧으면 일주일이면 충분했다.
사회관계 속 소속감이 없다는 건 꽤 힘든 일이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나는 살기 위해서 우울감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내가 더 긍정적으로 사고하고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