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엔 모두가 공존공영하긴 어렵게 되어 있다. 그 이유가 인간 개개인이 역량과 노력과 동기부여의 정도가 각기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까지 인류의 역사에서 아무리 성군이 나라를 잘 다스리고 주변의 여건이 좋았다고 하여도 모두가 똑같이 잘 사는 시절은 없었을 것이다. 인간의 속성으로 볼 때 다 함께 잘 산다는 것은 다 함께 못 사는 것보다 오히려 어려울 듯싶다.
세상은 대부분 분야별로 경쟁이 펼쳐진다. 그 경쟁구도하에서 상위 10% 이내에 드는 사람은 모름지기 성공한 사람이란 말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30% 이내에 드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나름의 재능 혹은 노력이 없이는 힘이 들지 않을까?
각 분야별 경쟁의 양상을 볼 때 초반부터 꾸준히 잘 나가는 경우가 있고 초반에는 부진하다 중간부터 치고 올라가는 경우, 초반엔 잘 나갔지만 그 뒤로 추락의 길을 가는 경우도 있다. 인생 전체로 볼 때 초반에 좋다 그 뒤에 떨어지는 것보단 초반에 부진했더라도 치고 올라가는 경우가 훨씬 나으리라 생각된다. 인생 초반에 너무 잘 나갈 경우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고 자칫하면 인생이 심하게 꼬일 수도 있다. 나는 주변에 그러한 경우를 간혹 본 적이 있다. 그래서 인생에서 성공을 하려면 처음엔 고생도 좀 해보는 게 결국 약이 되고 그 후에 찾아온 성공을 더 잘 지킬 수 있다고 본다.
인생의 각 분야별로 잘 나가는 경우와 반대의 경우. 즉 인생의 명암을 '빛과 그림자'라고 표현해 본다. 내가 관심 있는 분야가 스포츠이고 그중 특히 야구선수 중에서 이러한 예가 몇 개로 떠오른다.
야구 선수 중 줄곳 무명 선수였다 피나는 노력을 통해 스타플레이어가 된 선수가 있다. 또한 반대로 초반에 엄청난 주목을 받다가 그만큼 꽃을 피우지 못한 경우도 있다. 전자가 김재박과 박철순이고 후자가 황규봉이다.
김재박은 이선희와 함께 경북중에서 야구를 했지만 야구 명문 경북고에 진학하지 못하여 야구부가 신설된 서울 대광고로 갔다가 대학도 신설팀 영남대로 진학하였다. 그 후 배성서 감독의 지도하에 피나는 연습을 했고 파워도 붙으면서 국가대표 유격수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였고 78년도 니카라과에서 개최된 대륙간컵 세계 야구대회에서 MVP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그가 82년 아마추어 마지막 경기였던 세계 야구 선수권대회에서 보여줬던 개구리 번트는 한국야구사에도 길이 남을만한 플레이였다. 그는 프로에 입단해서도 예술과 같던 환상적인 수비실력을 선보이며 잘했지만 전성기가 지나서였는지 어마추어때 만큼 주목을 받진 못하였다.
박철순의 경우도 김용희랑 부산의 동광초등부터 야구를 시작했다. 당시 몸도 크지 않고 공도 빠르지 않았던 평범한 투수였다. 그 후 서울 배명고를 거쳐 어찌 연세대로 갔는데 늘 계속 후보 신세. 그는 야구가 별로니까 전공인 법학 공부를 한번 해볼까도 생각해 봤다는데 더 힘들어서 도피처로 갔던 곳이 군대. 당시 최강 전력의 공군 성무팀에서 인간 박철순은 다시 태어난다. 매일 입에 단내가 나는 스파르타식 훈련. 100미터 달리기를 하루에 수십 회씩. 그의 공을 받아주던 고참 하나가 그의 재능을 알아봤는지 빠따를 더 많이 쳤다고 한다. 그가 이종도. 이종도의 말이 "하면 잘할 것 같은 놈인데 늘 발전 없이 제자리걸음 수준." 그리곤 성무팀에서 박철순 삶의 최고 은인을 만난다. 과거 경북고 전성기 주전투수 남우식. 상병 박철순이 이병 남우식에게 깍듯이 예의를 갖추고 한수 지도를 부탁했는데 그때부터 실력이 일취월장. 그 후 공군팀은 에이스 박철순의 연일 호투에 힘입어 대학과 실업이 함께 겨루는 백호기에서 최동원의 연세대를 꺾고 우승까지 했으며 박철순은 일약 스타가 되었다. 그 후 미국 프로에 진출했고 국내로 돌아와 프로야구 원년 최고의 투수로 OB 베어스를 코리안시리즈에서 우승시켰다.
황규봉의 경우 좋은 신체조건과 타고난 재능으로 경북고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투수였다. 그리곤 고려대에 진학했고 1학년 때 이미 국가대표에 선발된 대단한 선수였다. 하지만 필리핀 마닐라에서 거행된 아시아 야구 선수권 대회에 나갔다가 호텔 숙소에 화재가 발생, 3층에서 뛰어내리다 부상을 당해 몇 년간 야구를 하지 못했고 다시 재기하여 꽤 했지만 그 후 고소공포증이 재발하기도 했다. 잘 나가는 사람도 뜻하지 않은 사고를 당할 경우 이렇게 안타깝게도 인생이 꼬인다는 사실은 우리를 너무나도 슬프게 한다.
위의 김재박, 박철순 두 선수 외에도 자신의 의지와 노력으로 자신의 분야에서 독보적 위치에 오른 경우는 더러 있을 것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이 선수 모두 시작은 무명이었지만 재능 자체가 없었던 건 아니었다는 사실. 그 감춰진 재능을 가지고 죽기 살기로 하려는 의지가 보였기에 누군가가 도와줄 마음이 생겼지 않았을까? 만일 자신의 처지를 계속 비관만 하고 딴짓만 하며 지냈다면 그 후의 영광은 없었을 것이다.
"Heaven helps those who help themselves."
마지막 예를 든 황규봉의 경우엔 안타깝기 그지없다. 특히 그는 인물도 마치 영화배우처럼 잘 생겼던 사람이었다. 인생이란 게 그러한 변수도 있으니 초반 성공만 갖고는 알 수 없는 것이긴 하다.
인생을 길게 보면 초반 중반 후반 모두 최고란 찬사를 들을 수도 있겠지만 초반에 그 정도가 아니라도 숨은 재능을 키운다면 중반이나 후반에라도 빛볼 날이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좀 늦게라도 스스로 재능이 있다고 느끼는 일을 찾게 될 경우라면 한번 올인해 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고목에 꽃 핀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