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할아버지들은 "사내대장부가..."라는 말씀을 즐겨하셨다. 그때는 자식을 한집에 서넛은 낳아 방생하던 때였고 어느 집이나 남아를 선호했다. 모친이 첫아들을 낳고 둘째인 나를 낳을 때엔 딸을 갖고 싶어 했다는데 그때 증조부께서는 외조모께 "사부인! 무슨 말씀이세요. 딸보다 아들을 낳아야 지오."라고 했다고 한다. 아마도 집안을 빛낼 큰 인물이 태어나 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조선시대 때에는 호연지기가 있는 소년이 골목대장이 되어 부하들을 통솔하며 전쟁놀이를 하다 자라나서는 조선을 짓밟던 왜적을 무찌르고 백척간두의 나라를 구한 이순신과 같은 영웅이 나오기도 하였다. 만일 집에서 온순하게 컸다면 중과부적의 왜적에 맞서 "제게도 열두 척의 배가 있사옵니다"라는 결연의 항전 의지를 보이던 담대함이 나왔을까?
요즈음엔 세상이 크게 바뀌었다. 자녀를 낳지 않거나 기껏 하나만 낳아 방안에 가둬놓고 어릴 적부터 숨 쉴 틈도 없이 영어를 비롯 당장 써먹기 좋은 지식을 죄다 가르친다. 그런 실용적인 교육은 인간의 애환이나 고뇌 혹은 불공정, 불평등 등 인생과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통찰을 다루지 않기 때문에 의사, 변호사, 엔지니어나 대학교수 등과 같은 전문가는 양성하여도 당장 돈이 되지 않는 남북 간 통일문제, 사회정의 실현 혹은 과학기술 발전을 통한 인류의 복리증진 등과 같은 문제는 관심 밖이다. 위대한 과학자, 기업가나 국가 지도자는 온실이나 다듬어진 땅이 아닌 황무지에서 나온다.
또한 예부터 큰 인물은 서울과 같은 큰 도시보다 작은 곳에서 나온다고 했다. 국내의 역대 대통령과 삼성, 현대, LG 등 굴지의 기업을 창업한 사람들은 서울에서 크게 성공하며 활동했지만 태어난 곳은 잘 들어보지 못한 시골이다. 서울이란 곳은 온갖 종류의 인간이 모여 눈감으면 코 베어가는 곳이다 보니 늘 손해보지 않고 사는데 익숙한 깍쟁이나 나올 뿐 큰 가슴으로 세상을 포용하며 야성과 인간미를 가진 큰 인물을 배출할만한 곳이 되지 못한다.
현대의 창업자 정주영은 어려서 강원도 통천에서 집을 가출하여 서울로 올라와서 공사장 노무자, 쌀집 점원 등 온갖 막일을 가리지 않고 하면서 몸으로 사업을 배워 결국 세계적인 기업을 창업하였다. 그는 땅 짚고 헤엄치는 달콤한 돈벌이보다 남들이 두려워하는 분야라도 과감히 도전, 성공을 거두며 국가 발전에 크게 기여한 인물이었다.
안정적이고 연봉이 많은 직장에 들어가 안주하기를 희망하는 사람은 큰 뜻을 품고 세계를 상대로 도전하여 성공하는 인물이 되기 어렵다. 정주영과 같이 어려서는 편안한 집의 울타리를 넘어, 성인이 되어서는 대한민국의 국경을 넘어 세계를 상대로 도전하는 불굴의 투지와 담대함을 가진 큰 인물이 나와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 크게 기여하길 손 모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