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잔다. 하지만 낮과 밤이 바뀌는 경우가 있다. 과거엔 '밤손님'이라고 해서 밤에 남들이 잘 때 담을 넘어 작업을 하는 직업도 있었지만 대한민국이 가난을 탈피하며 그런 직업도 사라진 지 오래다. 이들 외에 밤과 관련한 직업군이 있다면 조(직)폭(력)집단들.
코로나 이전에 밤이면 불야성을 이루던 곳이 나이트와 룸살롱. 이들 주변에서 하나씩 둘씩 밥벌이를 했던 곳이 시내의 노점상들. 이들 업소들은 낮의 정부에 납부하는 부가세와 소득세 (노점상 제외) 외에 지하시장의 주체인 밤의 정부에 내는 세금이 있었다. 일제강점기 때부터 서울 명동의 밤의 대통령이 이화룡과 시라소니 등 서북청년단 계통 주먹들이었고 종로는 김두한, 동대문은 이정재였다.
김두한과 더불어 주먹계의 대부중 하나였던 이정재는 '동대문 상인연합회'라는 간판을 걸고 주먹들을 거느리며 그 나와바리의 상인들로부터 일정 금액을 세금으로 뜯어 내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재력도 있었고 조직도 있어 무소불위의 힘을 휘둘렀다. 그 힘으로 먼저 종로에서 국회의원이 된 김두한처럼 경기도 이천에서 국회의원이 되려다가 이기붕 등 정치인들에 의해 꿈이 좌절됐는데 그때 했던 유명한 말이 있다. "주먹은 정치에 붙는 게 아니야." 결국 4.19가 터지며 제1공화국이 무너지고 이정재 일파는 사형, 김두한은 야인으로, 시라소니는 전도사가 되었다.
그러한 낭만파 주먹시대가 있었다. 그때는 주먹으로 싸우던 때였지만 그 후 사시미칼이 등장하며 서울 뒷골목을 호남 출신 주먹들이 호령하였다. 새로 등장한 밤의 대통령이 '양은이파'의 조양은과 '서방파'의 김태촌. 이들은 전국구였는데 부산 일대는 지역구로 '칠성파'와 '20세기파'가 존재했다. 이들에 관한 얘기가 영화 '친구'에 나온다.
몇 년 전 고인이 된 초등학생 시절 같은 반 한 친구는 일찍이 부산 대청동 소재 중탁 (중앙 탁구장)에서 당시 1 학군 소재 각 학교의 밤의 전교회장들과 어울렸는데 당시 유명했던 친구가 영남 일중의 '깽께이' . 그는 화랑초등학교 때부터 건드리는 사람이 없었다. 잘못 건드리면 무슨 보복을 당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당시에 이들 사이에서 복싱을 했던 사람이 아미동 출신 짱구 장정구.
세상에는 이렇듯 낮과 밤이 존재해왔다. 박근혜 시절 정부의 말을 잘 안 듣는다고 사생활을 뒤져 결국 검찰총장직까지 내어놓게 했다. 그 장본인 채동욱은 내연녀가 있었다. 그녀는 임모 여인이었는데 그 지역 보스 누구가 데리고 있던 여자란 말이 있다. 밤에 활동하던 이들은 검사들을 '영감님'이라 부르며 극진히 대접을 한다. 과거와 달리 현재 지역의 보스란 존재는 주먹을 쓰기보단 주먹 잡이들 위에서 돈과 머리로 조직을 운영하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요즈음 새로운 사회문제가 되는 것이 '프로포폴'. 재벌 총수에서부터 대학생들에까지 사회 곳곳에 깊숙이 침투되어 대한민국을 집어삼키려 하고 있다. 술과 낭만이 있었던 그 시절 건달들은 그래도 인간 냄새를 풍기며 주먹을 썼고 양아치들과 달리 선량하고 힘없는 사람들은 건드리지 않는 게 그들 사이엔 불문율이었다고 한다. 그 후 지금은 밤거리에 마약까지 유통되며 종잡을 수가 없다. 혹시 로마처럼 멸망하려는 건 아닌지? 과거의 대제국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건 아니었지만 무너질 땐 순식간이었지 않았을까? 그나마 역사적인 교훈이라도 있으니 일단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