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와 인생

by 최봉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취미가 야구경기를 보는 것이다. 만일 경기장에 직접 가서 볼 경우 경기의 흐름을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 투수는 던지고 타자는 치는데 특정 투수나 타자의 장단점, 각 팀 감독의 스타일이 뭔지를 잘 모르므로 매 순간 경기의 흐름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따라서 전문 해설가의 해설에 의존한다. 해설가마다도 스타일이 약간 다르긴 하다. 프로야구를 도맡아 해설했던 두 해설가가 있었는데 한 사람은 고인이 됐고 그가 간지 시간도 꽤 흘렀다. 그 해설가는 스포츠해설가 치고는 말을 꽤 잘했었다. 감칠맛 나게 감정을 실어서 구수하게 해설을 했다. 또 한 명의 해설가는 말보다는 나름의 식견과 예리한 분석력을 바탕으로 꽤 정확하고 명쾌한 해설을 하였다. 전자가 하일성이었고 후자가 허구연이었다. 고인이 된 하일성은 허구연보다 몇 살 위었는데 허구연에 대해 "구연아 네가 패티김이면 나는 이미자다. 너란 좋은 경쟁자가 있어 내가 더욱 열심히 노력하며 살았다."라는 감사의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나는 중학교 때부터 야구에 관심을 가진 나머지 야구장에 가서 직접 시합을 보기 시작하였는데 아직도 내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는 시합이 더러 있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라고 투수 의존도가 크다. 실제 투수 혼자 시합을 다하는 경우도 있다. 타자가 걸어서든 몸에 맞아서든 1루에 나가기라도 해야 점수가 들어오는데 투수가 완벽한 투구를 할 경우 계속 0의 행진이다. 82년도 서울 세계 야구 선수권대회 결승전 대한민국 : 일본 경기에서 한국은 7회 말까지 3:0으로 일본에 끌려갔는데 당시 일본 투수는 그때까지 퍼펙트게임을 하였다. 전 국민은 tv를 통해 한숨만 쉬며 지켜보았다. 당시 중계를 하던 아나운서는 "저렇게 잘하는 투수가 어떻게 프로로 가지 못했을까요?"라는 말까지 하기도 했다. 그리곤 8회에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났다. 드디어 심재원의 안타가 나오고 김재박의 개구리 번트 후 대타 김정수의 2루타. 그다음 한대화의 스리런 홈런. 드디어 역전. 그때 잠실구장의 분위기와 함성은 평생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점수를 잘 허용하지 않는 막강한 투수가 없이 타격전이 이루어질 경우에는 집중력과 응집력에 의해 승패가 가려진다. 또한 야구란 운동은 개인이 아닌 단체 스포츠로 흐름을 곧잘 타곤 한다. 잘하다 어이없는 에러가 나오며 경기가 꼬이는 경우도 있고 어려운 흐름 속에서 파인플레이가 나오거나 견제로 아웃을 잡아낼 경우 넘어간 경기의 흐름이 다시 살아나기도 한다.


야구는 9회 말 공격까지로 되어 있고 간혹 길게는 15회까지 가지만 어찌 보면 우리 인생의 축소판 같아 보이기도 한다. 고인이 된 하일성 해설위원의 말이 "야구 몰라요, 인생 몰라요."였다. 또한 그는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큰 축복이 내일을 모르는 것이다."라고 말하였다. 팀이 이기고 있다고 인제 끝났다 하고 생각하다가 경기가 뒤집어지는 경우가 있고 또한 지고 있다가도 다시 전세가 바뀔 수 있으므로 끝까지 포기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야구는 9회 말 투아웃부터"라는 말도 있는 것 같다.


우리의 인생은 과연 현재 9회 중 몇 회 정도나 되어 있을까? 수명이 80까지라고 가정할 때 현재 우리는 6회 초를 끝내고 6회 말을 시작하는 시점에 있다. 그리고 앞으로 3~4이닝이 남아 있다. 지금까지 지고 있는지 이기고 있는지 누구도 명확히 말할 순 없다. 하지만 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9회 말까지 역전을 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기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도 아직 경기가 끝난 건 아니니 9회 말 쓰리아웃까지는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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