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가와 월급쟁이

by 최봉기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은 다양하다. 크게 돈과 관련한 일을 하는 것과 돈과 직접 관련 없는 일을 하는 걸로 나눌 수 있을 법 한데 전자가 사업가이고 후자는 교육자나 학자 혹은 사회사업가나 운동선수 등이 해당될 수 있을 것이다. 사업가란 사람은 자신이 특정 기업을 세워 일할 사람을 채용하고 사업실적에 따라 매년 법인세를 내며 사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이다. 사업가는 한 기업의 책임자로서 그 아래에 월급쟁이라는 봉급생활자를 둔다. 현대의 기업은 대부분 주식회사로서 주식을 소유한 주주와 경영자가 있는데 이 둘은 대개 일치하기도 하지만 전문경영인이란 사람은 월급쟁이이다.


우리가 국내에서 친숙한 사업가가 삼성그룹의 창업자 이병철 (1910~1987)과 아들 이건희 회장 및 현대그룹의 창업자 정주영 회장 (1915~ 2001)과 그 가족들이다. 과거 MBC의 '영웅시대 (2004~2005, 70부작)'란 드라마에서 현대와 삼성의 스토리를 보여주었다. 당시 정주영은 극 중 이름이 천태산, 이병철은 국대호였다. 현재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그 두 사업가가 경제발전에 기여한 공은 이루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이들은 가업으로서 모든 걸 걸고 자신의 사업에 올인했다. 현대는 해방 전 구멍가게로 시작하여 해방 후 중소 건설회사로 미군들이 추진한 공사로부터 그 후 경부고속도로 건설까지 도맡으며 국내 굴지의 대기업으로 도약했다. 반면 삼성도 일제 때 '삼성상회'란 이름으로 만주에 건어물을 수출하던 작은 점방이 설탕, 밀가루, 섬유 부문 대기업으로 성장하였고 급기야 반도체 생산 부문에 진출하여 세계적인 기업이 되었다.


이러한 대기업이 나오기까지 밤낮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한 직원들이 있었고 기업의 주요한 의사결정을 해온 사업가가 있었다. '현대'란 회사에 사원으로 입사해 능력을 인정받아 젊은 나이에 현대건설 사장까지 된 이명박은 그 후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었다. 어찌 보면 사장, 대통령 둘 다 아무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구나 우러러보는 자리지만 이 둘은 한정된 기간 동안만 일을 하고 그다음은 할 수가 없다. 하지만 사업가는 평생 그 자리에 있을 수 있다. 그 대신 회사에 대한 무한책임을 가지므로 자신의 모든 것을 걸지 않을 수 없다.


나도 대기업에서 월급쟁이 생활을 다년간 한 경험이 있지만 월급쟁이라는 사람은 사업가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첫째, 월급쟁이는 퇴직 후 스스로 할 일을 따로 찾아야 하지만 사업가는 현재 하는 사업을 계속 영위하면 된다. 둘째, 월급쟁이는 매 분기별로 고과를 받게 되며 그 성적에 따라 성과급이나 진급 여부가 결정되지만 사업가는 고과라는 게 없고 진급이란 것도 의미가 없다. 셋째, 월급쟁이는 언제라도 퇴직 혹은 이직을 할 수 있지만 사업가는 그렇지 못하다. 이런 몇 가지 차이가 있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라면 그래도 회사가 존속하기에 월급쟁이나 사업가나 공히 살 수 있다는 것 아닐까? 회사가 문을 닫게 될 경우 둘 다 생계 자체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


월급쟁이와 사업가는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크다. 월급쟁이는 지 암만 날고뛰는 자라도 보스인 사업가의 보좌역에 불과하다. 사업가와 월급쟁이는 사고의 각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사업가는 현재의 사업이 계속 돈이 될는지, 새로운 사업을 구상해야 할는지 등을 늘 고민한다. 하지만 월급쟁이는 결정된 사안들을 자신이 좋은 고과를 받도록 일을 하면 된다. 회사가 적자가 날 경우 사업가는 고민을 하게 된다. 하지만 월급쟁이는 매달 월급과 때때로 보너스만 받으면 된다.


이렇듯 서로가 차원 자체가 다른 것이 사업가와 월급쟁이다. 흔히 월급쟁이 중에서 "작은 문방구라도 남의 간섭받지 않고 자기 일을 해야지 인간 대우받지.."라고 푸념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은 이미 바깥의 비바람으로부터 보호되는 온실 안에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서 하는 말이다. 사업가는 사업에 어찌 보면 목숨을 걸고 올인하는 사람이고 월급쟁이는 그 사업가의 담벼락 안에서 퇴직 때까지 매일 출퇴근하고 주말에 쉬면서 월급 타서 생활을 하는 사람들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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