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이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혹자는 전부, 혹자는 아주 중요한 것이라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누구도 능력 자체의 중요성을 무시하지는 못할 것 같다. 분야별로 전문화된 세상에서 능력이 없으면 끼니를 해결하는 일조차 힘들 뿐 아니라 결혼을 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대학입시를 통해 일단 명문대의 인기과에 합격하면 인생 절반은 손에 넣은듯한 환상에 사로잡힐지도 모른다.
특히 현대는 봉건사회에서 존재하던 신분제도란 게 없어져 누구나 능력만 있으면 대우를 받기에 능력의 비중이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커진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과거 조선시대 때에도 능력이 없으면 암만 지체 높은 가문의 자제도 한해에 전국에서 서른 명 남짓 뽑는 '대과'에 급제할 수 없었으니 능력은 그 시절에도 큰 의미를 가졌던 걸로 보인다.
하지만 세상은 바뀌어 신분이 능력으로 대체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그러다 보니 능력만 있으면 뭐든 된다는 식의 '능력 제일주의' 풍조가 생기기도 하였다. 한때는 의사나 변호사와 같이 '사짜' 자격증을 가지면 있는 집에서 열쇠를 세 개씩 주고 사위로 데려간다고도 했다. 그럴 경우 결국 가난한 집 출신이 팔자를 바꾸는 듯 보이지만 결국 자신의 존재감은 상실한 채 예속된 삶 속에 갇히는 것이다.
아무튼 '능력 제일주의'세상이 되다 보니 '인격'과 '인간성' 등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인간 본연의 중요한 가치는 논외로 되며 세상이 '유 능력자', 즉 가지거나 혹은 힘 있는 자와 '무능력자' 즉 가진 게 없거나 혹은 힘없는 자로 양분되는 것 같다. 만일 인간이 안 된 자가 돈이나 권력을 가지면 오만방자해져 강자 앞에서는 굽실대고 약자는 짓밟는 속물이 되기도 한다.
능력은 사실 목적하는 걸 성취하기 위한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인 건 아니다. 따라서 능력만 믿고 뛰어들 경우 자신은 말할 것도 없고 사회에도 큰 해악을 미칠 수 있다. 세계적으로 독재정권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이들은 능력에만 올인했던 엘리트들이었다. 나치체제하의 핵심 참모들과 이완용과 같은 매국노들 가운데 무능력자는 하나도 없었다.
지금까지 능력의 빛과 그림자를 조명해 보았다. 흔히들 "능력이 있는데도 성공 못하는 경우는 있지만 능력이 없으면서 성공하는 경우는 없다"라고 한다. 이제는 그 성공이란 의미에 인격이나 인간성까지도 어느 정도 포함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