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세상과 텃세

by 최봉기

인간이 사는 세상에는 먼저 정착해서 자리를 잡은 이들이 사는 동네에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면 새 거주자가 낯선 환경에 적응하도록 도와주기도 하지만 한편 안 보이는 데서는 딴소리를 하며 자신들의 존재가치를 과시하기도 한다. 심지어 새 거주자가 낯선 지역의 특수한 사정을 잘 몰라 본의 아니게 구설수에 오르는 경우에도 도와주기는커녕 부화 내동하는 경우도 있다. 인간 세상에서 이런 식의 위세 부림을 '텃세'라고 한다. 피서철이 되어 바다나 계곡에 갈 때 타지에서 온 사람을 상대로 바가지를 씌우는 것도 하나의 텃세 일지 모른다. 과거에 한국의 복서 한 명이 일본에서 방어전을 가졌는데 그의 말이 다운을 시켜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어 KO를 노렸다고 했다.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귀농을 한 사람들의 경우 시골생활에 적응하는 데 있어 걸림돌이 바로 시골지역 주민들의 텃세이다. 촌사람은 대개 도시인들보다 순박해 귀농자들을 잘 대해 줄 것 같지만 의외로 보수적이고 완고해 자신들 잣대로 아니다 싶으면 마음의 문을 굳게 닫기도 한다. 따라서 우선 시골사람들의 성향 내지 눈높이에 맞춰 적절한 처신을 못할 경우 짐을 싸서 도시로 다시 돌아오는 일도 생긴다.


기득권이 있는 곳에는 예외 없이 텃세란 게 존재한다. 2천 년 전 이스라엘에 태어난 예수란 인물은 아버지 아래서 가업이던 목수일을 하다 고향을 떠나 이곳저곳을 다니며 형식적이고 권위적인 율법과 달리 "원수를 사랑하라" 혹은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와 같은 당시로선 매우 파격적인 가르침을 전하며 사회에서 손 까락 질 받던 창녀나 세리 등과도 격의 없이 어울리고 기적까지 일으키자 입소문이 퍼져 불치병 치유를 비롯, 인류를 죄에서 구원할 메시아를 로마의 압제로부터 이스라엘을 해방시킬 민족지도자로 만들고자 하는 등 세속적인 이해관계로 그의 주변에 구름과 같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이에 바리사이, 사두가이를 비롯 율법학자들은 자신들이 누리던 기득권이 그로 인해 하루아침에 무너질까 두려워 '신성 모독죄'를 적용해 결국 최고 극형인 십자가형으로 그를 처형한다. 십자가 위에는 '나자렛 예수, 유대인의 왕'이란 문구가 적혀있었다.


이렇듯 텃세란 건 인간이 사는 곳에서는 그 역사도 길고 사라지기도 어려운 마치 기생충과 같은 관행이 될지 모른다. 특히 영악한 자들일수록 이러한 식의 유희를 통해 존재감을 뽐내려 할 것이다. 성경에 보면 어떤 사람이 강도를 당해 쓰러져 있을 때 그를 여관에 옮긴 사람은 사제도 레위인도 아닌 당시 아스라엘에서 천대받던 사마리아인으로 나온다 (루까 복음 10:25~37). 영악한 마음에서 나오는 텃세 대신 가난한 마음에서 나오는 선행과 희생은 진정 밀알이 되어 세상을 깨끗하게 정화하리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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