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에 처음 광주에서 교수로 있는 친구랑 군산 선유도에 가서 야영을 해보았는데 몇 달이 지나 11월 25~26일 친구와 함께 여수의 백야항에서 배에 차를 싣고 '개도'에 내려 '청석포'로 이동하였다. 청석포는 바다 경치가 좋았고 큰 바위 위에 몇 개의 텐트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우리도 빈 공간을 찾아 텐트를 치고 배낭을 푸니 시간은 오후 4시. 잠시 후 어둑할 때 특산물 '개도 막걸리'에 돼지 목살을 버너로 구워 먹고 마셨다. 밤이 되자 하늘엔 별이 빛났고 맑은 공기와 바다의 야경을 온몸으로 느끼며 휴양지라 붐볐던 선유도에서와는 달리 고요함 속에서 힐링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밤이 깊어 기온이 급강하하자 배낭 속에서 내의와 파커에 목토씨까지 꺼내 입으며 추위와 싸웠다. 야외에 나가 텐트에서 밤을 보낼 경우에는 좀 더 세심한 준비가 필요함을 새삼 느꼈다.
지난 선유도에서는 바닷가 모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번엔 그렇지 않아 좋았지만 볼일을 보러 간간이 텐트 문을 열고 나갔다 들어올 때 침입한 모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아침이 되자 어둠에 묻힌 사방이 환해지며 멋진 바다의 모습이 다시금 눈에 들어왔다. 나는 텐트에서의 야영을 '극한체험'이라 했는데 친구는 '힐링'이라 표현했다. 그는 어두운 밤에 술잔을 들고 빛나는 별들이 보석처럼 박힌 하늘을 보며 고조된 감정으로 감탄을 연발했다.
다음날엔 배를 타고 개도를 떠나 금오도로 갔다. 금오도는 개도보다는 컸으며 안도를 비롯 몇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원래 하루를 더 묵을 예정이었지만 마음을 바꿔 점심을 해결한 후 배로 돌산항으로 가서 차로 이동해 과거 가족들과의 여수, 순천 여행 때 가지 못해 언젠가 꼭 가보려 했던 '향일함' 구경을 했다. 향일암은 남해 상주 보리암, 양양 낙산사 홍련암, 강화 석모도 천진암과 더불어 바다를 바라보는 4대 관음도량 중 하나이다. 이미 보리암과 홍련암은 가본 적이 있지만 높은 위치에서 내려다보는 바다의 모습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정도로 멋지고 아름다웠다.
대한민국이 부유해짐에 따라 고급차를 몰고 골프장 가는 사람들이 늘고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으로 젊은이들이 호화로운 시설을 갖춘 고급 펜션에 여자 친구랑 가서 애정 행각을 벌인다는 말도 들었는데 고생은 되겠지만 텐트를 배낭에 넣어 짊어지고 자연경관이 멋진 곳에 가서 낭만을 즐기며 야영을 하는 젊은이들도 보니 무척 신선하고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여자 혼자 야영을 하는 경우를 보니 우리 때와 세상이 변하긴 한 것 같았다.
갈수록 이기적이고 물질화되는 세상이지만 '힐링'이란 건 돈으로도 구할 수 없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청정함 속에서 상실한 인간 본연의 정신을 회복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야영장에서 만난 젊은이 하나는 우리 텐트 치는 걸 도와주었는데 그 답례로 우리는 우리 차로 선착장을 가서 그의 일행 하나를 태워 왔으며 길에서 배낭을 메고 걷고 있던 여성 하나도 함께 차에 태우며 여행객들 간의 훈훈한 정을 나누기도 했다. 도심지에서는 느끼기 힘든 인간들 간의 색다른 교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