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이 11월 25일부터 시작되어 현재 조별 예선이 진행 중이다. 대한민국은 현재 1 무 1패로 H조의 4팀 중 3위인데 3차전 포르투갈을 꺾을 경우 다른 팀의 승패에 따라 16강 여부가 결정되니 힘든 상황이다. 월드컵은 1930년에 시작된 이후 4년에 한 번씩 개최되어 왔다. 세계적으로 축구의 인기는 야구 등 기타 스포츠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야구는 일부 지역에서 나름 큰 인기가 있지만 축구는 중동, 아프리카까지 포함한 세계 전역에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큰 사랑을 받고 있다. FIFA (국제 축구연맹) 가입국이 211개로 UN 회원국(193)보다 18개 더 많다는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이번에는 개최국 카타르가 연패로 16강 진출에 탈락한 초유의 사태도 벌어졌다.
매회 월드컵 때에는 어김없이 주목을 끄는 최고의 스타플레이어가 있다. 어려서 집에 흑백 TV가 들어온 1971년부터 월드컵 경기를 볼 수 있었는데 브라질의 '펠레'는 '축구 황제'란 찬사를 받으며 그의 신들린 플레이를 온 세계인이 지켜보았다. 그는 1958년 첫 우승을 시작으로 62년과 70년 합쳐 모두 3번 우승을 했던 브라질팀의 공격수이자 세계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였다. 74년 서독이 우승할 때엔 '베켄바우어'란 세계적인 미드필더가 있었고 80년대의 최고 스타는 아르헨티나의 '마라도나'로 1986년 팀 우승을 이끌었다.
대한민국은 54년 처음으로 월드컵에 출전, 당시 최강이던 헝가리에게 9:0으로 대패한 후 70년대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호주에게 번번이 패해 진출이 좌절되다 1986년 월드컵에 출전했지만 2002년 4강에 오를 때까지 한 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유럽, 남미 국가들과 맞붙어 제대로 패스나 슈팅 한번 해보지 못하고 패할 때 국민들은 모두 속이 상했으며 세계 수준에 한참 뒤떨어진 대표팀의 뛰는 모습이 안쓰럽기만 했다.
그러다 2002년 와서야 명장 히딩크 감독의 지휘 하에 강팀들과 대등한 경기를 하는 걸 보며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홈에서 하는 경기여서인지 주심들의 편파 판정도 한몫했지만 여느 월드컵 때와 달랐었다. 16강전에서 연장까지 사투를 벌인 후 이태리를 꺾자 경기 후 주민들이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집 주변 상가에 몰리며 뒤풀이를 했다. 큰 시합이 있을 때는 맥주나 치킨 매상도 늘어 자영업자들도 돈벌이가 되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이었다.
어린 시절에는 패스의 정확도나 주도권 다툼 등은 관심이 없이 골만 터지길 바라며 눈 빠지게 경기를 지켜보기 바빴고 공격수 외의 다른 포지션은 들러리라 생각했는데 경기를 보면서 축구는 수비가 기본이며 공격수가 골을 넣도록 도와주고 공격과 수비를 조율해주는 미드필더의 역할이 공격수만큼 혹은 더 중요하다는 걸 차츰 알게 되었다. '박지성', '지단' 그리고 '마테우스' 등이 미드필더로서 그라운드의 마술사 역할을 하였다.
10대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 50여 년을 밤늦게 잠도 자지 않고 지켜보며 함성까지 지를 수 있는 스포츠가 있다는 사실은 놀랍고도 고맙기만 하다. 특히나 대한민국 국력이 올라가며 FIFA 축구 랭킹도 함께 상승하고 또한 한국의 선수들이 영국, 독일, 이태리 등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50여 년 전 헐벗고 월드컵 출전도 못했던 초라했던 모습과는 크게 달라진 점이다.
이번 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할지 여부는 지켜볼 일이다. 현재 28위인 대한민국이 12계단을 뛰어넘어야 하기에 아마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주눅 들지 않고 상대팀들과 대등한 경기만 할 수 있어도 의미는 있으리라 생각된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된 후 태어난 우리 자녀들은 과거 우리가 지네들 나이 때 월드컵을 지켜보던 우리 심정을 잘 알지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제 축구 강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뛰는 대표팀의 경기를 지켜볼 때는 하나가 된다는 사실은 놀랍고도 재미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