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끈을 조이며

by 최봉기

갑작스러운 외부환경 변화로 화창한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와 경제가 어려움에 처할 때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건 중하류층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가를 비롯한 제반 물가가 상승하고 금리인상에 따라 대출로 주택을 구입한 서민들은 가처분소득의 감소로 소비가 위축되고 기업도 덩달아 매출감소로 인력감축에 나서니 사면초가가 따로 없다. 지금까지 닥친 경제위기는 오일쇼크, IMF금융위기, 리만 사태 등 수차례 있었고 서민들이 곡소리를 낼 때 부자들은 오히려 이자소득 증가로 이득을 보기도 했다.


내가 초등학교 4학년 겨울이던 1973년에 중동전쟁으로 오일쇼크가 왔다. 석유 물량 부족으로 유가가 크게 올랐으며 TV 포함 언론매체에서 연일 '물자절약'을 외쳤다. 해바라기나 피마자 식용유가 나오기도 했고 다들 허리끈을 조이며 근검절약을 생활화했다. 캄캄한 밤이 깊어져 새벽이 멀어 보이기만 했지만 그때도 시간이 감에 따라 경제도 기지개를 켜며 화사한 봄날이 왔다. 중동전이 끝나자 전쟁 때 파괴된 도시를 재건하느라 '중동 건설붐'이란 게 왔고 많은 남성들이 사우디 건설현장에 가서 땀 흘려 일해 번 돈을 송금해 생활이 안정을 찾기 시작하자 소비 증가로 경제가 불황의 터널을 통과했고 건설사 중심으로 기업들이 도약의 걸음을 내디뎠다.


경제가 정상적인 틀을 벗어나 곤두박질칠 때엔 세상이 꽁꽁 얼어붙어 희망이 보이지 않고 상황이 악화될 것만 같지만 인간의 삶도 겨울을 참고 지내면 따뜻한 봄이 온다는 사실은 무척 신비롭기만 하다. 불황 때에는 절망에 빠져 삶을 포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위기는 곧 기회이기도 하다. IMF 금융위기에 회사들이 부도나고 직장인들이 실직까지 했지만 내가 아는 한 지인은 개인사업자로서 오히려 성장의 기회를 잡기도 했다.


현재 망연자실해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마음을 굳게 먹으며 머지않아 올 봄의 향기를 기다려야 할 것이다. 해방 후 전쟁을 겪으며 지금껏 발전을 거듭해온 대한민국의 저력은 어려울 때 그 힘을 발휘하여 결국 끝까지 참고 새로운 기회를 잡게 했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대한민국의 서민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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