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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단계별 인간의 평가기준

by 최봉기

학창 시절 지겨울 정도로 치르는 시험은 두뇌와 성실성에 의해 거의 좌우되므로 인간성, 외모나 설득력, 언변이나 집안배경 등은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또한 준비기간이 정해지고 시험을 치른 후 채점을 거쳐 점수와 석차가 나오는 정형화된 평가이다.


하지만 평가는 여기서만 끝나는 게 아니다. 사는 과정에서 인간은 피평가자인 동시에 평가자가 되기도 한다. 또한 삶 자체는 밀림 속에서 끊임없이 펼쳐지는 평가의 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삶 속에서 이루어지는 평가는 학창 시절 평가와 달리 형식이 따로 없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교제하는 남녀의 경우에도 겉으로는 그냥 서로 좋아서 자연스럽게 만난 걸로 보일지 모르지만 속으로 들어가면 남자는 여자의, 여자는 남자의 장단점이나 매력 등에서 각각 나름 우수한 평가를 받은 결과 현재의 관계가 된 거지 평가결과가 평균이하라면 서로 남남 그 이상이 되지 않는 것이다. 연애 상대자에 대한 평가는 만나서 즐겁고 남들이 볼 때 자존심이 구겨지지 않는 정도면 되는 것이지만 결혼 상대자라면 평가의 차원이 확연히 달라진다.


결혼을 하기 위한 상대라면 그 평가의 기준이 잠시 만나는 정도인 연애와 달리 한평생 행복할 수 있을지로 확대된다. 따라서 나이, 외모, 학벌, 성격 정도를 넘어 상대방의 경제적 능력, 성실성, 인간성, 가치관, 가족관계에 집안까지 죄다 고려대상이 된다. 연애상대자는 개인적인 관계일 수도 있고 맘에 차지 않을 때 언제라도 바꿀 수 있지만 결혼의 경우는 관계가 본가와 사돈이란 가족 간의 관계로 확대된다. 또한 일단 혼인을 하면 갑자기 싫증이 나도 상대를 쉽게 바꿀 수 없는데 특히 자식이 생긴 경우 더욱 그러하다.


이렇듯 똑같은 사람을 놓고도 학창 시절과 연애 혹은 결혼 상대 등으로 초점이 바뀌면 평가기준도 달라지는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경우는 위의 세 가지 기준에서 모두 좋은 평가를 받는 경우이다. 고등학교 때 우등생이었고 대학교에서 모나지 않은 성격으로 주변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사회에서도 좋은 직장에서 인정을 받거나 혹은 개인사업자로 성공하는 경우이다. 하지만 세상은 그다지 단순하지 않기에 학교 때 모범생이 사회에서는 열등생도 되고 학교 때 열등생이 사회에서는 우등생도 되는 것이다. 학교 때는 설령 인간성에 문제가 있더라도 두뇌와 성실성만 있으면 우등생이 되지만 사회에서는 비록 두뇌가 좋고 명문대학을 나와도 주변사람들과 관계가 좋지 않으면 고립되고 자칫 열등생이 되어 중도하차하는 경우도 있다. 그 이외에도 사회생활에서는 두뇌나 성실성 외에 필요한 역량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임기응변이란 건 학교에서 가르쳐주는 게 아니지만 사회생활에서는 나름 중요한 것이며 사회생활에서는 학습능력보다 상황별 문제해결 능력이 성공을 좌우하는 것이다. 비록 공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학교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않은 경우에도 사회에서는 크게 성공하는 사람이 있다.


대한민국은 해방 이후 교육열이 세계에서 최고 수준이었고 학벌을 워낙 중요시함에 따라 명문만 졸업하면 인생에 꽃길이 펼쳐진다는 생각들을 해왔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학교 때 성적과 함께 학생회장이나 운동부 주장을 한 경험 등이 리더십을 반영하는 역량으로 공부만큼 가치를 인정받아옴에 따라 동일 인물의 학창 시절과 사회생활의 평가 격차가 우리보다 적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게다가 미국 역대 대통령이 하버드, 예일로 최고 명문 출신들이었지만 미국에서 크게 존경받았던 대통령 레이건은 그리 명문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아니었고 사회에서 영화배우로도 아나운서로도 별로였지만 정치분야에서는 크게 두각을 보였다. 그는 어릴 때부터 뛰어난 리더십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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