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보게 된 유튜브의 60, 70년대 가요 중 '커피 한잔'이란 곡을 들으며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1964년에 태어난 나 같은 사람은 60년대 말에 유행했던 가요에 그다지 큰 향수를 느낄 일은 없다. 하지만 가요 '커피 한잔'이 나왔던 1968년에 발생했던 일들을 검색해 보니 그 노래와는 차원이 다른 무시무시했던 사건들이 많았다. 1월에 일어났던 사건이 '김신조 청와대 피습사건'과 '푸에블로호 납치사건'이었고 10월에 '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사건'이 발생했다. 이를 확인한 후 의외적이란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한쪽에서는 총을 겨누고 싸우는데 다른 한쪽은 다방에서 커피를 시켜놓고 만나기로 한 사람을 신경을 곤두 세우며 기다리는 내용의 음악을 듣는 것이었다.
이보다 더한 경우도 있다. 한국전쟁이 발발해 포탄이 터지고 전쟁터에서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상황에도 피난지 부산에서는 대낮에 카바레에 남녀가 모여 춤추며 노는 일이 벌어졌던 것이었다. 이런 일들보다 정도가 한 단계 위인 일도 있었다. 과거 선원가족이 많이 살던 부산에서 선원인 가장은 가족을 먹여 살리러 바다 한가운데에서 풍랑을 만나 생명이 오락가락한 상황에서 여자들은 그 사실을 알면서도 시내 모처에 모여 술을 마시고는 춤을 추고 있었다고 한다.
믿기지 않는 것들 중 으뜸 수준인 사건이 또 하나 있다. 1981년 박두에 세상을 발칵 뒤집는 일이 일어났다. 중학교 1학년 하나가 학교에 선생님을 만나러 간 이후로 행방불명이 된 지 1년이 지나도록 미궁에 빠졌던 사건이 있었다. 당시 대통령 전두환은 TV에 나와 "살려 보내면 너도 살고, 죽여보내면 너도 죽는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결국 1년이 지나서야 설마 했던 일이 사실이 되어버렸다. 그 소년의 담임이던 체육교사가 도박을 하다 진 천만 원의 빚을 갚기 위해 비교적 부유한 가정의 학생 하나를 유괴해서 집에 협박전화를 한다. 그 소년은 손이 묶이고 입이 테이프로 막힌 채 방치되다 유괴된 지 하루가 지나 질식사했다. 그 후에도 녹음된 목소리로 집에 전화가 몇 차례 간 것이다. 그 사건에는 두 명의 여고생이 함께 공모자로 나오는데 그 소녀들은 그 교사가 다른 학교에 있을 때 지도했던 학생들로서 미성년자였음에도 그 교사와는 이미 내연 관계가 있던 사이였다. 설마 그랬을까 했기에 수사선상 밖에 있었던 담임교사가 결국은 살인범이었던 것이었다. 그 교사는 자신이 가르쳤던 22명의 미성년자들과 이미 내연관계를 가진 걸로 밝혀졌다. 그 교사는 교수형으로 삶을 마감했고 두 소녀는 형집행을 받게 되었다.
인간은 이성을 가진 존재이며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대개 상식의 범주에 속한다. 하지만 상식을 벗어나는 일들이 간혹 발생하는 걸 보면 잘 이해가 되지 않고 허탈함이 생기기도 한다. 내가 졸업했던 고등학교의 교장은 체격이 건장했고 언변이 뛰어났기에 자녀 입학식에 참석했던 학부형들 특히 어머니들은 그의 유창하고 감동 어린 연설에 매료되어 십중팔구 그를 존경하게 되었다. 그는 자신이 다니는 교회에서는 장로이기도 했다. 하지만 겉모습과는 달리 그가 했던 일들 중 교육자 답지 않은 갖가지 비행들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그는 한때 정치깡패였고 비리가 많은 사립재단에서 교사를 하다 재단의 비리를 감추던 일을 했던 공으로 교장이 되었으며 그 재단의 사립 초등학교 교장시절엔 부정입학과 성희롱 사건까지 일으킨 장본인이란 소문이 파다했다. 은퇴 후엔 국회의원이 되려고 자신의 도움을 받은 교사들에게 수천만 원씩 빌렸는데 결국 정치인의 꿈을 이루지 못했을 뿐 아니라 빚도 갚을 형편이 못된 채 스스로 세상과 이별을 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