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男과 女가 가는 길

by 최봉기

현재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을 다시 태어나게 하고 性을 선택할 수 있게 한다면 현재와 다른 성으로 살고자 하는 사람도 꽤 있을지 모른다. 여자의 입장에서는 직장 등 사회생활에서 여자이기 때문에 가지는 불이익이 나름 있고 남자 입장에서는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아침부터 밤까지 더럽고 힘든 것도 참아내야 하는 것이기에 그러하다.


남자로 사는 삶과 여자로 사는 삶은 분명 차이가 있다. 가장 큰 차이가 여자는 자녀를 낳고 양육해야 하는 것이며 남자는 가장 왕성한 나이에 군복무를 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남녀 간의 차이도 갈수록 좁혀지고는 있다. 여자 중에서 결혼을 하지 않거나 결혼을 해도 자녀를 낳지 않는 경우가 늘어나며 남자 중에서도 단기 복무자 혹은 군면제자가 꽤 있다.


남자와 여자 중 어느 성이 다른 성보다 낫다거나 혹은 현실적으로 유리한지 등을 묻는 건 어리석은 질문일지 모른다. 우선 성은 태어날 때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각각은 고유한 특성이 있기도 한 것이다. 하지만 남녀 간 특성별 차이를 비교하는 것 정도는 가능하리라 보인다. 남녀를 함께 놓고 보면 어떨 땐 경쟁자, 어떨 땐 협조자 혹은 동반자가 되기도 한다. 대학입시나 각종 고시 등 시험에서는 둘이 양보 없이 싸우는 위치에 있다. 그러다 같은 대학이나 같은 전공 혹은 같은 직장일 경우 둘은 경쟁자이자 협력자가 되며 결혼을 할 경우 동반자가 되어버리기도 한다.


남과 여는 때로는 고자세 때로는 저자세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둘 간의 상대적 위상 차이는 연령별로 나타나기도 한다. 코 흘리기 시절에는 별반 차이가 없을지 모르지만 대학생이 되면 여자의 콧대가 은근히 높아진다. 여자들은 동갑내기보다는 연상의 남자들과 교제하려는 경향도 있다. 우선 동갑내기는 괜히 친해지고 연애감정까지 생기면 군복무로 몇 년을 떨어져 있어야 하고 혹 결혼이라도 하려면 결혼 시기가 그로 인해 몇 년씩 지체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남자는 군 미필인 경우 찬밥 신세가 되기 일쑤이다. 하지만 남자가 군 전역 후 취업까지 할 경우 사정이 달라진다. 그때는 남자 앞에 연하의 여자들이 다가옴에 따라 남자는 짝을 느긋하게 고를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된다. 혹 여자가 튕길 경우엔 다른 데 가서 다른 여자를 손쉽게 고를 수도 있다.


그러다 결혼을 할 경우 남녀는 남편과 아내로 인생의 동반자가 되며 자녀를 낳아 가정을 이루게 된다. 그때에도 누가 위고 누가 아래인지를 놓고 티격태격할 일이 생길 수는 있다. 남자가 나가서 돈을 벌고 여자가 집을 지킬 경우 남자는 가장으로서 귄위가 서지만 반대가 될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정이란 곳은 운명공동체이기에 설령 여자가 나가 돈 벌고 남자가 가사를 할 경우라도 누가 높고 낮은지는 사실 별 의미는 없다.


이렇듯 남녀의 관계를 보면 성장과정과 사회생활 그리고 가정공동체에 있어 각각의 입장이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세상이 바뀜에 따라 남과 여의 역할은 구분 자체가 희미해지고 있다. 과거 '男尊女卑' 혹은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와 같은 말은 이제는 구태의연한 말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암만 세상이 바뀌어도 남자가 여자가 될 수는 없고 여자가 남자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또한 남성적인 강인한 기질과 여성적인 섬세함이란 오랜 세월을 거쳐 만들어진 각 성별 고유한 DNA이다. 함께 가는 길이지만 남과 여가 가는 길은 같을 수 없으며 그것은 곧 세상의 이치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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