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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하는 삶

by 최봉기

낙엽이 지고 찬 바람이 불 땐 고독과 쓸쓸함이 밀려온다. 게다가 주변에 딱히 가까운 사람도 없이 객지에 홀로 있을 경우 외로움이 뼛속 깊이 사무칠지 모른다. 이럴 때조차 혼자 있는 것 자체가 오히려 마음 편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한마디로 '고아체질'일지 모른다. 누구나 인간이라면 혼자 있기보다는 마음에 맞는 누군가와 대화하거나 밥이나 차 혹은 술을 함께 나누길 원한다.


하지만 개중에는 사람들과 함께 하기보다 혼자 조용히 시간을 보내길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암만 가까운 친구나 설령 배우자라도 자신의 삶을 대신 살아줄 수 없고 대신 아파주거나 대신 죽어줄 수도 없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친구, 가장 좋은 애인, 가장 좋은 스승은 자신일 수밖에 없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 생각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세상에는 일반인들과 달리 구도자로서 혹은 자유인으로서 독신의 삶을 사는 경우가 더러 있다. 성철, 법정, 김수환, 김동길, 김옥길, 이해인 같은 인물이 그러하다. 이들은 자신과 연애나 결혼을 하고 자신과 가족이 되어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고인이 된 한 독신주의자가 TV인터뷰에서 했던 말이 기억난다. 자신이 3 공화국 시절 긴급조치 위반자로 서대문 형무소에 구속수감 되었을 때 같은 방에 수감된 사람들은 하나같이 가장인 자신이 경제활동을 못하고 가족과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가족들의 생활과 자녀교육을 걱정하더라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은 혼자였기에 그러한 근심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고 했다.


가정이 있는 이들 가운데 내가 아는 이는 독신주의자를 정신이상자로 비하하는 경우도 있었다. 가정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가정만큼 편하고 행복한 곳은 없고 자식들은 낳아 키우긴 어렵지만 키워놓고 나면 자식만큼 좋은 게 없기에 혼자서 사는 사람들을 보면 왠지 측은해 보일지 모른다. 반면 혼자서 사는 사람들은 늘 혼자 생각하고 차도 마시고 음악을 듣고 책도 읽는 생활이 몸에 배어있고 그러한 자신의 생활이 나름 담백하고 소박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나는 독신주의자도 아니고 독신주의를 좋아하지도 않지만 간혹 혼자서 해 먹고 차 마시고 글을 쓰는 생활이 무척 행복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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