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만일 내가 여자로 태어났다면?

by 최봉기

일반적으로 '男性的'이란 말은 용감하고 공격적이며 도전적인 느낌인 반면 '女性的'이란 말은 안정적이고 美的이며 섬세한 의미로 다가온다. 나는 막내 여동생을 둔 3남 1녀의 차남인데 모친께서는 나를 가졌을 때 딸로 낳고 싶었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어머니는 나를 가졌을 때 딸로 태교를 하셨는지 나는 어릴 적부터 잘 삐끼곤 하는 등 스스로 약간 여성적인 데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학교를 1년 일찍 들어가다 보니 주변에 나이가 한 살 위인 친구들 속에서 기를 펴며 지내기도 쉽진 않았다. 그러다가 성인이 되면서는 의도적으로 인상도 쓰면서 일부러라도 남성적인 척 客氣를 부리기도 했다.


내가 모친의 바람대로 여자로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우리 집은 3남 1녀가 아닌 2남 2녀가 되었고 막내 여동생을 마구 부려먹기보다는 위해주기도 하며 집안 분위기도 좀 더 차분했을 것이다. 게다가 20대 초중반 늘 따라다니며 나를 괴롭히던 군입대 관련 고민은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가장으로서 경제적인 책임을 이유로 별 내키지도 않았던 직장생활에서 수시로 사람을 괴롭히던 스트레스 대신 가사와 육아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간혹 짜증도 부리며 지냈을 것이다. 남녀의 차이란 게 겉으로 볼 때 남자는 군복무와 경제적 책임을 지는 반면 여자에겐 대신 출산과 함께 가사와 육아 책임이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남자와 여자의 삶을 들여다보듯 말하기는 어려울 거란 생각이 든다.


남자가 여자가 되거나 여자가 남자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겉으로는 남성이지만 속으로 들어가면 매우 여성적인 사람도 있고 겉으로는 여성이지만 속으로는 남성적인 사람도 있다. 남자 입장에서는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 여성이고 여성도 마찬가지이긴 하다. 하지만 때로는 각각 서로의 성에 대해 무척 독선적이고 이해타산적인 경우를 보곤 한다.


군복무한 사람들에게 가산점을 주자는 제안에 대해 특정 여성단체에서는 성차별이라는 의견을 낸 적이 있다. 나 같은 남자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얘기라면 여자로서 과연 군가산점이 부당해 보인다면 여자 자신들도 군복무를 하고 당당하게 가산점을 받아내면 될 것이다. 하지만 남녀차별 금지를 외치는 여자들 중에서는 여자라서 군복무를 하지 않는 걸 다행하다고 생각할 뿐 자발적으로 군복무를 하겠다고 나서는 여자를 나는 지금껏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대신 남성의 입장에서는 여성의 가사노동의 가치와 어려움을 제대로 인정해 줄 필요가 있을 것이다. 여성은 똑같이 교육을 받고 취업을 하더라도 출산과 육아로 인해 많은 불이익을 받고 사회생활을 하며 자신의 꿈을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한 채 가정이란 틀속에 갇혀 지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만일 내가 여자로 태어났다고 한다면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았을까? 아마도 세상이 남자중심으로 되어있다고 불평했을지 모르며 어떨 땐 별 잘 나지도 못한 남자란 인간들 때문에 고생이나 하고 있다고 넋두리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남자로서 환갑이란 나이까지 살아본 현재로선 남자로 사는 삶이란 것도 그다지 여자보다 유리하거나 속편하기만 한 건 아니란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결국 남자든 여자든 서로의 입장을 받아들이고 남자는 남자답게 여자는 여자답게 살되 남성은 여성을 또한 여성은 남성을 존중해 주는 것이 인간적으로 지극히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태도라 생각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혼자 하는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