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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봉기 Apr 26. 2024

말을 하지 않고 살 수 있다면?

인간이 말과 글을 사용하지 않고 살던 까마득한 과거에는 어떤 식으로 의사소통을 했을지 무척 궁금하다. 눈짓에 손짓과 발짓 또는 언어이전 단계의 비정형화된 소리를 통해 의사를 전달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그 시절 인간은 무리를 지어 살고 이동도 하고 먹이도 구해서 나눠먹으며 사는 짐승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그런 환경에서도 인간은 짐승보다는 앞선 의사전달 방식이 있었으리라 보인다. 그렇지 않았다면 짐승은 흉내조차 낼 수 없는 말이나 글을 어찌 사용할 수 있었을까?


言語는 인간이 의사 및 각종 정보를 정교하게 전달하고 공유하는 수단으로써 인간이 현재와 같이 수준 높은 삶을 영위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도구였음에 틀림없다. 하지만 탁월한 의사전달 체계인 언어는 마치 거대한 수목이나 높은 봉우리와도 같이 인간들을 경탄케 하는 반면 그이면에 드리운 그림자나 골 또한 어둡고 깊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나의 지인 중 하나는 현재 누구에게나 필수품이 된 '카카오톡'을 사용하지 않는다. 나는 내가 쓴 글을 카톡이란 수단을 통해 지인들에게 보내는데 유독 그에게 보낼 때에는 그의 배우자 카톡을 이용한다. 그의 생각은 현재 일상화되어 있는 스마트폰과 카톡은 신속하고 편리하게 소식 혹은 각종 정보를 공유하게 해 주지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시간과 에너지의 소모 또한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정보화시대인 현재 넘쳐나는 각종 정보 가운데는 公害도 많다. 또한 유튜버를 통해 쏟아지는 일방적이고 검정되지 않은 내용의 동영상과 우리가 별생각 없이 늘상 입으로 내뱉는 말도 냉철하게 보면 公害라는 생각이 든다. 만일 말 대신 글을 사용한다면 어떨까? 모르긴 해도 시커먼 굴뚝 연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필요하고도 조잡한 말이 글이란 정제과정을 통한다면 어느 정도는 정화될지도 모른다. 말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방송인과 교육 종사자 혹은 성직자들을 제외한 일반인들이 말수를 대폭 줄이거나 말 대신 글로 의사를 전달한다면 당장 불편함이야 있겠지만 말로 인해 생기는 불쾌감이나 마음의 상처는 크게 줄 걸로 보인다.


인간은 말이란 수단에 무척 친숙한 존재이다. 하지만 한 번씩은 인간이 말의 주인이 아닌 노예로 사는 건 아닌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말은 누군가 들어줄 사람이 있을 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에게 말하는 독백의 시간도 필요하다. 자신에게 말하면서 불쾌하거나 상처 주는 말을 할 사람이 과연 있을까?


또한 때로는 모노드라마의 주인공이 되어 관중도 없는 빈 공간에서 멋진 연기를 해보는 것도 나름 의미 있을지 모른다. 어차피 인간은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며 살지만 삶의 시작과 끝은 혼자일 수밖에 없고 사는 과정에서도 진정한 삶의 동반자는 자신일 수밖에 없기에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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