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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봉기 Apr 25. 2024

영속적인 평화는 과연 불가능한 걸까?

人生은 항해에 비유되곤 한다. 航海를 하는 이들은 지도를 보며 조수와 기상상황에 맞춰 배를 움직인다. 이와 같이 일상생활에서도 인간은 목표를 정하면 이를 달성하기 위해 관련 정보를 분석하고 계획을 짜서 일을 추진한다. 항해를 할 때에는 별일이 없으면 배가 큰 문제없이 주어진 기간 내에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하지만 갑자기 예상치 못한 기상악화 내지 이변이 생길 경우 배가 조난되기도 한다. 우리의 삶도 별일이 없으면 계획한 대로 일이 진행되지만 이렇듯 예상치 못한 사태가 발생하면 평화가 한순간 깨어지고 불행이 밀려온다.


누구나 순탄한 항해를 기원하지만 삶에도 행복이 지속된다는 보장이 없다. 세상이 평화로울 때엔 그 평화가 계속 이어질 것 같지만 인간의 역사에 있어 영속적인 평화란 존재한 적이 없다. 그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인간이 사는 세상에는 羊의 털과 같이 따뜻한 사랑과 溫情이 있는 반면 毒을 품은 뱀처럼 꿈틀대는 貪慾이 지천에 널려있고 시기와 모함 또한 인간의 역사와 늘 함께 해왔다.


'土地'란 소설에서는 하동의 평산리에서 무엇 하나 부족하지 않고 평화롭기만 하던 최참판댁의 마지막 혈육 서희는 아버지 최치수와 할머니 박씨 부인을 여의자 조진구라는 먼 친척 하나가 나타나 보호자가 사라진 집안의 재산을 모조리 가로채어 버린다. 결국 의지할 곳이라고는 없게 된 孤兒 서희는 만주로까지 이주하여 單身 사업을 일으키며 결국 잃어버린 재산을 되찾게 된다.


조선시대의 왕권을 놓고도 피바람이 몰아친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대왕이란 칭호를 받는 현명했던 군주 세종의 집권기 30여 년 동안은 太平聖代였다고 한다. 그 평화로움은 통치자의 뛰어난 역량도 있었지만 權力에 비정상적인 집착증을 보이던 부친 태종이 왕권을 넘보거나 그런 기미가 있는 이들은 친인척 가리지 않고 씨를 말려놓았기에 가능했던 것이었다. 그 후 세종의 아들 문종이 일찍 죽고 김종서마저 제거되자 조카인 어린 단종을 유배지에 보내 毒殺하고 왕이 된 이는 남이 아닌 삼촌 세조였다.


평화를 파괴하는 적은 외부인이라기보다 대개 가까이 있는 지인들이다. 권력과 돈이 있는 곳에는 바람 잘 날이 없다. 부모가 남긴 재산을 놓고도 자식들끼리 칼바람이 일어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희구하는 게 평화이고 이를 위해 많은 이들은 교회나 절을 찾기도 한다. 지금껏 교회나 절은 수천 년간 존재해 왔다. 하지만 종교라도 인간세상의 탐욕과 갈등을 근원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한다. 꿈같은 얘기지만 가진 것들을 욕심내지 않고 나누기만 한다면 모두 평화로울 수 있다. 하지만 그건 동화책에서나 나오는 얘기이며 현재도 지구상에는 국가들 간 전쟁이 일어나 많은 이들이 죽거나 다치고 집도 없이 떠돈다.


주머니에 남보다 더 넣으려 하고 남들보다 나아지려 하는 게 인간의 본성이며 그런 게 있어 인간은 지금처럼 발전해 왔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로 인해 결국 자신도 파멸의 대상이 되는 누를 범한 것 또한 인간이라면  인간은 동시에 참으로 어리석은 존재이다. 남보다 나아지려 애쓰다 파멸의 대상으로 추락하기보다는 남만큼만 사는 것도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면 나름 지혜로운 삶의 태도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갑자기 머리를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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