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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봉기 Apr 16. 2024

속 좁은 세상에서 멋진 판타지 소설이 나오길 빌며

논픽션도 있고 픽션도 있지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내용은 흥미를 끌며 구전속도도 빨라 금세 장안의 화제가 된다. 1982년 大盜 조세형은 부유층과 고위 공무원의 집을 털어 이중 30%는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준다는 철칙하에 절도행각을 벌인다. 그가 고위공직자의 집에서 훔친 귀중품 중에는 당시 시가 3억 상당인 물방울 다이어도 있었다. 그가 검거된 후 세간에는 그를 마치 '현대판 임꺽정'과도 같이 바라보는 시각도 있었다. 이밖에 '탈주범 지강헌, 신창원' 및 '지존파' 스토리는 빈부 간 격차로 하류층이 느끼는 소외감이 '有錢無罪 無錢有罪'란 신종어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지강헌 스토리는 영화로 제작된 바 있었으며 그들이 인질극을 벌일 때 대치했던 경찰에게 요청했던 비지스의 '홀리데이'는 영화의 삽입곡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이러한 종류의 사건은 1980년대부터 빈부 간의 갈등이 본격화되며 나락으로 떨어진 일부계층의 절망감이 극단적인 형태로 분출된 모습이었다. 현재 대한민국은 그 시절과 달리 개인 소득이 선진국 수준으로 상승함에 따라 저개발국 국민들이 이주해 살거나 일하기 희망하는 국가로 부상하였다. 하지만 우리의 눈으로 냉철하게 바라볼 때 겉모습과 달리 속으로 들어가면 못살던 시절보다 오히려 퇴보한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중 대표적인 게 인간들 간 끈끈한 의 실종이 아닐까 싶다. 현재 잃어버린 전통적인 가치나 사고들을 발굴하여 작품화해 본다면 많은 이들이 공감할만한 판타지소설도 탄생하리라 생각된다.


과거 다들 힘들던 시절 많은 사람이 내뱉던 말이 "사람 나고 돈 났지, 돈나고 사람 났나?"였다. 다시 말해서 돈도 좋지만 그래도 사람이 우선이란 생각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굳건히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말을 듣기도 무척 힘들다. 은연중에 "뭐니 뭐니 해도 머니"이고 "돈이 없으면 인간대접도 못 받는다"는 생각이 의식을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떤 수단을 동원하든 돈 많고 고급승용차나 호화아파트에 살면 된다는 '物質萬能主義'와 남은 어찌 되든 자기만 잘 살면 된다는 '利己主義'가 만연하다 보니 인간 자체를 귀하게 여기는 전통적인 가치는 한마디로 실종된 지 오래다.


못살던 그 시절은 民主化가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독제에 저항하다 사서 고생하는 이들도 많았지만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이들에 대한 憐憫과 정의로운 세상에 대한 念願이 늘 존재했다. 하지만 민주화된 현재에는 정의감과 함께 마음의 문이 닫혀 있고 집이나 하나 장만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의식을 지배다.


이렇듯 공동체의식이 빛을 발함에 따라 과거와 현재간 불협화음이 극심한 차제에 한국인들이 잃고 사는 게 과연 무엇이며 이를 회복해야 하는 이유를 느끼게 해주는 소설이 나온다면 삶의 방향을 잃고 사는 많은 이들에게 적지 않은 공감을 줄 것으로 보인다.


소설 '지리산'에는 시대를 잘못 만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아까운 나이에 삶을 마감한 박태영이란 젊은이가 나온다. 그는 총명하고 자기 확신이 강했지만 검증되지 않은 허구적인 이념을 좇아 빨치산으로 끝내 꿈꾸던 이상을 포기하지 않은 채 토벌대에 의해 34세의 아까운 나이에 숨을 거둔다. 그 悲運의 인물이 만일 지금 태어난다면 과연 어떤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현대판 박태영은 많은 이들이 함께 행복을 누리는 바람직한 세상을 만드는 데 모든 걸 걸었을 것이며 그를 따르는 이들과 더불어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을 것이다. 또한 그와 같은 영웅적인 인물이 사회의 리더가 된다면 혼자 물질적인 향락을 누리며 살면 된다고 생각하는 에고이스트들에게 경종을 울리며 올바른 삶의 모델을 제시했으리라 보인다.


현대판 박태영이 주인공이 되는 판타지소설 (가제목 : 영웅이라 불린 사나이)의 스토리는 학창 시절부터 수재이며 생각이 깊은 주인공(최태영)은 자신의 성공 내지 출세를 꿈꾸는 또래들과 달리 많은 이들이 더불어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을 자신의 손으로 이룩하겠다는 野望을 가지고 깊은 고민 끝에 경영자가 될 결심을 한다. 그는 소자본으로 회사를 설립해 탁월한 경영능력으로 회사를 성장시키며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기업의 회장이 된다. 그는 거기에 머물지 않고 정치적 역량을 발휘하여 국회의원이 되고 대통령도 되어 갈라진 남북을 하나가 되게 하고 나아가 대한민국을 세계 최고의 강대국으로 만든다.


이러한 꿈같은 얘기가 소설로라도 나올 수 있다는 건 허황된 일만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특히 갈수록 사회나 국가는 안중에도 없고 남들이 어려움을 당해도 "나 몰라라" 한다면 이는 분명 인간이 사는 세상이 아니다. 또한 앞으로 전진한다기보다 뒤로 퇴행한다고밖에 할 수 없다. 따라서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과거의 좋은 것들은 되살릴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만일 공동체의식이 실종된다면 그 피해자가 남이 아닌 바로 자신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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