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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봉기 Apr 07. 2024

웨딩카의 백미러에 장례차가 보인다면?

몇 달간 추위 속에서 얼어붙었던 대지에 포근한 봄기운이 만연해질 때 인간은 마치 겨울잠에서 깨어난 듯 소생하는 삶의 환희를 느끼기도 한다. 또한 침침하던 겨울이 막을 내리고 햇살아래 개나리와 진달래 그리고 벚꽃과 같은 형형색색의 꽃들이 연출하는 자연의 아름다움은 마치 축제에 초대받은 사람처럼 간을 들뜨게 한다. 이렇듯 봄은 매년 어김없이 찾아오지만 오랜만에 느끼는 화사함과 포근함은 좀 더 오래 간직하려 해도 이내 더워져 여름옷을 꺼내어 입기 바쁘고 그러다 금세 서늘해져서 마침내 꽁꽁 얼어붙게 되는 계절의 변화는 매년 어김없이 반복된다.


이렇듯 봄이란 계절은 春夏秋冬에서 맨 먼저일 뿐 아니라 화사한 기운과 꽃내음이 가득하기에 많은 청춘남녀들이 결혼식을 올리기도 한다. 일전에 나의 부친은 길에서 결혼식을 막 끝낸 신랑신부를 태운 웨딩카 보는데 바로 그 뒤 장례 운구 차량이 따라왔다고 한다. 행복에 겨워 함박웃음을 한 커플을 태운 웨딩카는 뒤따라오는 장례차를 반길 이유가 없었지만 앞차는 뒤차를 따돌리기 힘들었는지 계속 두 차는 앞뒤로 함께 달렸다고 한다. 부친은 삶의  '시작'과 '종말' 혹은 '희망'과 '절망'을 상징하는 어울리지 않는 두 차량이 나란히 가는 모습이 처음엔 눈에 거슬리기도 했지만 이내 담담해졌다고 한다. 결국 인생이란 건 웨딩차를 타고 들어가 장례차를 타고 나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세상에 사는 누구라도 인간 앞에 놓인 그러한 운명을 부인하거나 피할 수는 없는 것이다.


결혼 전 짝도 없이 홀로 쓸쓸히 지내는 시절이 嚴冬雪寒이라면 生面不知인 남녀가 만나 축복 속에서 혼인을 하는 건 얼음이 녹고 계곡물이 졸졸 흐르는 화사한 봄날일 것이다. 하지만 신혼의 단꿈은 결코 영원하지 못하기에 마냥 봄날처럼 포근하기만 할 것 같은 신혼에도 머지않아 더위가 찾아오고 낙엽도 지며 찬바람도 몰아친다. 하지만 그러한 변화와 시달림 속에서도 묵묵히 또한 꿋꿋이 살아야 하는 게 인간이다.


이렇듯 꽁꽁 얼어붙은 겨울이 지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포근한 봄은 인간에게 과연 어떤 의미를 던져주는 것일까? 겨울 지나면 당연히 찾아오는 게 봄이지만 冬波가 심할수록 포근한 봄의 喜悅은 커지는 법이다. 하지만 이러한 화사 속 환희도 오래지 않아 더위로 바뀌고 또한 냉랭해지는 게 '삶이란 이름의 전차'이다. 웨딩카의 백미러에 장례차가 보여 불쾌감이 엄습할지라도 피할 수 없는 게 삶이기에 '시작'과 '종말' 또한 '희망'과 '절망'은 그다지 멀리 떨어져 있는 건 아님을 새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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