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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봉기 Jul 14. 2024

不惑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면?

내가 마흔이었을 때 나는 不惑의 나이라고 믿었고 남들에게도 그리 얘기하고 다녔던 것 같다. 그리고는 쉰을 지나 예순이 되었다. 공자는 쉰을 知天名(하늘의 명을 깨닫는 나이)라 하고 예순을 耳順(귀가 순해져 모든 것을 객관적으로 듣고 이해할 수 있는 나이)라 하였는데 가만 생각해 보면 나는 지금에서야 不惑 근처에 온 게 아닌가 싶다.


마흔 나이에도 好不好는 강한 편이었기에 한번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들은 쉽게 마음을 바꾸지 못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지금은 과거 마음속에서 꼼짝달싹도 하지 않던 큰 바위가 조금씩 흔들거리곤 한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독재자들은 모두 나쁜 짓만 한 인간들로 생각했건만 이제는 그들도 국가발전에 나름 기여한 게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 것이다. 인간의 심리라는 게 나쁜 일을 했던 이들은 모두 새까만 색으로 칠을 하고 의로웠던 이들은 모두 하얗게 색칠한다는 것인데 마음을 열고 종합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고등학생 때 TV에는 '제1공화국'이란 드라마가 방영되었는데 거기에 '임화수'란 재미있는 인물이 등장한다. 그는 정치깡패였고 욕설에 폭행으로 자기보다 약한 이들을 괴롭히며 못된 짓만 골라서 하다가 결국 死刑을 당한 인물로 나온다. 하지만 그가 세상을 떠난 후 그를 아는 이들의 말에 의하면 그는 드라마에 나오는 그러한 파렴치한은 아니었다고 한다. 부친이 어릴 때 세상을 떠나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살며 불량배 짓은 했지만 세상에 둘도 없는 孝者였다고도 한다.


또한 그가 보여준 處世는 꼭 나쁜 눈으로 볼 건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드라마에서 그의 보스 이정제는 손에 들어온 극장을 맡아 운영할 시람을 찾는다. 그때 대뜸 임화수는 "형님 그 극장을 저에게 맡겨주십시오. 저는 평생 예술가로 살 꿈 하나만으로 살아왔습니다. 저는 극장에 못이 어디 박혀 있는지까지 모두 알고 있습니다. 확실하게 해 보겠습니다 제게 맡겨주십시오"라고 자신 있게 말하자 이정제는 그에게 극장 운영을 맡긴다. 그 장면을 함께 지켜보던 나의 부친은 "저런 사람한테도 배울 게 있다"라고 하셨는데 나는 당시 "저런 깡패 같은 인간에게 뭘 배웁니까?"라고 말하였다. 그때 부친은 쉰을 앞둔 연세였다. 현재 예순이 된 나의 눈에 비친 그는 40년 전과는 크게 다르다. 비록 당시 영화계에서 그는 배우나 감독들에게 저승사자와 같은 인물이었긴 했지만 남다른 책임감과 추진력으로 영화분야를 크게 발전시킨 공로도 있다.


이러한 시각의 변화는 과거 학창 시절 모범적이지 않았던 친구들에 대한 판단에도 영향을 미친다. 같은 반이었던 한 친구는 비행청소년으로 고3 때 하교 시에는 버스에서 교복차림으로 담배를 늘 입에 물고 다녔다. 한 번은 옆 버스에서 이를 목격한 한 선생님이 다음날 교실로 와 그 친구를 불러 뺨을 때리기도 했다. 그 친구는 당시 겁쟁이이던 우리와 달리 교무실에 불려 가서 선생님한테 몇 대 얻어맞는 건 겁도 안 났다고 했다. 그런 친구들은 학교에서 공부하는 친구들은 절대 건드리지 않는 걸 철칙으로 했다고 한다. 이런 친구들 가운데는 저녁에 자습지도를 하던 선생님께 중국집 볶음밥을 시켜 드리기도 했다. 선생님은 "너희들이 무슨 돈이 있다고 이런 걸?"이라고 하면 "선생님들이 이렇게 수고하시는데 저희들이 이 정도 못하겠습니까?"라고 했다는데 이를 지켜보던 다른 선생님들은 감동을 받기도 하였다.


위에서 예를 든 것들은 사회의 통념과 실제 간의 차이를 보여준다. 不惑의 눈으로 보면 학교에서의 모범생이 사회에서는 열등생도 되고 비행청소년이었던 이도 厚德함을 무기로 사회생활에서는 모범생보다 잘 나가기도 한다는 것이다. 과거에 자행된 군사쿠데타와 독재도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잘못된 일이었지만 잘한 건 잘했다고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상관을 구속시키고 권력을 잡았던 한 인물은 권력을 잡은 후 亡國病이라고 지탄받던 과외를 금지시키며 중산층들의 삶을 안정시키는 데 크게 기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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