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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봉기 Jul 16. 2024

누가 "정치나 한번 해보슈"라고 권한다면?

정치와는 별 관련도 없이 살아온 이에게 주머니에 돈 좀 있다고 "정치나 한번 해보슈"라고 한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또한 야구나 음악을 좋아하는 이에게 프로야구 감독 혹은 오케스트라 지휘자를 한번 해보라고 한다면 어떨까? 만일 나에게 그리 묻는다면 무척 당혹스러울지 모른다. 하지만 프로야구 감독이나 오케스트라 지휘자라면 그에 걸맞은 경험과 식견 등 전문성이 있어야 하기에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정치라면 "어찌어찌할 수 있는 일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지 모른다. 그 이유라면 정치인들 중에는 국내에도 다수의 연예인을 포함해 스포츠맨과 바둑인까지 있었고 미국의 경우 전직 영화배우도 대통령을 역임했을 뿐 아니라 재선까지 되었으니 전문적인 경력 없이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정치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정치인이라면 남다른 品格도 있고 사회적 존경도 받는 위치에 있어야 하건만 언제부턴지 야구감독이나 지휘자보다 오히려 格이 떨어지게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그 이유는 영향력이 강한 정치인 곁에서 아부나 하고 비위나 맞추는 게 소신을 피력하고 정책을 제시하는 것보다 오히려 정치인으로서 성공할 확률이 높기 때문일지 모른다.


정치인들도 분야별로 경험과 식견 등 전문성이  요구된다. 하지만 현재 정치인들이 정치랍시고 하는 걸 보면 누가 해도 저 정도는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지지도도 낮고 '못한다'는 평가가 '잘한다'의 두 배이다. 정부여당은 말할 것도 없고 야당이란 이들도 사사건건 정책대결보다 인신공격에 모든 열정을 쏟아붓고 있다. 국회라는 곳에서 그런 짓이나 하라고 국민들이 뽑아준 걸로 받아들인다면 이는 국민과 자신들을 기만한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지금껏 정권이 바뀌어 온 과정을 보면 정치적인 역량보다 이전의 정권이 워낙 한심한 짓을 하니 '못 살겠다 갈아보자' 심리가 아니었나 싶다.


정치와 야구 그리고 음악을 비교해 본다면 나름 공통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정치인들 중에는 명문대학을 나와 사법고시를 통과한 법조인 혹은 전문분야의 학위를 받은 이들이 많다. 또한 프로야구감독은 선수시절 스타플레이어였던 이들이, 오케스트라 지휘자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들이 많긴 하다. 하지만 과거 화려했던 경력이 반드시 미래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점이 공통점일 것이다.


특히 야구의 경우 스타플레이어가 스타 감독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무명선수 출신 중 명감독이 되는 경우가 더 많다. 그 이유는 뭘까? 기본적으로 야구감독은 자신이 직접 게임을 하지 않고 투수, 수비수에 타자와 코치까지 총괄 관리하는 역할을 맡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수 면전에서 "그것밖에 못해?"라고 다그치는 감독은 유능한 감독이 되기 힘든 것이다. 비록 선수시절에는 빛나지 않았더라도 전력을 잘 분석하고 승리 전략을 만드는 역량이 뛰어나다면 또한 팀의 선수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카리스마와 리더십이 있다면 훌륭한 야구감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정치인의 경우는 어떠한가? 우선 정치인이라면 유권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학창 시절의 평가는 자질과 노력으로 좌우되지만 정치인의 평가는 두뇌가 좋다고 아니면 밤샘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따라서 어느 나라든 시험이 아닌 선거로 정치인을 뽑고 있다. 따라서 훌륭한 정치인이라면 무엇보다 정치철학과 소신을 가지고 유권자들이 원하는 정책을 제시하고 이를 강하게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에는 국민들을 감동시키는 정치인이 왜 이리도 보이지 않는 것일까?


정치에 철학과 식견이 없는 이라면 가진 돈 몇 푼으로 정치권 주변에 어슬렁거리지 않는 게 자신에게 좋을 것이다. 또한 이유 있는(?) 형집행이나 신체적인 문제를 침소봉대하여 병역문제를 교묘히 회피하는 등 조국과 민족에 대한 충성심이 없는 이들 또한 마찬가지이다. 주머니에 돈이 좀 있는 이에게 누군가가 "정치라도 한번 해보슈"라고 권유할 때 "차라리 프로야구 감독이나 오케스트라 지휘자나 되겠소"라고 대답하는 이가 많아진다면 최소한 지금보다는 나은 정치판이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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