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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봉기 Jul 17. 2024

중도에 포기하면 안 되는 이유는 뭘까?

故人이 된 코미디언 이주일은 자신의 에세이집 "인생은 코미디가 아닙니다"에서 무명시절 자신이 고생했던 일들을 진솔하게 그려놓았다. 지방 공연을 가면 진행자인 그에게 주어지는 첫 번째 임무가 그 지역 건달들과 푸닥거리를 하는 일이었다. 건달들은 공연을 방해하며 돈을 요구하는데 언성이 높아지거나 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또한 수입이 일정치 않으니 부업으로 했던 일이 중년 부인들 상대로 한 제비족 일이었다. 점심시간에는 늘 혼자였는데 연예부 기자라도 찾아와 점심을 같이 먹자고 하는 날은 한마디로 땡잡는 날이었다. 공연이 끝나면 늘 혼자 외톨이로 있었다는데 악극단 대표였던 가수 박일남이 그에게 술을 사준 적이 있었다. 그때 그는 노래를 불러달라고 하여 기타 치며 노래를 불러주면 혼자 눈물을 흘리곤 했다고 한다.


그런 서글픈 생활을 하다 마흔 나이에 이리역 폭발사고 때 자신은 머리에 피까지 흘리면서도 무대에 쓰러진 한 여가수를 업고 병원으로 달려가 목숨을 구해준다. 이에 감동한 그녀는 그를 자신의 전속 진행자로 일하게 했고 방송에 나가도록 백방으로 힘을 써준다. 그러한 도움에 힘입어 그는 방송을 타게 되었고 그의 이름은 전국 방방곡곡에 알려지며 '코미디의 황제'라 불리게 된 것이다.


며칠 전 세상을 떠난 현철이란 가수도 꽤 오랫동안 무명생활을 한 걸로 알려졌다. 현재 이름만 들으면 모르는 이가 없는 설운도와 진성 등 가수들에게도 힘든 무명시절이 있었다. 설운도는 TV에서 말하기를 무명시절 몇 번씩 바닷가로 가서 빠져 죽을 생각을 해보았다는데 그때마다 노력한 게 아까워 되돌아오곤 하였다고 한다. 그 후 그에게도 기회가 찾아온다. 전 국민이 잠도 안 자고 지켜봤던 'KBS 이산가족 찾기'에서 '잃어버린 30년'이란 노래를 불렀고 대중에게 알려지며 일략 스타로 도약하게 되었다.


연예계 외에도 이미 故人이 된 불멸의 투수 최동원의 경우 매니저 역할을 맡았던 부친이 한 번은 그에게 집에 있는 꽤 큰 나무를 손을 짚고 올라가라고 한 일이 있다. 그가 중간까지 타고 올라가며 손바닥이 긁히는 고통을 느낄 때 부친은 잠시 멈추게 하고는 "지금껏 야구를 해온 과정도 쉽지 않았지만 조금 힘들다고 포기해 버리면 아무것도 안 된다"라고 하며 나무 끝까지 있는 힘을 다해서 올라가라고 하였다. 최동원은 결국 나무 끝까지 올라간 후 내려와 방에서 손바닥에 약을 바를 때 부친은 옆방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고 한다.


흔히 하는 말 가운데 "포기는 빠를수록 좋다"는 말이 있다. 포기하는 시점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포기를 못하는지도 모른다. 끝까지 매달린다고 성공이 반드시 보장되는 것 또한 아니다. 삶 속에서 성공이란 걸 한 이들은 전체로 보면 소수에 불과하다. 하지만 끝까지 한 가지 일에 매달린 이야말로 최후의 승자가 될 자격이 있는 것이다. 또한 그러한 不屈의 의지가 있는 이라면 하늘도 감동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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