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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봉기 Jul 20. 2024

暴雨가 쏟아질 때 스치는 생각들

며칠 전 장맛비가 내리는 날 약속이 있어 내가 지내는 평택에서 서울로 이동을 하는데 驛으로 가는 버스 주변의 도로에 물이 넘치고 일부 도로는 통행이 정지되어 차가 우회로로 이동하는 일이 벌어졌다. 역에 버스가 도착하자 길이 물에 잠겨 바지를 무릎까지 걷고 허겁지겁 驛舍로 갔더니 지하철과 기차의 운행이 중단되어 버스터미널로 가서 다행히 고속버스로 이동하게 되었다.


暴雨를 포함한 자연재해는 많은 이들에게 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쏟아지면 排水가 잘 되지 않아 찻길이 개천이 되어 버리고 낮은 지역은 침수되어 방안에 물이 찰 수도 있다. 장마철마다 수재민이 되는 사람들은 대개 여유가 없는 이들이다. 주택가격과 침수위험은 반비례하기 마련이다.  비는 마구 쏟아질지라도 머지않아 멈추기에 잠시후면 하늘이 다시 화창해진다. 하지만 비가 계속해서 마구 퍼부을 경우 문제는 좀 심각해진다. 만일 감내할 정도가 아니라면 세상이 어찌 되는 건 아닌지 하는 두려움이 밀려오기도 한다.


인간은 현재까지 어지간한 자연재해는 지혜롭게 극복해 왔다. 따라서 누구나 비, 눈과 산사태 정도에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심한 지진으로 건물이 무너지거나 해일로 인해 지역 하나가 고스란히 물에 잠기거나 할 경우 피해는 말할 수 없이 커지고 생존은 크게 위협받게 된다. 만일 聖書에 나오는 '노아의 放舟'와 같은 사건이 일어난다면 사람들은 과학적인 대응이 아닌 종교나 미신 등 초자연적인 대안을 찾고 '終末'이란 말이 인구에 회자될지도 모른다.


이렇듯 인간은 당당한 척 하지만 대자연 앞에서는 초라하기 짝이 없는 존재이다. 반면 자신보다 힘이 강하지 않은 존재 앞에서는 오만하기 일쑤다. 서로 힘을 합쳐 자연재해나 각종 위험에 대비해야 하건만 함께 잘 살기보다 좋은 건 자기 손에만 넣는 이기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극단적으로 비가 계속 퍼부울 경우 집과 살림도구가 물에 잠기고 몸은 마구 떠내려갈 상황에서 창고에 감춰둔 金銀寶貨와 세상의 명예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비가 개인 맑은 날이라도 이런 식의 생각은 삶이란 과수원의 과실들을 지켜주는 殺蟲劑와도 같은 역할을 하게 해 줄지 모른다. 결국 인간은 암만 대단하다고 한들 정해진 수명동안 사는 존재이며 富와 위세도 잠시 향유할 대상일 뿐이다. 단지 세상에 와서 잠시 기거하다 시간이 되면 떠나야 하는 나그네이며 집주인이 아닌 세입자나 하숙생에 불과한 존재이다.


결국 자신이란 존재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될 경우 戶籍에 올라있는 이름 옆에는 'xx 년 사망'이란 초라한 문구만 남을 것이다. 내가 소유했던 집의 명의는 누군가로 바뀌고 상속세를 제외한 현금재산은 자식에게 넘어갈 것이다. 따라서 현재 가진 재산은 내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현실 속에서 나의 安危를 지켜주는 창과 방패에 불과하다. 따라서 악착같이 모은 재산도 영원한 안식을 보장해주지 못하기에 내일 종말이 올지라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 삶이 진정 위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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