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봉기 Jul 21. 2024

빨리 떠난 이들을 위한 鎭魂曲

夭折이란 말은 남들보다 훨씬 빨리 세상을 떠나는 걸 말하며 마흔 전후에 사망하는 걸로 通念化되어 있다. 인간의 수명이 갈수록 길어져 현재 대한민국은 평균수명이 여든을 넘었으며 계속 늘어나는 추세이다. 과거에는 환갑까지 살더라도 장수했다고 잔치까지 했건만 이제 환갑은 평균 수명에도 못 미치는 나이이다. 최근 들어 환갑을 넘긴 지 몇 년 되지도 않은 나의 지인 몇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는 일이 생겼다. 한 사람은 死因이 '급성폐렴'이었고 또 한 사람은 '폐암'이었다. 두 사람 모두 대개 1~2년 정도는 더 살 걸로 예상했는데 갑자기 사망소식을 접하니 삶과 죽음이 맞닿은 듯한 느낌이며 밤눈과 같이 소리도 없이 찾아오는 게 죽음 같기도 하다.


이 두사람보다 일찍 세상을 떠난 이들 가운데에는 夭折한 경우도 있고 환갑을 넘기지 못한 경우도 있다. 고3 때 같은 반의 약 60명 친구 가운데 5명이 세상을 이미 떠났는데 死因은 교통사고, 간경화, 혈액암, 췌장암 등 다양하다. 살아생전 나랑 격의 없이 지냈고 주변의 친구들에게 잘하던 한 친구도 몇 년 전 사고로 별세하였다.


하지만 진정 마음 아픈 건 경제적인 압박으로 인한 過勞死이다. 지인 중 하나는 과거 개인사업을 정리하고는 가장으로서 가족을 책임지기 위해 밤낮 가리지 않고 경비 관련 일을 10여 년간 해왔다. 그러다 몸에 무리가 왔는지 작년 가을에 몇 이서 식사할 때 젓가락질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마치 폐인이 된듯한 모습이었다. 그러더니 얼마 전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訃告狀이 하나 날아왔다. 평소에 주변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던 그였기에 무척 마음이 아프다. 62세의 아까운 나이다.


또 하나의 경우는 개인사업을 크게 하다 실패한 지인의 경우이다. 사업이 잘 될 때는 집을 하나 짓기도 했는데 어느 순간 어려워지며 정리를 하다 보니 소유하던 집이랑 재산이 사라지고 졸지에 전세세입자로 살게 되었다. 그러자 自求之策으로 대출을 받아 상가를 구입해 매월 임대수입에다 일을 해서 번 돈으로 그럭저럭 생활을 했는데 상가에 공실이 생기며 현금사정이 악화되기 시작하였다. 임대수입 없이 매월 대출이자만 꼬박 갚아야 했기에 밤낮 가리지 않고 무리하게 일하며 돈벌이에 나섰다. 그러던 어느 날 야간 근무를 마친 그는 집 앞에서 쓰러졌는데 가족이 뒤늦게 발견하고 급히 119를 불렀지만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 이미 숨은 끊어진 상태였다. 사망 당시 갓 환갑을 넘긴 나이였다.


이렇듯 이른 나이에 세상을 하직한 이들을 보며 가슴을 아프게 하는 건 가장이란 이들 어깨에 지워지는 무거운 짐이 아닌가 싶다. 사업이 잘 되고 돈벌이를 잘할 때는 당연한 걸로 받아들이다 사업이 곤두박질칠 때 배우자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괜찮아"나 "힘내세요" 대신 "우리 離婚해"이다. 여자가 직업이 있음에도 실패한 남편을 위로하기는커녕 잔소리에 독설을 퍼붓고 원망만 한다면 남자는 괴로움을 이기지 못한 채 자칫하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위에서 언급한 쓰러져 119에 실려간 지인의 경우도 死因은  '배우자의 홀대'로 보인다.


누구나 喜怒哀樂속에서 살다 모든 걸 내려놓고 떠나는 게 삶인데 예기치 않은 일로 남들보다 앞서 떠나는 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하지만 남은 이들도 머지않아 어차피 떠날 운명이기에 남들보다 조금 일찍 간다고 해도 크게 다를 건 없을 것이다. 다만 열심히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도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편안히 눈을 감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42.195km의 구간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달렸다면 누구나 기립박수를 받을 자격은 있으리라 보인다.



작가의 이전글 暴雨가 쏟아질 때 스치는 생각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