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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봉기 Aug 03. 2024

孤獨을 즐긴다는 의미는 과연 뭘까?

인간은 태어나 교육을 받고 성인이 되어 가정을 가지고 일도 하며 살다 세상과 이별한다. 사는 동안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과 늘 함께하며 부대끼기도 하지만 남들이 아닌 자신과 함께 하는 시간의 의미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중요하다. 만일 남들과 어울리기만 하다가 사색을 통한 정신적인 성숙이 미흡하다면 어찌 될까? 나이를 먹어도 애 같은 어른처럼 또한 주인이 아닌 들러리의 삶을 살 수 있다.


따라서 삶이란 과정은 다른 이들과의 관계를 피할 수 없지만 그 이전에 우선되는 게 바로 자신과의 관계이다. 자신과의 관계라는 건 '고독과의 싸움'이란 말로 대체될 수 있을 것이다. 나처럼 혼자 있기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고독 속에서 자신을 제대로 성찰하는 시간을 갖지 못할 경우 존재의 정체성도 없이 浮草와도 같이 살게 될 것이다.


세상에서 인간들이 하는 일 가운데는 구조적으로 고독과의 싸움을 피할 수 없는 일이 많다. 스포츠 중에서도 개인종목은 모두 그러하며 프리랜서나 전문 직종의 일 또한 그러하리라 보인다. 그렇다면 孤獨과의 싸움이란 건 과연 어떤 것일까? 복서나 마라토너를 비롯한 개인종목의 운동선수를 비롯해 예술가와 문필가 혹은 컴퓨터 프로그래머나 학자들은 늘 혼자서 사고하고 훈련이나 작업을 한다.


복서들은 시합날짜가 잡히면 10km씩 감량을 해야 한다. 막바지에 이르면 음식은커녕 물도 제대로 마시지 못하기에 심한 경우 환각증세를 경험하기도 하며 최후의 순간 몇 그램 감량을 놓고 사투를 벌일 때는 입속의 침을 계속 뱉어내기까지 하는 것이다. 四顚五起로 유명한 복서 홍수환은 자기 자식에게 복서가 되란 말은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는데 그건 때리고 맞는 것보다 몇 배나 살벌한 감량의 고통 때문이었다. 또한 故人이 된 불멸의 투수 최동원의 경우에도 투수란 포지션은 하체를 단련하느라 다른 수비수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러닝을 포함한 훈련을 하며 고생을 하기에 마찬가지로 자식에게 투수가 되란 말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이러한 뼈를 깎는 고통은 뚜렷한 목표가 없다면 참아내지 못하게 되고 재능이 없다면 헛고생으로 끝날 가능성 또한 높다. 소설가의 경우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잠을 자지 않고 초주검이 되도록 글쓰기에 몰두하며 학자들의 경우도 논문을 쓸 때에는 마찬가지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남들 눈에 이렇듯 고통스러워만 보이는 외롭고도 험난한 과정이지만 정작 당사자는 스스로의 동기부여를 통해 야릇한 喜悅을 느낀다는 사실이다. 그렇지 않고서 荊棘과도 같은 고통의 과정을 어찌 참아낼 수 있겠는가?


따라서 고독과의 사투를 이겨낸다는 말은 달리 말하면 고독을 즐긴다는 의미가 된다. 고독이란 건 결코 즐거운 과정이 아니란 건 三尺童子도 다 아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고독을 즐기게 되는 걸까? 인간의 욕구를 단계별로 살펴보면 기본적으로 안전 또는 생리적 욕구 등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어 한다. 그다음으로는 남들과 어울리고 싶고 남들로부터 존경도 받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걸로도 채워지지 않는 욕구가 있는데 이는 남들과의 어울림이 아닌 깊은 침묵과 고독 속에서 自我를 체험하며 얻어지는 것이다.


인간은 사람들 속에서 부대끼며 산다고 해도 결국 홀로 태어나 홀로 사라지는 존재이다. 사는 과정에서 돈이 많은 인간은 돈의 위력을 뽐내며 남들 위에 군림하더라도 정작 자신 위에 군림할 순 없고 돈 버는 재주가 탁월한 부자라도 자기보다 가진 건 적지만 속은 꽉 찬 이들 앞에서는 큰소리치기 어렵다. 마찬가지로 머리가 좋아 남들을 감쪽같이 속이더라도 정작 자신은 속일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자신과의 관계에 대한 이해 내지 존재에 대한 깨달음은 고독이 가져다주는 선물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삶 속의 어떠한 만남 혹은 물질적인 것과 비교해도 고독 속에서 자신과의 만남만큼 소중한 건 없다. 따라서 고독과의 싸움은 괴로울지 모르지만 결국 고독을 즐기는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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