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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봉기 Mar 06. 2022

나도 이제 부모가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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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의 구순과 두 분의 회혼년을 축하드립니다!


아버님 어려운 역정을 거치며 어머님과 혼인하여 예순 해 동안 가족만 돌보시며 참고 희생해 오신 은덕을 어찌 헤아리올까?


저희들도 인제는 자녀를 키우며

당신의 노고를 조금은 이해하겠나이다.

아버님은 북에서 내려와 온갖 고생을 겪으셨지만 이 모두 전화위복의 과정이라 믿사옵고 두 분이 인연이 되시어 저희를 낳아 길러주신 은혜를 무얼로 갚으오리까?


회혼년을 맞으시고 아버님 구순 노년이심에도 두 분 건강 잘 지키시고  자녀와 며느리, 손자, 손녀들 삶에 정신적 길잡이가 되어 주시리라 또한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2021년 11월 10일


자녀와 며느리, 손자, 손녀 일동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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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내용은 얼마 전 부친 구순과 부모님 회혼년(혼인 60주년)을 기념하는 감사패에 올려놓은 글이다. 인간은 누구나 부모에 의해 세상에 태어나고 부모는 잘 살든 못 살든 어릴 적부터 자식을 먹이고 입히고 재우며 키운다. 이렇게 키운 자식들 중에서 대통령도 나오고 극단적으로 보면 범죄자도 나오는 것이다. 부모는 누구나 예외 없이 자기 자식이 잘 커서 성공하여 남들에게 존경을 받고 또한 스스로 만족스러운 삶을 살기를 바란다.


대한민국은 한때 전쟁을 겪고 국민들이 갖은 고생을 했지만 이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현재 정도의 위치로 오게 된 가장 주요한 요인은 뭐니 뭐니 해도 교육열이다. 좁은 땅덩어리에 자원도 없는 나라가 승부를 걸 수 있는 것은 인적 자원밖에 없다. 따라서 가난한 살림에도 자녀 교육이라면 있는 돈 없는 돈 가리지 않고 쏟아부었고 거기에 형설지공의 노력이 합쳐져 시골에서도 명문 대학을 거쳐 고시를 합격하거나 박사학위까지 받아서 지긋지긋한 가난을 벗어날 수 있었는데 그 배후에 늘 자리했던 것이 자식 성공을 비는 부모였다.


부모가 고생해서 키운 자녀가 성공을 하면 고생한 부모에게 성공이란 과실의 일부는 전해져야 하는 것이 상식이자 도리 이건만 안타깝게도 부모가 자식 성공의 희생물로 전락하는 경우가 있다.


첫째, 자식이 의사가 되어 경제적으로 안정을 찾게 될 경우 한때 부잣집에서 열쇠 세 개를 주며 데려가는 경우가 있는데 남자 부모 포함 가족은 자식 집에 가서 잠은커녕 밥 한 끼 먹는 것조차 눈치가 보이기도 한다. 이런 자식을 속칭 '장모님 자식'이라 부른다. 둘째, 부모가 고생하여 자식이 미국의 명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아 미국 대학의 교수가 될 경우 부모가 비행기로 열 시간 이상 고생해서 손자라도 볼 겸 찾아가면 손자란 애가 영어로만 말할 뿐 별 정이 가지 않는다. 따라서 다음에 또 오라고 연락이 오면 가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 아들이 성공해서 미국의 대학교수라고 자랑이나 하는데 이런 아들을 '국가의 자식'이라 부른다.


결국 노부모가 의지할 수 있는 자식은 공부도 못하고 출세도 못해 노부모에게 생활비나 반찬을 얻으러 자주 찾아가는 자녀 일지 모른다. 그러한 자녀가 위의 두 유형의 자식과 달리 노부모가 위독할 때 병원에 직접 모시고 가는 고마운 자녀인 '내 자식'이다.


미국이나 일본보다 못 살면서 자식이 결혼할 때 전세보증금까지 마련해 주는 대한민국과 같은 나라는 흔치 않다.  일본도 그렇지만 특히 미국에서는 대학 학비부터 부모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벌거나 학자금 대출을 받아 해결하는 경우가 있으며 결혼식도 부모가 참석은 하되 일체 비용 및 주거 관련 문제는 스스로 해결한다.


부모는 자식이 잘 되는 일이라면 뭐든 하고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렇게 키워 성공을 시키면 그런 자식은 오히려 부모를 공경하기보단 자기에게 물질적 도움을 주는 처가를 향해 등을 돌리기도 한다. 나의 경우도 아들이나 딸이 자신의 분야에서 인정받고 성공하길 바란다. 부모는 자식을 키워주는 사람이지 자식에게 득을 보는 사람은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모든 걸 바쳐 자식에게 쏟아붓고 자신은 정작 버림받는 어리석은 부모는 최소한 되지 않아야 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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