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여름이 성수기인 프로야구가 끝난 후
겨울이 되면 스토브 주위에 앉아 선수단과 팀별동향에 대해 얘기하는 데서 유래한 용어가 '스토브리그'이다. 그때 팀 간 트레이드를 비롯해 방출선수 명단이 나온다. 시즌 개막 시 스포츠뉴스 등을 보면 그해 주목할 신인들이 소개되는데 막상 뚜껑을 열면 거품인 경우가 있는 반면 이름도 못 들어 본 선수가 스타로 부상하기도 한다.
이렇듯 인간이 가진 능력을 제대로 평가하는 일이란 그리 쉽지 않다. 그래서 한 인간을 가격이 정해진 물건처럼 얼마 혹은 몇 점짜리로 단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대한민국이 2002년 월드컵에서 4강에 진입할 때 특히 발군의 실력을 보였던 선수가 하나 있었는데 그는 그전에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던 무명이었다. 사실 월드컵 전에 그를 대표팀에 발탁할 때 세간에서는 당시의 감독이 친구 누군가로부터 청탁을 받았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 이유가 그는 축구 명문대출신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아무튼 그는 대한민국을 깜짝 놀라게 하였고 월드컵 이후에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최고팀 맨유에서도 눈부신 활약을 했던 세계적인 스타 박지성이다.
운동선수는 실력이 떨어지면 금방 기억에서 사라진다는 사실은 다른 어느 분야보다 확실하다. 또한 실력이 암만 출중하더라도 부상을 입으면 마찬가지이다. 최근 축구협회에서 감독 및 협회장 선임을 둘러싸고 잡음이 터져 나왔다. 명성 하나만으로 또한 학연 내지 지연에 의존하다 보니 과거 히딩크나 벤투와 같은 명장들이 실력 위주로 선수를 기용하던 때와 달리 전력이 떨어졌다. 따라서 국제경기에서 피파랭킹이 한참 아래인 국가들과의 경기에서도 형편없는 경기력으로 국가의 위신을 크게 실추시켰다.
선수들 가운데에는 한때 출중한 실력으로 잘 나가다 자기 관리에 문제가 있거나 부상이 발목을 잡으며 한 순간 추락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 처음에는 별로 빛을 보지 못했지만 어느 순간 그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으며 실력이 급부상하기도 한다. 후자는 분명 전자보다 바람직하며 롱런할 가능성도 높으리라 보인다.
그렇다면 그토록 중요한 능력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다면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인간은 우선 자신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나름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만일 능력이 뛰어나지 않다면 눈높이를 낮추고 그나마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에 매진하는 게 정답이다. 반대로 능력이 있으면 남들보다 더 잘할 수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성공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오만과 방심은 오히려 실패를 가져온다. 한때 태능 선수촌을 방문했던 어느 대통령이 한 말이 다음과 같다. "선수는 기본적으로 체력이 있어야 하고, 그다음은 팀을 위해 희생할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그다음이 기량인데 기량 하나만 믿고 까부는 선수는 자신도 잘 될 수 없지만 결국 팀에도 나쁜 영향을 미칩니다"
능력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하지만 현재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그 능력이 오래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관리하는 건 더욱 중요하다. 올해 초 미국 메이저리그에 파격적인 조건으로 진출하여 초반에 잘 나가던 한 선수를 대단하다고 추켜세우던 친구가 있었다. 나는 "아직 시즌초반이고 부상위험도 고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는데 며칠 후 외야수비를 하다 부상을 당해 시즌을 접었고 그를 영입했던 CEO는 해고되었다. 한 선수가 비상하는 것도 추락하는 것도 한순간이다. 내년에 더 높이 비상할지 여부도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능력이 출중한 그이기에 여기서 멈추진 않으리라 보인다.
"능력이 있는 이가 성공을 못하는 일은 있지만 능력이 없는 이가 성공하는 일은 없다"라고 한다. 이렇듯 사회생활에서 그리도 중요하면서도 동시에 어려운 게 능력을 갖추는 일이다. 하지만 진정 능력이 있는 이라면 자기 혼자 혹은 기껏 자기 가족들뿐 아니라 많은 이들이 함께 행복할 수 있도록 그 좋은 능력을 발휘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