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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봉기 Dec 03. 2024

왜 아프니까 청춘인가?

2010년에 출판되어 젊은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책이 김난도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저자를 직접 알지는 못하지만 세상이 좁다고 저자를 아는 지인들이 더러 있다. 청춘이 들어가는 명수필로 "청춘 이는 듣기만 해도 설레는 말이다"로 시작하는 '청춘예찬'이 떠오른다. 분명 청춘이란 말은 축복이 아닐 수 없다. 호연지기를 바탕으로 세상에 두려울 게 없는 시기가 바로 청춘이다. 그 나이에는 주머니에 돈이 없어도 흉이 되지 않는다. 왜냐 하면 미래에 백만장자가 될 잠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잠재력을 품고 있는 새싹이 자라나 꽃이나 열매를 주렁주렁 달리게 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며 그동안 세찬 비바람과 폭풍우까지도 견뎌내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싹이 트기도 전에 시들어버릴 수 있다. 그래서 청춘은 아플 수밖에 없다. 청춘기에는 누구든 맘에 드는 이와 데이트도 하고 싶지만 그러한 달콤한 시간을 갖는 것도 타이밍이 맞아야 하며 누군가와 연애를 할 경우에도 애정이 오래 지속되기는 또한 어렵다. 그 이유는 순수함이란 두 사람 간 사랑을 지속시키는 힘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현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뿐 아니라 현실적인 여건도 갖춰져있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아직 가진 재산은 말할 것 없고 직업조차 없는데 여자가 남자를 배우자감으로 생각이나 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게다가 남자가 군복무까지 해결되지 않았다면 현실적 사정은 더욱 어려워진다.


하지만 청춘의 순수함이란 하늘이 내려준 선물임에 틀림없다. 순수하기에 상대방의 흠까지도 예뻐 보이고 돈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는 것이다. 결혼을 할 경우에도 상대의 재산이나 직업 등 조건에만 매달린다면 머지않아 균열이 생길 수도 있다. 반면 사람 그 자체를 보고 결혼을 할 경우에는 설령 결혼 후 상황이 어려워지더라도 이겨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청춘의 순수함은 삶 자체를 변질되지 않고  올바르게 이끄는 힘이 될 수도 있다. 어릴 때 힘든 환경에서 지내던 이들 가운데 명문대를 졸업하고 고시에 합격해서 재력가의 사위가 되는 일이 있다. 그리 될 경우 그전에 갖고 있던 생각이 바뀌며 가진 자들의 입장만 옹호하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한평생을 늘 곧은 자세로 산다는 건 그다지 쉬운 일만은 아니다. 하지만 일관된 태도로 산다는 건 그때그때 얼굴을 바꾸는 것보다 당당한 삶이 될 수 있다.


청춘기란 보다 나은 미래를 대비하는 때라고는 하지만 가시덤불과도 같은 시간이 아닐 수 없다. 기성세대들이 만든 질서에 갇혀 늘 마음이 편하지 않고 현실적으로 갖춘 것도 없는데 눈앞에 다가오는 게 바로 군복무이다. 머리를 깎고 군에 입대하면 계급이란 질서 속에서 전역명령이 나올 때까지는 인내와 복종만이 있을 뿐이다. 혹자는 이러한 군복무과정 동안에도 알게 모르게 내적인 발전이 있다고 한다. 역사에서 갑오개혁과도 같이 자율적이지 않은 개혁도 개혁이라고 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일지 모른다.


군대란 곳은 겉으로 보기에는 완벽한 체계를 갖춘 조직이다. 지휘와 보고 및 명령 체계 등이 물 샐 틈 없어 보이지만 껍데기를 벗기면 한마디로 모래성과도 같다. 군대 용어로 '가라(가짜)'와 '짜웅(아부)'이 난무한다. 자율보다는 타율에 의존하며 상관의 명령이 곧 법이기에 그러할지 모른다.


전역은 어찌 보면 아프다는 수식어가 붙는 청춘의 마지막 단계일지 모른다. 외부적인 권위와 압박으로부터 해방이다. 사회인으로서 취업과 결혼을 포함해 뭐든 할 수 있고 국민의 의무를 당당하게 마쳤기에 군통수권자까지도 될 자격을 갖추게 된다. 아프기만 한 청춘기를 지나면 무지개와 같은 하늘 그리고 꽃길이 마구 펼쳐질 것만 같아진다. 하지만 그 후에도 새로운 차원의 아픔이 찾아오는 게 인생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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