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물이 그것도 국가 지도자란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살면서 남긴 족적을 보면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교차한다. 어떤 이는 태어날 때 무척 어려운 환경에서 시작하여 갖은 고생을 하며 야심과 미래에 대한 도전의식을 갖고서 대단한 업적을 남기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 업적과 함께 치부라는 것이 있어 뒷맛이 씁쓸해지기도 한다. 하늘에 태양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고 봉우리가 높으면 골도 깊은 법인가 보다. 모르긴 해도 인류의 역사상 예수, 부처, 공자와 모하멧 정도를 제외하면 손 까락 질 받을 일이 없는 사람은 드물지 않을까 싶다.
공과 과를 놓고 볼 때 가장 얘깃거리가 많은 경우라면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에 김일성까지 해당되리라 본다. 사람들마다 인물을 평가할 때 공이 많으므로 과는 덮으려 하는 사람도 있고 아직도 이름만 나오면 이빨을 뿌드득 가는 사람도 있다. 이토록 이들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는 것은 이들은 공이 분명히 있지만 과가 있고 그 과의 정도가 감내하기 어려운 정도이기 때문일 것이다.
박정희, 전두환, 김일성은 내가 어린 시절 살아서 국가를 통치했던 인물이었지만 이승만의 경우는 내가 태어나기 전에 국가를 통치하다 1965년 세상을 떠난 인물이다. 그는 해방 후 대한민국을 건국했던 정치인이라고 한다. 당시 대한민국은 해방은 되었지만 국제법상 독립국가가 아니었는데 카이로 회담에서 정식 국가로 승인되게 한 것은 이승만의 공이라고 한다. 그는 대한민국이 수립될 때 좌우합작이란 걸 반대하고 남한만의 단독정부를 세웠던 사람이다. 다시 말해 그는 공산주의의 정체를 꿰뚫어 보고 공산주의자와는 어떠한 대화도 거부했다. 그로 인해 결국 분단이 되었는데 그도 그 책임은 면할 수 없다. 하지만 현재 김정은과 그 기득권 집단이 핵무기를 가지고 장난치는 걸 보면 왜 이승만이 북과는 상대하려 하지 않았는지 수긍이 가기도 한다. 이승만이 늘 도마 위에 오르는 치부는 권력을 잡고 유지하기 위해 친일파들을 등용함으로써 친일 청산을 하지 못했고 조봉암과 같은 정적들을 있지도 않은 죄까지 덮어씌워 빨갱이로 몰아 사형대로 보낸 사실이다.
박정희의 경우 한국전쟁 이후 최빈국이던 대한민국을 현재 수준의 선진국가로 끌어올리는데 기여한 공을 누구도 쉽게 부인하기 어렵다.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가난한 생활을 하며 가난을 추방하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통치자였고 자신이 수출 관련 회의를 직접 주재했고 경부고속도로 건설 현장을 직접 다니며 진두지휘했던 열정을 따라갈 지도자는 찾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쿠데타로 권력을 잡았고 임기를 채운 후 3선 개헌을 한 후 영구 집권을 하려다 최측근이 쏜 총에 맞아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던 영욕의 인물이기도 했다.
전두환은 박정희 아래서 친위대의 선봉장으로 커왔던 인물로 박정희가 갑자기 죽고 난 다음 권력 공백 상태에서 대권을 놓고 경쟁하던 정치인들을 모두 권력에서 몰아내고 과거 헌법 그대로 체육관 대통령이 되며 7년간 권력을 잡고 통치하였던 인물이다. 자신의 정치적 경험 및 통치능력 부족을 겸허히 인정, 당시 최고 엘리트들을 부처별로 최일선에 배치시켜 특히 집권 초기의 물가 안정과 고도성장을 이끌었던 점을 그의 치적으로 든다. 하지만 늘 원죄로 도마에 오르는 것이 12.12와 5.18이다. 또한 평화적 정권교체를 한다고 했다가 갑자기 말을 바꿔 호헌을 선언하다 국민의 저항에 부딪치자 직접선거로 당선된 후임자 노태우의 권력 막후에서 상왕 노릇까지 하려다 이를 간파한 노태우에 의해 5공 청산이란 미명 하에 백담사로 쫓겨간 영욕의 인물이기도 하다.
김일성은 동족이지만 우리의 적국이 되어 버린 북한의 통치자로 해방 후 혼란스러운 정국에서 고도의 정치 수완을 발휘하며 36세의 젊은 나이에 권력을 잡고 자신의 정적이던 박헌영 포함 남로당 소속 좌익 인물들을 깔끔하게 숙청하고 46년간 집권해 온 인물이었다. 그가 권력을 쥔 것은 유산층이었던 친일 자본가들의 재산을 몰수, 국유화하여 무산 계층에게 배분하며 그들로부터 '위대한 아바이 수령' 칭호를 이끌어 냈기에 가능했다. 이러한 정치적 역량을 바탕으로 마치 왕과 같이 장기간 집권한 통치자는 유사 이래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모습 이면에는 전쟁을 일으켜 수많은 사람을 죽거나 이산가족이 되게 했고 분단을 어떻게든 막으려 했던 김구와 달리 이승만처럼 분단을 극복하지 못하고 권력을 손에 쥔 민족 반역자의 꼬리표가 늘 따라다닌다.
이상으로 해방 이후 남한과 북한을 통치했던 4명의 정치지도자에 대해 살펴보았다.이승만과 김일성은 서로 극과 극으로 우익과 좌익을 대표했던 인물이었지만 둘은 항일운동을 하였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하지만 이승만은 친일 인사들을 등용했던 실용주의자였던 반면 김일성은 친일파의 재산을 몰수했고 이들을 권력 중심부에 두지는 않았던 걸로 보아 어느 정도의 친일청산은 했던 걸로 보인다. 박정희, 전두환은 왜놈들이 통치하던 나라에서 교육을 받았으며 박정희는 특히 천황에 대한 충성심이 남달랐으며 이를 바탕으로 권력을 향해 달려갔던 인물이기도 하였다.
이상의 네 명의 통치자에 대한 역사적인 평가는 현재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고 보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직 꽤 큰 시각차가 존재하는 듯하다. 나만해도 한때 특히 20대 때에는 박정희, 이승만과 전두환은 인간으로 보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때의 시각으로 볼 땐 김구만이 의로운 인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직 노망은 오지 않은 환갑을 앞둔 현재 시각에서는 이 인물들도 색깔은 다르지만 현재의 대한민국이 있도록 나름 노력과 기여를 했던 지도자들이란 생각을 조금씩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