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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봉기 Mar 19. 2022

가난의 극복

현재는 대한민국이 눈부신 발전을 하여 누구나 조금만 일하면 기본생활 정도는 할 수 있다. 과거 70년대에는 중하류층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에도 지금 못지않게 교육열은 무척 높았다. 자원도 없는 나라이다 보니 인재로 먹고살아야 했고 가난을 면하기 위한 유일한 대안도 교육이었다. 대학을 졸업하면 급여나 직업 안정성이 고졸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그때는 못 사는 집에서 명문대를 진학하는 경우도 꽤 있었고, 고시 등을 통해 개천에서 용이 나기도 하였다. 우리가 아는 유명인사들 중 그러한 경우가 있다. 전직 대통령 노무현과 현직 대통령 문재인이다.


내가 졸업한 고등학교에서 1982년도에 S대를 입학한 친구가 총 42명이었는데 그중 집안 사정이 좋지 못해 등록금이 면제되었던 경찰대학을 합격하고도 가지 않은 친구가 둘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은 S대 경영학과 또 하나는 S대 의예과로 진학하였다. 내가 고2 때부터 입시제도가 바뀌어 과외가 금지되고 본고사 대신 학력고사와 내신성적으로 대학을 진학하였다. 따라서 집이 가난한 경우나 부유한 경우나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어 자기 노력만으로 입시를 치를 수 있었던 이 교육개혁을 전두환의 치적이라 떠들기도 하였다. 과외를 하지 않으면 대학 본고사를 합격하기 어렵던 시절엔 청소부도 자식을 대학에 보내려면 과외를 시켜야 했다는 웃지 못할 얘기도 있었다.


어릴 때 가난한 집에서 공부를 잘했던 친구들에 관한 기억이 있다. 한 친구는 부친은 일하지 않고 모친이 중소기업이 제조한 가정용 전기제품을 집집마다 다니며 영업을 해서 가정을 꾸렸는데 그 친구는 두뇌가 좋아 초등학교 때부터 늘 시험을 보면 반에서 1등을 했다. 그는 공부 외에도 제반 분야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사고력을 가졌으며 성격도 모나지 않았던 친구였다. 결국 그는 치대에 진학하여  치과의사가 되었는데 지금도 고객 관리를 잘하여 늘 환자가 많고 예약을 해야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정도이다.


또 한 경우는 부친이 6살 때 세상을 떠나고

모친이 가정을 꾸렸는데 공부를 잘하여 S대 공대를 졸업하고 박사가 되어 현재 국내 최고 회사의 계열사 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고교 시절엔 집에서 공부할 여건이 되지 않아 독서실에서 생활하며 학교를 다녔는데 공부도 물론 잘했지만 성격이 원만하고 늘 쾌활하게 생활했던 점이 아직도 기억에 선하다.


내가 중학교 때 한해 위의 선배 하나는 교내 글짓기 대회에서 상을 받았는데 그 글의 내용이 자기 집은 단칸방에 여러 명의 가족이 살고 있는데 바느질하는 미싱과 어린 동생의 울음소리로 간혹 공부에 집중하기가 어렵지만 자기의 집이 세상에서 가장 좋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그 선배도 반에서 늘 1등을 했던 수재였는데 모르긴 하여도 누구보다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지금은 워낙 사교육이 중심이고 학교의 공교육은 곁가지에 불과하여 시골이나  부유하지 않은 집에서 자신의 노력과 의지로 명문대에 진학하는 일은 그림의 떡이 되어 버렸다. 가난이 극복되지 않고 세습되고 부유해야만 제대로 교육을 받아 성공할 수 있는 현실이 통탄스럽기만 하다. 한때 정치권에서 사교육 폐지가 도마에 오른 적이 있었는데 대법원에서 위헌 판결을 받기도 하였다.


과거로 시간을 되돌리기는 어렵고 현재와 같이 가진 자는 계속 부를 세습하고 가진 게 없는 사람들은 계속 가난하게 살아야 하는 어려운 세태가 안타깝기만 하다. 곧 있을 대선에서는 서로 물고 뜯지만 말고 이러한 망국적인 교육 및 사회 여건을 뜯어고칠 수 있는 진지한 토론이 이루어지길 손 모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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