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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봉기 Mar 19. 2022

삶과 승패의 의미

삶에 승패라는 것이 과연 존재하는지 아니면 승패란 것 자체가 무의미하며 누구나 태어나 살다가 수명이 다하면 사라지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삶의 승패의 존재 유무 자체는 꽤 흥미로운 질문일 수 있다. 승패란 게 있기에 그래도 승자가 되려고 좀 더 노력하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발전할 수 있다는 논리가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뚜렷한 답도 없는 인생에서 굳이 승패를 논한다는 게 뭔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우리 삶은 등산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등산은 해가 지기 전까지 정상을 향해 가는 것이며 중간에 휴식도 취하고 숨 고르기도 하며 계속 올라간다. 누구랑 함께 또는  혼자서 묵묵히 가기도 한다. 처음 시작할 땐 물이나 수건 등 준비물도 챙기고 준비운동을 하기도 한다. 대개 처음 30분~1시간이 제일 힘들다고 한다. 그다음엔 몸이 조금씩 풀리고 중간 정도를 가면 아래도 보이고 동시에 정상도 함께 눈에 들어온다. 슬슬 걸음걸이가 가벼워지기도 한다. 그리곤 결국 정상에 도달하여 아래를 내려다보면 그동안의 피로가 씻은 듯 사라지고 성취감을 만끽한다. 그것이 등산이다.


인제는 우리의 삶을 생각해 본다. 등산을 할 때처럼 정상을 바라보며 준비도 하지만 처음엔  막막하고 두려움이 앞선다. 그러다 조금씩 일이 진행되면서 탄력이 붙는다. 그리고는 금세 중간을 지나면 목표를 향해 모든 신경이 집중되며 목표가 달성될 때에는 지금껏 힘들었던 일들이 아련히 사라지고 뿌듯해지며 또 다른 목표에 도전하기도 한다.


등산을 할 때 정상에 오를 생각으로 시작한 사람들 중 일부는 호흡이 조금 거칠어지면 금세 포기하는 사람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산을 정상까지 오르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만일 순위를 정한다면 누구나 끝까지 안간힘을 쓰지만 최후의 승자는 여럿 존재할 수는 없다.


승부라는 꼬리표가 붙는 운동경기도 마찬가지이다. 축구의 경우 승부가 나지 않으면 승부차기까지라도 해서 승부를 가린다. 마라톤 경기에서 공동 우승이란 걸 지금껏 본 적은 없다. 복싱도 그러하다. 세계 타이틀전에서 설령 무승부 판정이 나올 경우라도 챔피언이 방어에 성공하게 되므로 최후의 승자는 챔피언이 된다.


또한 정상에 선 자, 즉 챔피언은 계속해서 방어를 해야 하는데 앞으로 얼마 동안 챔피언 소리를 들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자신보다 강한 도전자가 언제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계속 고달픈 것이고 자신과의 처절한 싸움을 하게 된다. 어찌 보면 언젠가 한 번은 맞이하게 될 패배의 순간을 향해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영화 '퍼펙트게임'처럼 15회까지 승부가 나지 않아 정상에서 동등한 위치에서 함께 웃을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이를 예외적인 걸로 제외하고 승부를 전제로 한다면 웃는 승자의 저편엔 우는 패자가 함께 서있게 된다. 15라운드가 끝나고 승패가 가려질 때 승자는 패자에게 "좋은 경기였다"라고 대개 말하고 패자는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며 마음이 쓰라릴지언정 함께 끝까지 승부를 펼친 상대방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해준다. 마지막 승패가 가려질 때 판정에 불만을 제기하며 번복을 요구하는 경우도 간혹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결과에 승복한다. 우리 삶도 그러할 것이다. 열심히 살고 그 결과는 겸허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또한 이렇게 처절한 인생의 레이스지만 승패가 끝날 때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려온 사람들에게는 모두가 박수를 쳐준다. 그땐 승패도 없고 모두가 함께 동반자로서 서로를 인정해 준다. 그것은 비록 삶이 승부가 있는 레이스라고 할지라도 모두 동일한 조건 속에서 끝까지 룰을 지키며 페어플레이를 하며 달려왔기에 그러할 것이다. 무엇보다 영원한 승자와 영원한 패자는 존재하지 않기에 그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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