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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봉기 Mar 19. 2022

김재익 경제수석

얼마  선거유세 때 윤석열 당선 저가 전두환 관련 발언을 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12.12와 5.18 빼고 정치는 잘했다고 했는데 그때 나온 인물이 김재익 (1938~1983)이었다. 김재익을 발탁, "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야"라고 하며 전권을 주었는데 경제가 놀라게 좋아졌단 얘기이다. 나는 그에 대해 대학 때부터 교수 한분이 자신과 김수석과의 개인적인 친분을 말해 주기도 하여 개인적으로는 관심을 가지기도 하였다.


김재익은 어려서 집안 사정이 어려웠지만 총명한 두뇌로 천재란 소리를 들었다. 경기고 시절 가난하여 학교 다니기가 힘들어 2학년을 마치고는 검정고시로 서울대 정치학과에 입학했다. 졸업 후 한국은행에서 일하다 경제학을 공부하러 미국에 유학 갈 때 남덕우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리고 명문 스텐포드대에서 계량경제학으로 박사를 받아 한국은행에 돌아왔다.


그의 자질을 익히 알던 경제기획 원장 남덕우는 그를 경제기획원으로 불렀다. 경제기획원은 고시를 합격해야만 갈 수 있는 곳인데 그는 특별히 영입된 경우였다. 그리고 기획원의 부서를 하나 맡겼는데 기획원에서는 독불장군 내지 백면서생이란 평을 들으며 존재감이 미약했다고 한다. 그러다 국보위 때부터 전두환의 경제 개인 가정교사로 경제를 가르쳤다. 당시에 전두환은 경제 공부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여 수시로 전화를 해서 물어보았다고 한다. "아까 설명 들을 때는 알겠는데 다시 보니 잘 이해가 안 되네. 한번 더 설명해주시오."라는 식으로. 그 후 전두환이 대통령이 될 때 그에게 경제수석 자리를 제안했는데 그는 몇 가지 조건을 요구했다. 첫째, 정치 비자금 관련한 일에서 제외시켜 줄 것. 둘째, 경제는 간섭받지 않고 일하도록 해줄 것이었다.


그가 일을 맡았을 당시 물가가 20%를 넘는 수준이었다는데 그는 짧은 기간 동안 한 자릿수로 낮추었다. 그가 추진했던 경제정책은 일반 경제관료들이 추구했던 것과는 달랐고 따라서 견제를 꽤 많이 받기도 하였다. 서석준 부총리는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운용을 강조했지만 김수석은 가진 돈을 필요시엔 과감하게 풀어서 성장을 도모하였다고 한다. 그의 말은 돈을 풀면 효과가 나는데 중요한 것은 양보다 속도라는 것이었다. 당시엔 세계적인 3 저현상도 있어 그의 정책은 더욱 성공적일 수도 있었던 것 같다.


그는 대통령에게 경제 관련 브리핑을 할 때 A4지 한 장에 '경제성장',  '국제수지', 물가'를 세 가지 큰 항목으로 하여 그 아래 각각의 세부 항목을 넣어서 설명하였다. 예를 들면 '물가'란 항목에는 '공무원 임금인상률' 등을 넣어서 관리했다. 한 번은 대통령이 공무원 대상 연설을 하려 스스로 준비한 원고를 봐달라고 했다는데 그는 보고서 놀랐다고 한다. 그 이유는 손 볼 때가 하나도 없이 거의 완벽했다는 것이다. 그리곤 대통령이 농촌에 가서 농민들과 대화를 할 때 쌀값을 올려 달라고 하자 "그러면 공산품 가격이 따라 올라 당신들이 결국 손해를 보게 돼"라고 대응하기도 했다고 한다.


김재익은 자신의 모친이 인플레이션이 뭔지 묻자 "인플레이션은 쉽게 말해서 가격에 물을 타는 것"이라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하였다. 외국의 주요 경제 및 정치 관련 인물들이 한국을 방문할 때 한국 경제에 관한 그의 브리핑을  들으면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김재익 주변의 지인들 말이 그는 경제 외에도 천문학에까지 상당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던 천재형 인간이었고  자신에겐 엄격했지만 남들에겐 무척 관대했다고 한다. 위에서 언급했던 대학시절의 한 교수의 말은 자신이 하와이에서 석사과정을 할 때 김재익과 알고 지냈는데 한 번은 미국을 가려고 여권을 신청했는데 계속 늦어졌다고 했다. 너무 힘들어 김재익에게 한번 부탁을 해 봤는데 그는 "나쁜 놈들이 공부하는 사람에게 여권을 안 해줘"라고 화를 내었다는데 바로 다음 날 여권이 나왔다고 하며 "권력이 좋긴 좋나 보다"는 말도 했다.


그는 83년 버마 랭군 사건 때 46세란 아까운 나이에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김수석 외에도 버마에서 목숨을 잃었던 사람들은 각 분야별로 당시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엘리트란 소리를 듣던 아까운 인물들이었다. 그가 계속 경제 관련한 일을 했더라면 한국의 경제가 훨씬 좋아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얼마 전 노태우가 세상을 떠났고 전두환을 아직도 욕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훌륭한 인물을 등용하여 그들에게 전권을 맡긴 것은 욕할 수만은 없다고 생각한다. 현재 부동산 포함 제반 경제분야에서 문제가 생긴 것은 분야별 전문가에게 전권을 일임하지 않고 자기네 사람들만 등용해서 그런 것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정치와 종교는 잘못 얘기하면 싸움 난다고 하지만 잘못한 건 욕을 해도 잘 한 건 잘했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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