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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김먼지
Aug 22. 2024
가짜배려를 끝내고싶어서
제발 내삶을 좀 살아볼까
남편에게 이혼 얘길 꺼냈던 날은
나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지는 날이었
다.
인간으로 태어나져서 살아가는 것 뿐인데
왜 이렇게 인간으로 살아있는 것 자체가
역겹고 지겹고 지치는걸까.
왜 우리는 둘이 살아 행복한 결혼을 해놓고
둘이 있어도 외로운 채로
둘이 한 공간에서 다른 미래를 꿈꾸며 살고 있을까.
나는 어디서부터 잘못된거고
어디로 가야하는지를.
어떻게 앞으로 나아가야하는지를 생각하는 건
자존감이 지하벙커로 들어가버린 내 자아에게
너무 버거운 일인 것 같다.
무언가 대단한 사명을 지워야만 내가 움직여질 것 같고
성격대로 어느 것 하나에도 의미부여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정신병이 도진 것처럼
뭐라도 하고 있어야 내가 살아있다는 확신이 드는것처럼.
일하는 남편의 힘듦을 모른척 하지 못해서 봐주는 편의들이 나에게 강박으로 다가오는 내 마음상태가.
그렇게 7년을
남편과
가게를 위해 내어준 시간에 대한 보상으로 나는 공부를 선택해놓고도,
남편에게 필요없는 존재가 되지 않기 위해 큰그림을 그리고 열심히 인내한 내 마음이
바닥이 난 것 같았다.
아니 정확하게는 이제 곧 바닥이 날 것만 같다.
팔다리 다 잘려도 내가 먹여살려야지 하고
결혼을 마음먹었던 9년전의 내가
얼마나 치기어리고 어리석은 편협한 사람이었는지.
흠씬
팩트에
두들겨 맞은 뒤에도 아직도 정신못차린 것 같은 나는
상당히 비효율적인 이타주의자가 되어있다.
내가 마음의 여유가 있어 내어주는 배려가 아닌
타인의 눈치를 먼저 살피는 성격이 만들어낸 가짜배려.
나는 가짜배려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정말 괜찮아서가 아닌
괜찮아야 해서 괜찮은 배려들
결국 내멋대로 하면 나를 싫어하는 게 겁이 나서
자유가 아닌 눈치로 사는 배려.
"
제발 니 삶을 살아.맨날 그렇게 살다 죽으면 억울할걸."
수많은 사람들이 내 손을 잡아도보고 어깨를 흔들어보고 소리도 질러봐도 와닿는 게 없어서, 그렇게 여전히 못 살고 있는 그 삶
나만을 위해 사는 삶이라는 거
그걸 어떻게 하면 가질 수 있는지를
거창하게 생각하고 두려워했던 것도 같다.
가만히 거실에 앉아 의미없는 채널돌리기를 하다가
문득.
오늘 오후 4시에 상담이 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 상담이
내가 내 삶을 제대로 살기 위한 첫 걸음이 되리라는 확신이 든 건 상담자와의 1시간짜리 상담이 끝날 무렵이었다.
"남편을 위해 남은 생을 살건지,
본인 자신을 위해 본인의 생을 살건지,
내일 다시 얘기하도록 하죠."
keyword
배려
결혼
인간
김먼지
찌질한 문학처돌이. 삶과 죽음을 사유하는 인간으로서, 이번생은 구구구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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