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로 핑계대지 않는 삶
중요한 건 이 세상은
내가 나이 가 많아서
나는 이제 늙어서
라는 게 통하지 않는다는 것.
머리가 번쩍 하는 ebs영상 하나를 봤다.
한 할머니가 나와서 알파벳을 외우시는데
혼자 사시는데 95살이라니.
자식들이 돌보시나 하니 그것도 아니고.
18살에 결혼해서 7남매까지
호강도 못시키고 키웠는데
다들 잘 커서 당신이 호강한다고
자기가 잘키웠다가 아니라
자식 덕을 본다고 말하시는 것부터가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너 키우느라 이렇게 됐는데 하며
자식들 주변 사람들 괴롭히는 게 아니라
생각 자체가 긍정적이고 독립적이면서도
어우렁더우렁 사는 맛을 아시는 분 같았다.
허허 말끝마다 웃으시며
알파벳 배워 제주도 가는 비행기도
혼자 타러 가시는 95살 할머니라니..
89살 나의 친할머니,
71살 나의 외할머니 돌아가시기 전보다
10살 20살은 훨씬 더 젊어보이는 숙희할머니.
동네 막내할머니들한테 마실 가실 때도
귤 과자 봉지에 챙겨 가시는 모습 보니
저 할머니는 애초에 삶의 태도 자체가
자식과 타인에 의존하는 삶이 아니라
스스로 책임지는 삶을,
그러면서도 이웃과 연대하며 베풀고 살아오셨음이
일상에 배여있는 듯 하다.
동네 이장님 부부 초대해서
할머니들끼리 부침개 해서 먹고
한 날은 7남매 중 6남매 할머니집에 모여
옹기종기 모여 잠을 자고
아들한테 멧돼지도 있으니
고사리 뜯으러 산가지말라 잔소리도 듣고
경치좋은 마을 평상서 아들이랑 수박도 먹고
자식들이 할머니랑 자려고 거실에 이불펴고 자고
7남매 중 오지 못한 딸 만나러
저 나이면 다들 자식이나 손주가 같이 차타고 모시고 갈 제주도 여행길을,
그것도 혼자 티켓팅해서 제주가는 비행기표를 사시는 걸 보고 정말 놀랐다.
자기자리를 찾을 때에도 젊은사람 찾아 물어볼 생각보다 내 힘으로 찾아 앉으시는 모습이 여느 노인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누군가에게 이것좀 하고 물어보기보다
내가 알아서 사용할 줄 알면 좋다고 해서 배웠다는
알파벳.
이 할머니 천자문도 외우신다.
멋있어....95살 맞으신가 자꾸 눈비비고 본다.
이 방송 나오고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지만
계속 건강하게 사시면 좋겠다.
그리고 내게 다가올
40대부터의 인생을 어떻게 살지
그냥 생존만 하는 인생이 아니라
배우며 사는 인생.
남에게 도움받을 생각이 아니라
도움주면서 살 생각.
그 도움조차 주지 못할 정도라면
내 힘으로 건강하게 살 생각.
내가 나 하나도 못지키는데
감히 누굴 건사하고 돕겠나 하는 생각.
생존이 이어져야 생활을 하는 것이지만
그 생존이 타인의 희생을 전제로 하지 않도록
내 선택이 가족을 포함한 타인을 침범하는 결과를 낳지 않도록,
작은 것 하나도
의지는 해도 의존은 하지 않을 수 있게.
마음을 다잡아본다.
건강이 근본이다.
건강한 생각이 삶의 근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