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게임이 깨버린 색안경
백프로 날것의 그것은 아니지만,
사람이 극한의 상황에 내몰릴 때, 본성이 나온다고 한다.
연예인들 일부는 (특히 배우나 아이돌) 예능프로그램이 나오는 걸 소속사에서 관리들어가는 이유가 그런 이미지를 줄 수 있거나 오해하게 할 소지가 있기 때문에 출연을 막는 것 같기도.
요즘 내가 좋아하는 배우 최다니엘이 최저씨로 나오는 게 너무 좋다. 그사세에서 그냥 밉상 밉상 개밉상으로 송혜교를 짝사랑하는 양수경일 때랑 하이킥에서 스마트한 의사 이지훈으로 나온모습이 너무도 달라서 더 좋았는데, 이거 뭐 나혼자산다 느낌이 강한 예능 맡으니 구씨 저리가라다.
양날의 검을 가진 예능이기에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시청자와 제작진 의도, 사건들과 그 시점에 따라 어마어마한 영향을 받는 듯 하다.
그러나 그 제작진과 숱한 변수들을 제외하고라도,
터진 인성은 어디서나 티가 나게 마련이다.
그것이 감추고 감추다가 터지든,
늘 그렇듯 티가 넘쳐 흐르듯,
사람의 타고난 성향은 쉽게는 바뀌지 않는다.
만들어진 모습으로 노력조차 하지 않는 인성은 그야말로 무서운 속도로 악플에 시달리겠지만
또 다른 기회로 진솔한 모습을 보여 긍정적 반응을 끌어낸 주역은 그 이전의 이미지를 상쇄할 수도 있다.
나는 서바이벌류 방송을 원래 좋아하지 않는다.
승부욕도 없는데 죽기살기로 살아남는 서바이벌 프로는 뭔가 볼때마다 재미보다는 불편함이 느껴져서.
그런데 지금 보니 그 불편함은 승부욕 없는 내가 그런 서바이벌에서는 제일 먼저 죽겠구나, 하는 인정과 선입견 또는 편견에서 유래했지 싶다.
그리고 그 색안경은 피의게임3의 장동민이,
그리고 피의게임2 파이와 이진형이 깼다.
옹당샘 시절 입담은 있지만 건들거리던 이미지와 유세윤 유상무와 깐족거리는 모습으로만 보여진 불편함.
머니게임(정주행 하지 않음)에서 욕먹으러 작정하고 나온 줄 알만큼 악성댓글에 시달릴 패악질을 부리던 파이.
피의게임에서 수능만점자인데 AI라는 별명을 달고 나오던 이진형.
하도 악플에 시달린 그들이지만 당당하게 방송에 나와 자신들이 나온 프로를 같이 리뷰하기도 하고, 사는 얘기도 간간히 나누는 모습이 서바이벌프로그램에서 보인 모습과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
과몰입러들을 현실에 살게 해줄 서출구 유튜브와 라디오스타같은 또다른 예능이 있어서 다행이다.
내가 너무 좁은 시각으로 사람들을 보고 있구나,
하는 걸 알았다.
실제 겪어보지도 않은 연예인들을 방송에서의 언행, 이미지로 판단한 건 꽤 위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서바이벌 싫다는데 굳이 거실서 자꾸 틀다가 나를 보게 하려고 쇼츠를 열심히 보여준 너구리남편에게 고맙다.
이렇게 하나의 닫힌 문이 열린다.
정치도
종교도
우리가 사는 지금 사회도
이렇게 닫힌 문이 조금씩 열리다보면
그렇게 다양한 세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혐관과 갈라치기보다
팩트로 토대를 쌓은 다양한 인정이 오가는 토론과
거대하고 안정된 시스템의 뒷받침이 버티는
멋진 신세계가 도래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러다 정치 종교 예능도 만들어내는 천재PD가 나타나면 좋겠다. 아마 아무도 건드리려 하지 않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