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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먼지 Dec 25. 2023

곁에 없어도 메리크리스마스

환생유니버스가 있다면

너와 다른 세계에서 언젠가 한번의 생을 다시 마주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그런 마블히어로물같은 기가막힌 유니버스가 우리에게도 펼쳐질 수 있다면.

나는 덕구를 만나서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아껴서 나눠주던 고기들과 간식을 덩어리째 입에 넣어주고 싶다.


이번 크리스마스는 니가 없어 너무 이상하다고,

적당히 놀다가 들어와서 자고 가주면 좋겠다고.

동생부부가 부산에 가서까지 사온 예쁜 디저트들과 함께 안주로 구구 사진들을 같이 보며 즐거운 대화의 장을 열어나갔다.

너무 예쁘다며 동생이 빠져서 사온 꽃모양의 초.

내 강아지들을 나보다 더 예뻐해주는 동생부부와 2박3일간 주말을 보내면서, 덕구의 빈자리를 너무 슬퍼하지 않게 보냈다.

끊임없이 음식을 해먹고, 시켜먹고, 술잔을 기울이며 옛날추억에도 젖어들면서.

"덕구 없으니까 진짜 조용하긴 해.."

"오늘같은 날 덕구 있었으면 진짜 여기 진작 아사리판 났어. 하하."

"덕구 사진보니까 보고싶다."

"오늘은 더 보고싶다.."

넷 다 눈물이 차오르지만 어느 누구 하나 울음을 터뜨리지는 않는다.

한 사람이 시작하면 그 누구도 멈추지 못할 슬픔인 걸 아주 잘 알고들 있기에.


짧으면 짧았을 6년의 시간을 우리에게 선물해준 덕구에게 빈자리의 슬픔과 아쉬움만큼의 그 존재 자체의 사랑스러움을 알게 된 것이 내 삶의 장 큰 행복이었음을. 말해줄 날이 올까.


너를 만나서 나라는 사람이 인간적으로 살고 싶어지더라고,

더 좋은 사람으로 세상을 떠날 때 후회하지 않을 삶을 살겠다고,

그런 욕심이 생기게 되었다고.

말해주고 싶은 크리스마스여서.


매년 거창한 것 없이 흘러가던 일상들이지만, 올해 크리스마스는 동생부부와 함께 소박한 한끼들을 나누며 이야기꽃을 피우며, 시끌벅적한 가운데 고요함이 대비되는 해인 것 같다.


초에 불을 붙이면 멜로디까지 나오는 섬세한 꽃모양 케익초
새벽 4시까지 잠들지않는 처제와 형부사이
이모온다고 싫어하는 패딩조끼 입어본 김복구

사랑하는 존재들, 소중한 이들과 함께 보낸 주말과 크리스마스에

우리 막내도 즐거운 날들 속에 한번은 빼꼼 고개 내밀고

잠시나마 우리의 그리움을 알아주기를.


사랑해 덕구야.

보고싶은 내 아가.

덕구의 메리크리스마스를 기원하며

이제 또 열심히 눈도 치우고 집도 정리하며 남은 2023년을 잘 보내기 위한 준비를 해본다.


모두 메리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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