쫑무다리의 콧바람 일기

06 뽕따색 바다가 너무 아름다웠던 말레이시아 르당

by 쫑무다리

"오빠 여기 좀 봐봐"


2014년 두 번째 결혼기념일을 앞두고 있던 8월의 어느 여름. 인터넷을 검색하던 아내가 너무나도 아름다운 바다가 있는 섬을 발견했다면서 나를 불렀다.


"우와. 바다 색깔 정말 예술이네. 어떻게 이런 색깔이 나올 수 있지?"


"그렇지. 진짜 예쁠 거 같지. 여기가 말레이시아 르당이라는 곳인데 정말로 예쁠까?"


"궁금하면 가보면 되지. 가자~ 뽕따색 바다가 있는 르당으로."


아내가 어떻게 이런 곳을 발견했는지 엄청 신기했다. 그렇게 2014년 쫑무다리 부부의 결혼 2주년 기념 여행지는 말레이시아 르당으로 정해졌다.


떠나기에 앞서 르당이 어떤 곳인지 정보가 필요했다.


우리가 알아낸 르당은?


1. 말레이시아 동북쪽에 위치한 섬으로 맑고 깨끗한 바다와 하얀 모래사장이 유명한 곳.

2. 섬 전체가 말레이시아 정부에서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는 해양공원이라는 것.

3. 몬순의 영향으로 대부분의 리조트가 10월에서 3월까지만 운영을 하고 나머지 시기에는 문을 닫는다는 것.

4.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매우 낯선 곳이지만 전 세계 다이버들에게는 이미 유명한 곳


르당에 대한 정보를 알았으니 일정을 정할 차례.


인천-쿠알라룸푸르(1박)-말라카(1박)-쿠알라룸푸르(1박)-르당(2박)-쿠알라룸푸르(1박)-인천 이렇게 정했다.


비행기는 에어아시아. 이때 에어아시아 가격은 정말 저렴했던 것 같다. 전체 항공료가 50만 원이 채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승객이 별로 없어서 누워서 갔다가 누워서 돌아왔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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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로나스트윈타워-바투동굴-센트럴마켓-잘란알로 야시장 등 볼거리와 먹거리가 넘쳐났던 쿠알라룸푸르와 동서양의 문화가 얽힌 독특한 매력으로 인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말라카에서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이 친구들은 이번 여행의 조연일 뿐 주연은 르당이었다.


쿠알라룸푸르에서 르당까지 이동은 험난하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쉽지도 않았다.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KLIA) 2 터미널에서 첫 비행기를 타고 약 1시간을 날아 쿠알라트렝가누 공항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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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알라트렝가누에 도착을 했으니 르당으로 가는 배를 타기 위한 선착장으로 가야 했다.


나중에서야 알게 됐지만 쿠알라트렝가누에서 르당으로 가는 배를 타기 위한 선착장은 메랑제티(Merang Jetty)와 샤반다르 제티(Shabandar Jetty) 두 곳이었고, 샤반다르 제티가 공항에서 훨씬 가깝고 르당으로 가는 배편도 많았다.


또 이때 당시 우리가 예약한 사리퍼시피카 리조트 옆에 있는 라구나리조트는 자체적으로 운항하는 배가 있었고, 이 리조트를 예약한 사람들은 리조트에서 제공한 버스를 타고 공항에서 선착장으로 이동하는 것 같았다. 사리퍼시피카 리조트에 전화를 했더니 알아서 들어와야 한다는 답변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이럴 줄 알았으면 라구나로 예약할걸..." 하는 후회도 잠시, 르당으로 가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했다.


공항에서 택시기사분께 "르당"을 외쳤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타라고 한다.


그렇게 공항에서 약 50여분을 달려 도착한 선착장. 과연 여기가 선착장이 맞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우리 부부 눈앞에 작은 스피드보트가 한 대가 보였다. 엄청 당황했지만 보트에 타고 계신 분께 "르당"이라고 하니 타라고 손짓을 한다. 비용을 내긴 했는데 너무 오래돼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택시기사 분이 우리 부부를 내려준 곳은 대체 어디였을까? 메랑제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아직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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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스피드보트를 타고 40여분을 달려 도착한 르당. 트랙터처럼 생긴 이동수단을 타고 숙소인 사리퍼시피카 리조트로 이동했다. 힘들긴 했지만 드디어 르당에 도착했다.


숙소에 도착하니 비로소 뽕따색 바다가 눈에 확 들어온다. 와~~~ 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뭐 그리 대단한 곳에 가겠다고 아침부터 그 고생을 하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네 이곳은 정말 대단한 곳이 맞습니다."라고 대답할 정도로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환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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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왜 많은 유럽사람들이 이렇게 먼 곳까지 여행을 오는지 알 것 같았다. 복잡하고 시끄러운 도심을 떠나 화려하지 않지만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조용하면서도 평화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DSC03830.JPG 문을 열고 바로 해변으로 달려갈 수 있었던 숙소의 외관. 우리 부부는 이곳에서 2박 3일을 보냈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지만 2014년 당시 르당에는 리조트 외에는 다른 즐길거리는 아무것도 없었다. 사람들이 관광객들을 위해 만들어 놓은 편의시설이라고는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수영, 스노클링, 스쿠버다이빙과 선베드에 누워 책 읽기 정도? 하지만 요란하고 화려한 문명의 이기를 떠나 진정한 힐링을 원한다면 최고의 여행지가 아닐까 싶다.


이곳에서의 식사도 재미있었다. 내가 묵은 숙소에서 아침, 점심, 저녁 삼시 세 끼를 해결할 수도 있지만, 주변에 위치한 다른 리조트에 가서 식사를 해결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2박 3일 동안 묵었던 사리퍼시피카에서만이 아니라 라구나리조트 등 주변에 있는 리조트를 돌면서 식사를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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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당에서의 2박 3일은 너무도 완벽했다. 숙소의 문을 열고 30초만 달려 나가면 뽕따색 바다에 뛰어들 수 있었고, 질릴 만큼 르당의 바다를 만끽했다.


리조트에서 운영하는 스노클링 프로그램이 있어 신청을 했다. 배를 타고 섬을 돌면서 르당의 바닷속을 경험하는 것이었는데 바로 내 앞에서 유유히 헤엄을 치고 있는 바다거북을 만날 수 있었고, 아름다운 산호와 다양한 종류의 열대어들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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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바로 앞 해변에는 이렇게 선베드와 파라솔이 있어 언제든 이용이 가능했다. 워낙 바다색이 예뻤기에 선베드에 누워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힐링이 됐다.


2박 3일 동안 원 없이 선베드에 누워서 책도 읽고 잠도 잤던 것 같다. 특히 선베드에 누워 책을 읽다 보면 산들산들 불어오는 바람으로 인해 나도 모르게 스르륵 잠이 들기도 했다.


르당에서는 그저 먹고, 놀고, 쉬었던 것 같다. 2박 3일 동안 고요한 휴식을 제대로 즐겼다. 시끄럽고, 복잡하고, 앞만 보고 달렸던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조용하고, 여유롭고, 바쁜 일상을 잠시 멈추고 숨을 고를 수 있는 시간을 보냈다.


뉴칼레도니아 일데팡 오로풀에 가보기 전까지 내가 태어나서 본 가장 아름다운 바다가 그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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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쫑무다리의 콧바람 일기' 다음 여행지는 중국 상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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