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짧지만 인상 깊었던... 2박 3일 중국 상하이
"자기야, 이번 설 연휴에 부모님 찾아뵙고 나면 3일 정도 시간이 날 것 같은 데 짧게 어디라도 다녀올까?"
2015년 설 명절을 일주일 앞두고 아내에게 이런 제안을 했더니 아내도 좋다고 한다.
"그럼 어디를 갈지 정해야 하는데"
"2박 3일이면 멀리 갈 수도 없고... 중국 상하이 어때?"
그렇게 우리 두 사람의 여행지가 중국 상하이로 정해졌다.
"자기야, 그런데 중국 가려면 비자가 있어야 하는데 일주일 만에 비자가 나올까?"
"오빠, 여래항공이란 데가 있는데 여기에서 별지비자를 받으면 될 것 같아."
아내의 말에 여래항공에 문의전화를 넣었다. 출국까지 일주일 밖에 남지 않았는데 비자발급이 가능하냐고 물었더니 가능하다고 한다. 바로 신청을 했더니 4일 만에 별지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중국 상하이 여행은 비자발급부터 항공권 구입, 숙소까지 번갯불에 콩 볶듯이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아내와 나는 2박 3일 일정에 맞게 핵심적인 것들만 보고 오기로 했다. 2015년 2월 18일 오전 동방항공을 타고 상하이로 날아갔다.
2시간의 짧은 비행 끝에 상하이 푸동공항에 도착했다. 오늘의 첫 일정은 명청시대의 대표적 강남정원인 예원 찾아가기.
푸동공항에서 자기 부상열차인 마그레브를 타고 롱양루역으로 이동해 지하철 2호선으로 환승한 뒤 난징동루역에서 내려 10호선으로 갈아타고 한 정거장만 가면 예원에 갈 수 있다.
명청시대 대표적인 강남정원인 예원은 1559년 명의 관료인 반윤단이 부모님의 편안한 노후를 위해 지은 정원으로 18년의 공사 끝에 완공했다고 한다.
수많은 인파를 뚫고 들어간 예원. 넓기도 넓고, 볼거리도 많았다. 고풍스러운 건축물, 다양한 연못, 정교한 조경이 어우러져 탄성이 절로 나왔다.
예원을 둘러봤다면 반드시 가야 할 곳이 있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반드시 둘러봐야 하는 역사의 현장. 바로 대한민국 임시정부 유적지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1919년 4월 11일 상하이에서 수립됐고, 이후 1932년 4월 윤봉길 의사의 의거를 계기로 항저우로 옮겨갈 때까지 13년 동안 상하이에서 활동하였다고 한다.
조그만 3층 건물인 임시정부 유적지. 임시정부 주요 인사들의 사진과 당시 사용했던 태극기, 임시정부 활동과 관련된 각종 자료들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뭉클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슴이 아프기도 했다.
목숨을 걸고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애쓰신 독립운동가 분들의 희생에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가슴 뭉클한 경험이었다.
임시정부까지 둘러보고 나니 어느덧 날이 어두워졌다. 아름다운 상하이의 야경을 보기 위해 와이탄으로 이동했다. 아름다운 서양식 건물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유명한 와이탄. 그 명성답게 오래된 서양식 건축물들이 웅장한 자태를 뿜어내고 있었다.
와이탄과 푸동에서 시간을 보낸 뒤 다시 예원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이곳의 밤도 너무나도 인상적이었다. 낮에 봤던 것과는 전혀 다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중국식 건축물에 조명이 더해지니 "우와" 감탄사를 내뱉는 것 외에는 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상하이에서의 둘째 날. 호텔에서 뒹굴거리다 여유 있게 이날의 일정을 시작했다.
둘째 날은 상하이에서 가장 오래된 수향마을로 동양의 베니스라고 불리는 '주가각'을 찾았다. 푸안루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약 1시간가량을 이동했다.
수향마을답게 아름다운 물길이 형성돼 있었고, 보존상태도 아주 훌륭했다. 여기 왔으면 뱃놀이 정도는 즐겨야 하는 게 아닌가. 배를 타고 천천히 물길을 따라 흘러가다 보면 고즈넉한 주변의 풍광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배를 타고 주변을 둘러보면서 여유를 만끽하고 있다 보니 전날 만났던 현대적인 상하이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주가각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며 제대로 된 힐링을 한 둘째 날이었다.
대망의 셋째 날. 오늘은 항저우로 이동했다가 다시 상하이로 돌아와 저녁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이다. 우리 부부가 항저우로 가는 이유는 단 하나. 프랑스 파리 물랑루즈쇼,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오쇼와 함께 세계 3대 쇼로 불리는 '송성가무쇼'를 관람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항저우에 가면 '송성가무쇼'를 볼 수 있다는 것만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항저우역에 내려 어디로 가야 송성가무쇼를 볼 수 있는지, 표를 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라고 했던가... 항저우행 열차를 타기 위해 무작정 홍차오역으로 향했다.
다행스럽게 항저우행 고속열차 티켓을 끊을 수 있었고, 우리 부부를 태운 고속열차는 약 1시간가량을 달려 항저우역에 도착했다.
중국어를 전혀 못하는 우리 부부. 하지만 전혀 문제 될 것은 없었다. 열차에서 내려 택시를 탔다. 그리고 기사님께 "송성가무쇼"라고 했다. 기사님도 금방 알아들으시고 우리를 그곳으로 데려다주셨다.
얼마나 대단하길래 세계 3대 쇼라고 불릴까? 무척 기대가 됐다. 예약도 없이 무작정 갔지만 다행스럽게도 표가 남아있었다. 물론 앞자리에는 앉지 못했지만 중간쯤 되는 자리에 앉아서 전혀 불편함이 없이 쇼를 즐길 수 있었다.
'송성천고정'으로도 불리는 송성가무쇼는 '송궁연무(송나라 황제의 생일축하연)'-'금과철마(금나라에 대항한 송나라의 영웅 악비장군의 이야기)'-'서자전설(서호를 배경으로 한 백사와 허선의 슬픈 사랑이야기)'-'매력항주(항저우의 역사 문화 등에 대한 홍보)' 등 총 4막으로 구성돼 있다.
송성가무쇼를 본 결론은? 정말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확실히 직접 관람해 봐야 얼마나 대단한 공연인지 알 수 있다. 웅장하고 박진감 넘치고, 아름답다. 스케일 자체가 엄청났다. '이것이 진정한 대륙의 공연이구나'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알아듣지 못해도 전혀 상관없다. 화려한 공연 그 자체만으로 최고의 만족을 느낄 수 있었다. 공연 내내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항저우를 여행할 계획이 있다면 송성가무쇼 관람은 무조건 추천한다.
송성가무쇼 관람을 마치고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항저우역으로 이동해 고속열차를 타고 상하이이로 돌아온 다음 바로 푸동공항으로 이동해 저녁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번갯불에 콩 볶듯' 급하게 떠난 여행이었지만, 아주 알차게 보낸 2박 3일이었다.
'쫑무다리의 콧바람 일기' 다음 여행지는 말레이시아 쁘렌띠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