쫑무다리의 콧바람 일기

08 말레이시아의 숨은 보석 쁘렌띠안

by 쫑무다리

내 아내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생소한 휴양지들을 몇 번의 인터넷 검색으로 척척 찾아내는 능력을 가졌다. 나는 아내의 이런 능력이 신기하기만 하다.


2015년 결혼 3주년을 앞둔 8월 중순.


나는 코창이나 르당 같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들처럼 아름다운 곳을 찾아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 빠져 있었다. 몇 날며칠 컴퓨터 앞에 앉아있지만 나의 보잘것없는 검색능력으로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컴퓨터 앞에 앉아있던 아내가 나를 부르기 시작했다.


"오빠, 아무래도 내가 좋은 곳을 찾은 것 같은데?"


"우와~여기는 또 어디야!"


에메랄드 빛을 가득 머금은 깨끗하고 맑은 바다와 새하얀 해변이 내 눈앞에 나타났다. 말레이시아 쁘렌띠안이었다.


10년이 지났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생소한 쁘렌띠안. 퍼렌티안 또는 페렌티안으로도 불리며 위치는 2014년에 다녀온 르당과 함께 말레이시아 동해안에 위치한 트렝가누주에 있지만 르당보다 조금 더 위쪽에 있다.


르당과 마찬가지로 여기도 섬이 폐쇄되는 시기가 있다. 11월~2월까지는 태풍 등 기상 악화로 인해 섬으로의 출입이 제한되며, 현지 리조트와 숙박시설도 운영이 중단된다고 한다.

쁘렌띠안.jpg 구글지도를 통해 캡처한 쁘렌띠안과 르당의 위치. 쁘렌띠안이 르당보다 위쪽에 위치해 있다.

뛰어난 검색능력을 갖춘 아내 덕분에 결혼 3주년 여행지도 손쉽게 정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 3주년 여행의 주제는 '휴식'과 '관광'으로 정했다. 쁘렌띠안에서는 충분한 '휴식'을 홍콩과 마카오에서는 눈이 즐거운 '관광'을 즐기기로 했다.

DSC04783.JPG

항공편은 에어아시아로 정했다. 작년 르당에 갈 때 가격도 아주 저렴하고 사람도 별로 없어서 너무 편하게 다녀왔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혼 3주년을 하루 앞둔 2015년 9월 7일, 인천공항을 출발한 우리는 그날 오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 도착했다. 쁘렌띠안에 가려면 국내선을 타고 코타바루로 가야 하는데 밤에는 쁘렌띠안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다음날 아침 첫 비행기를 타고 가기로 했다.


우리는 쿠알라룸푸르 시내로 들어가지 않고 공항에서 5분 거리에 있는 튠호텔에서 숙박을 하기로 했다. 튠호텔은 에어아시아에서 운영하는 호텔로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호텔까지 바로 연결돼 있어서 새벽환승을 위한 여행객들에게는 최적의 호텔이었다.


9월 8일 새벽 우리 부부는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국내선을 타고 약 1시간을 날아 코타바루에 도착했다. 하지만 쁘렌띠안까지 가려면 아직 두 번의 여정이 남았다.


코타바루 공항에 내리자마자 택시를 타고 쁘렌띠안으로 들어가는 배를 탈 수 있는 선착장이 있는 쿠알라베숫으로 이동했다. 이동시간은 약 1시간. 쿠알라베숫에서 쁘렌띠안행 보트 티켓을 왕복으로 끊었고, 추가적으로 환경세까지 지불하고서야 쁘렌띠안으로 가는 보트에 탑승할 수 있었다.


새로운 곳을 개척하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이미 작년에 이보다 험난했던 르당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아내와 내가 탄 보트는 약 30분가량을 달려 드디어 쁘렌띠안에 도착했다.

20150908143211775.jpg
DSC04933.JPG

드디어 도착한 쁘렌띠안섬.


큰 섬은 '브사르'(Besar)과 작은 섬은 '크칠'(Kecil)으로 알고 들어갔는데 실제 쁘렌띠안에 들어가니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해 큰 표지판에 큰 섬(BIG ISLAND)과 작은 섬(SMALL ISLAND)으로 적어놨다.


빅아일랜드에 비교적 규모가 있는 리조트들이 있고, 평화롭고 한적한 분위기다. 스몰 아일랜드에는 배낭여행객들을 위한 숙소들과 함께 이들을 위한 식당과 슈퍼도 있다. 상대적으로 스몰아일랜드가 빅아일랜드에 비해 관광지 느낌이 난다.


우리가 예약한 숙소는 빅아일랜드에 있는 쁘렌띠안 아일랜드 리조트. 10만 원이 조금 넘는 가격이었는데 아주 훌륭한 숙소였다.


큰 섬과 작은 섬을 왕래하기 위해서는 보트택시를 타야 한다. 아내와 나는 이 보트택시를 이용해 빅아일랜드와 스몰아일랜드를 왔다 갔다 했다. 물론 유료다.

KakaoTalk_20251220_212907473.jpg

리조트 체크인을 마치고 섬 투어에 나섰다.


쁘렌띠안은 정말 너무나도 아름다운 섬이다. 해변에서 그냥 바라만 보고 있어도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북적이는 도시를 벗어나 바다를 바라보면서 평화로운 휴가를 즐기기엔 최적의 장소였다.

20150908141602730.jpg
DSC04834.JPG
DSC04853.JPG
DSC04809.JPG

해변을 벗어나 섬 전체를 볼 수 있는 전망대 쪽으로 이동했는데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바라만 보고 있어도 기분이 확 좋아진다고 할까. 이곳은 정말이지 최고의 선택이었고, 이렇게 아름다운 휴양지를 찾아낸 아내가 정말 대단했다.


세계적인 관광 전문 출판사 '론리 플래닛'(Lonely Planet)이 괜히 쁘렌띠안을 세계 5대 해변으로 선정한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쁘렌띠안에서는 따로 호핑투어를 신청할 필요도 없다. 눈앞에 펼쳐진 바다 그 자체가 그냥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는 명소이기 때문이다.


가볍게 섬투어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곧장 바다로 뛰어들었다. 따로 스노클링 장비를 갖추지 않았다. 날 것 그대로 쁘렌띠안의 바다를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너무나 투명한 바다. 그 바다 한가운데서 유유자적 수영을 즐기고 있는 나. 그 자체가 너무나도 완벽했다.


작년 말레이시아 르당섬도 최고였지만 쁘렌띠안도 르당에 결코 뒤지지 않았다.

DSC04852.JPG

맨몸으로 날 것 그대로의 쁘렌띠안을 느꼈으니 본격적으로 스노클링 장비를 착용하고 바다로 들어갔다. 수중카메라로 바다의 모습을 담아보기로 했다. 물이 너무나 맑아 바로 눈앞에서 헤엄을 치고 있는 물고기들이 보였다. 이 물고기들의 모습을 담아내느라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운이 좋으면 바다거북을 만날 수 있다고 했는데 아쉽게도 만나지는 못했다. 대신 아기상어를 만날 수 있었다. 스노클링이나 호핑투어를 하다 보면 자주 아기상어를 만날 수 있는데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 온순한 성격이라 했다.

DSC00038.JPG
DSC00167.JPG

쁘렌띠안도 르당과 마찬가지로 섬에 있는 숙소에서 식사를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리조트에서 제공하는 식사는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이런 환상적인 곳에서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충분했다.


쁘렌띠안에서의 2박 3일은 제대로 힐링의 시간이었다. 수영을 즐기고 싶으면 리조트 앞에 있는 바다로 뛰어들면 끝. 바닷속이 너무 깨끗하고 아름다웠기 때문에 수중카메라가 참 많은 일을 했다. 다채로운 산호초 속에 서서 유유자적 노닐고 있는 물고기들을 바라보는 것 자체가 행복이었다.


물놀이가 지루해질 쯤에는 나무그늘 아래서 책을 읽거나 가벼운 산책을 하면서 섬 주변을 돌아보며 쁘렌띠안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마음껏 누렸다.


말레이시아의 숨은 보석, 너무나도 아름다운 섬 쁘렌띠안. 아직까지 그때의 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을까? 자연의 경이로움을 만끽했던 너무도 그리운 곳이다.

PicsArt_11-22-02.41.25.jpg
PhotoGrid_1448172717738.jpg


작가의 이전글쫑무다리의 콧바람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