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결, 시대의 숨결

사는게 그렇더라고요.

by 방랑자

전통 가옥을 보수하다 보면 나무의 몸에 새겨진 시간을 만납니다. 햇볕과 바람에 100년에 3mm씩 산화하며 패인 깊은 골.

그 굴곡진 표면을 손으로 쓸어보며 나무의 나이를 가늠합니다.


한옥 한 채 안에는 수많은 시간이 공존합니다. 처음 지어질 때부터 묵묵히 집의 무게를 버텨온 늙은 기둥이 있고, 얼마 전 보수를 거치며 새로 자리를 잡은 매끄러운 창호가 있습니다.


춘재와 추재의 밀도 차이가 만들어낸 나무의 무늬를 보고 있노라면, 문득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우리네 사람들이 떠오릅니다.


비바람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깊은 주름이 패인 어르신들의 모습은 100년의 세월을 견뎌낸 듬직한 기둥을 닮았습니다. 반면, 아직은 결이 고운 젊은 세대의 모습은

새로 끼워 넣은 단단하고 맑은 창호와 겹쳐 보입니다.


기둥은 집의 중심을 잡고, 창호는 안팎을 연결하며 숨을 틔웁니다. 집이라는 공간이 유지되려면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오래된 나무의 인내와 새 나무의 활기가 어우러질 때, 비로소 집은 백 년을 넘어 천 년을 꿈꾸는 생명력을 얻습니다.


나무의 결이 서로 다르듯 우리 세대도 저마다의 시간을 통과 중입니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제 몫을 다하는 것.

그것이 어우러진 한옥처럼 우리 사회를 단단하게 지탱하는 힘이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