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항상 선택의 길목에 서 있지요.
누군가는 방랑을 길 위에서 헤매는 것이라 말하지만
나는 생이라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방랑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모두 어딘가에서 와서 어디론가 흘러가는 존재들입니다. 한곳에 뿌리 내리고 사는 것 같아도 시간이라는 길 위에서는 단 한 순간도 멈춰 서지 못하고 내일을 향해 끊임없이 떠밀려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옥의 나무들도 그렇습니다.
산에서 자라던 나무가 기둥이 되고 창호가 되어 집의 일부가 되지만 그것이 끝은 아닙니다. 햇볕에 몸을 깎고 비바람에 결을 바꾸며 나무 또한 수백 년의 세월을 방랑하며 늙어갑니다.
나의 삶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예전에 하던 일부터 지금 나무를 만지는 이 순간까지 어쩌면 나는 정착을 꿈꾸었던 것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의 쓰임새를 찾아 방랑해 온 것일지도 모릅니다.
방랑은 목적지가 없어서 헤매는 것이 아닙니다. 길 위에서 마주치는 풍경과 사람들 그리고 변화하는 자신을 오롯이 받아들이는 여정 그 자체입니다.
나무의 결이 켜켜이 쌓여 나이테를 만들 듯 우리의 방랑도 삶의 굴곡진 무늬를 만들어냅니다. 비록 끝이 어딘지 알 수 없는 길일지라도 이 방랑의 끝에서 나만의 깊은 결을 가진 한 그루 고목처럼 단단하게 남을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