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치광이를 위한 변명
살사댄스를 추는 솔로와 추지 않는 솔로는 분명히 다르다. 살사댄스 자체가 주는 어떤 것. 섹슈얼리티? 에로티즘? 뭐라고 해야 할지.... 다음 글에서는 그 부분을 다루어 보도록 하겠다.
라고 질러놓고....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잡히지 않아서 좀 막막해졌다. 그래서 모 건강식품 사장님이 그렇게 괴로워했구나. '아 정말 좋은데 설명을 못하겠네...'
1. 취미 동호회를 하는 솔로와 하지 않는 솔로의 차이 : 풍부한 교류, 놀이, 쉼
취미 동호회를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일단 심심할 시간이 없다. 동호회 간부라도 할라치면 시간이 없어 허덕이게 된다. 즉 '외로워 할 시간이 없어진다.' 동호회 활동이래야 주 1, 2회에 불과한데 그게 가능한가가 궁금할 수 있다.
보수적으로 동호회를 주 1회 나간다고 생각해보자. 살사댄스는 즐기기 위해 강습을 받는 문화가 있으므로, 동호회 정기모임 외에 주 1회정도 수업을 듣게 된다. 살사댄스 클럽은 주중 하루라도 더 손님을 끌기 위해 이런저런 무료수업을 열기도 한다. 주중에 딱히 약속도 없고 심심하면 무료수업이 있는 살사댄스클럽에 가면 된다. 입장료 만원 내고 한시간 수업 듣고 두어시간 노닥거리다 귀가해도 좋고, 거기서 만난 동료들과 나와서 맥주 한잔 가볍게 해도 좋다.
그 뿐 아니라 봄이면 벚꽃을 보러 여의도를 가자, 한강에 피크닉을 가자, 여름이면 닭백숙을 먹자, 가을이면 단풍을 보자, 겨울이면 눈썰매를 타자 등등 사람이 모여서 놀 일이 이렇게 많은지 예전엔 미처 몰랐었다. 그렇게들 모이면서도 동기모임, 띠모임 등을 또 만들어서 모이니 살사댄스인이야말로 대한민국 소비경제를 지탱하는 힘이 아닐까 싶을 때가 있다. 그러면서도 직장인 기준이라면 소고기나 와인보다는 맥주에 치킨 정도로 지출이 가볍다는 것도 장점이겠다.
게다가 이 모임에 커플들도 많이 참석한다. 데이트도 좋지만 둘만 노는 것보다 여럿이 노는게 더 즐거울 수 있으니 '취미 동호회를 하는 커플과 하지 않는 커플의 차이'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폭넓은 교재의 즐거움은 왠만한 동호회에서도 모두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등산, 사이클, 달리기 모임 뿐 아니라 바둑이나 뜨게질 모임도 자주 어울리고 교류할 수 있다. 다만, 그 중에서도 등산 등 몸을 쓰는 쪽과 독서모임처럼 주로 말로 노는 쪽은 분위기가 좀 다를 것 같긴 하다.
2. 살사댄스 자체가 주는 어떤 것. 섹슈얼리티?
그래서 살사댄스 자체가 무엇을 주느냐고? 그 즐거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살사댄스 첫 수업의 차가운 고등어 단계는 넘어서야 한다. 살사댄스를 배우기 시작한 6개월에서 1년차를 기준으로 설명해보겠다. 살사댄스는 혼자 할 수 없고, 둘이 '같이'해야 한다. 리더와 팔로워를 동성끼리 하는 경우도 있지만 기본은 이성이 '같이'한다.
2-1. 발맞춰 걷는 즐거움~ 하나, 둘, 셋~!
빠른 걷기는 심박수를 올려서 건강에 좋을 뿐 아니라 약간의 흥분 상태로 이끈다. 살사댄스 베이직은 남녀가 마주보고 하는 빠른 걷기이다. 같은 박자로 함께 걷는 것의 즐거움과 함께 리더가 내미는 발일때 팔뤄는 발을 뒤로 빼는 식으로 서로의 스텝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비경험자를 위한 예시 : 학교나 군대에서 제식훈련을 하거나 단체로 뛸 때, 왼발, 왼발을 외치며 박자를 착착 맞춰서 뛸 때, 노래를 부르며 뛰며 흥이 올랐던 적이 있다면 아주 약간 비슷한 경험일 수 있다.
2-2. 서로 마주보는 간지러운 즐거움
마주보고 추는 춤이고 서로 호흡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서로를 바라보지 않을 수 없다. 처음에는 그것만으로도 멘탈이 탈탈 털리기 때문에 눈이 아니라 미간을 보라던지, 인중을 보라고 하지만, 조금 익숙해지면 어쨌거나 얼굴이나 눈을 보게 된다. 뚫어지게 보지 않아도 마주치는 눈빛에 다정함을 담겨 있다면 그만한 즐거움도 없다. 특히 뭔가 크고 작은 실수를 넘기며 짓는 미소나, 함박 웃음은 그 자체로 즐겁다.
비경험자를 위한 예시 : '푸른하늘 은하수'라는 쎄쎄쎄를 아시는가? 누가 뒤에서 내리고 누가 아래서 받을지 헷갈려서 쎄쎄쎄가 얽힐때 우리는 푸하하하 웃는다. 그것과 비스읏~ 하다.
거기에 음악이나 리듬을 듣고 반응하는 방식이 일치했을 때, 공감이 주는 짜릿함~? 재미? 짜장면/짬뽕 같은 선택지 게임에서 같은 선택을 했을 때 느끼는 동질감을 2분 30초 내내 찌릿찌릿 느낀다고 생각해 보자. (재밌겠지????)
2-3. 네 개의 팔과 네 개의 다리로 추는 춤
리더와 팔뤄가 있는 커플댄스는 대부분 두 사람이 함께 하나의 동작을 완성하는 방식이다. 리더가 우회전을 주문하면 팔뤄가 오른쪽으로 돌고, 리더가 특정 각도에서 멈추면 팔뤄가 웨이브나 팔뻗기 같은 표현 동작을 잇기도 한다. 리더는 본인이 의도한 동작을 남의 팔다리가 표현해주는 즐거움을 맛보고, 팔뤄는 내가 뜻하지 않은 동작으로 춤을 표현하는데 참여하게 된다. 이것이 전적으로 리더에게 주도권을 주는 것이라 불편하게 여기는 시선도 없지 않은데, 그래서 한 곡을 추는 중에도 리더-팔뤄를 교대하며 춤을 추는 사람들도 있다. 중요한 것은 평생 두 팔과 두 다리로만 살던 사람이 네 개의 팔과 네 개의 다리를 움직이는 불편함과 성취감을 함께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둘이기 때문에 서로 밀거나 당기는 힘을 이용해서 혼자서는 저얼대 할 수 없는 동작을 만들어내는 성취감을 맛보거나, 평지에서 방방이를 타는 느낌도 느낄 수 있다.
구구절절 설명을 쓰다보니 흥이 떨어지는 감이 없지 않다. 마지막으로 첫 글에서도 소개했던 춤치광이의 고백을 다시 한 번 언급하며 마치고자 한다.
술을 마시고 커플댄스를 추는 것.... 저는 결혼생활보다 이게 더 좋아요...
신이 주신 최고의 선물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