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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어작 Aug 25. 2022

커플댄스와 에로티시즘(?)

커플댄스가 주는 그것... 참 좋은데 설명하기가 좀.....

춤이 잘 맞는 상대와 좋은 춤을 추면 기분이 너무 좋아져요...... 전.... 사실 S*X보다 더 좋아요.


무슨 변태 같은 소리냐고?

필자는 커플댄스 세계에서 제법 많은 사람들로부터 이런 고백(?)을 들었다. (나랑 춰서 좋았다는 말은 아닌 것 같았다....) 줗은 음악에 호흡이 잘 맞는 파트너와 신나게 춤을 추고 나면 게운하고 기분도 좋아지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왜. 하필. 그 행복감은. 하필. 응?. 하필. S*X와. 비교를 하는 걸까? 


그럼 이제 인정하시지? 커플댄스가 밖에서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 서로 만지고, 느끼고 하는거 아니래매? 사실은 그런거였지??


아...... 그것도 아니다. 정말 아니다. 신호를 주고 받기 위해 닿는 손, 어깨, 견갑골 부분에서 쓰담의 ㅆ이라도 나오면 그 사람은 변태(블랙이라고 불린다)로 낙인찍힌다. 심할 경우 어떤 댄스클럽에서는 입장을 금지하기도 한다. 어쩌면 춤이 주는 즐거움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본인이 직접 춰보는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만큼 전달하기 어려울 것 같지만, 일단 시도해보겠다.


S*X 가 주는 즐거움의 요소


과연 S*X란 무엇인가? 

나무위키에서는 성관계를 "성 기능적으로 여성과 남성이 서로의 생식기를 결합하는 행위" 라고 정의했다. S*X와 커플댄스가 주는 즐거움의 공통점이 있다는 말을 꺼내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이 오해에 있다. 우리는 '생식기 결합'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S*X(앞으로는 그냥 S라고 쓰겠다)에서 '생식기 결합'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가깝다. (그래서 생식기 외의 다른 신체부분을 더듬는거 아니냐고? 꺼ㅈ..............)


0. 타인과의 물리적 접촉 : 이성 뿐 아니라 타인의 체온이나 숨결, 다정한 터치는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그런데 한국은 특히 이런 접촉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

1. 여성/남성으로서 인정받는 것 : 사고나 노화로 남성/여성성의 상징인 신체를 잃은 사람들이 겪는 심리적 고통이 있다. 이는 단지 S를 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중년 이후 쭉 S리스로 살아오면서 괜찮았는데, 폐경을 겪고 갑자기 위기를 겪는 여성이라던지...) 어쩌면, S의 즐거움 보다 S를 할 수 있는 사람, 누군가가 나를 그 대상으로 떠올릴 수 있다는 본인의 정체성 감각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2. 상대방과 공유하는 감각 : 함께 같은 감정을 느끼는 것.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어떤 것을 느끼겠구나 알 수 있는 것. 

3. 공유 감각에 기반한 협력과 포용 : 서로의 즐거움을 위해 협력적 행위, 반응을 주고 받음. 실수도 서로 포용하고 받아들여지는 경험. 

4. 성취감 : 내 움직임에 대한 상대의 반응이 만족스러울 때 느끼는 내 자신으로서의 뿌듯함.

5. 무엇보다도 이 모든 소통이 말이나 이성이 아니라 숨길 수 없는 몸의 반응으로서 솔직함이라는 점.

6. 유산소 운동이 주는 심박수 상승. 


생식에 적합한 청년기를 보내고 나면 생식기 결합 외 적인 부분이 더 중요해지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S이외의 활동을 통해서 많이 충족되기도 한다. 여성들은 깊이 있고 티키타카가 맞는 대화를 통해서, 남성들은 운동경기나 게임을 통해서 2,3,4, 6번을 충족시킬 수 있다. 그러나 1과 5까지 충족시키는 활동은 흔하지 않은 것 같다. 

게다가 S는 생식여부가 관리되어야 하고, S의 하이에 다다르기 위한 기술, 합 등을 맞추기도 어렵다. 어려서부터 금기시 된 것이라는 마음의 불편함도 없지 않다. 잘 맞는 사람과 사회적으로 공인된 애인/부부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서 별도의 노력도 많이 필요하다. 


커플댄스가  S보다, 아니 S에 뒤지지 않는 기쁨을 주는 이유


무엇보다 커플댄스에서는 상대와 나 외에 이 즐거움을 증폭하고 이끄는 중요한 매개가 있다. 


음악


S에도 음악이 배경이 되기도 하지만, 기승전결의 감정선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음악이 가이드를 잡아주기 때문에 최소한 두 사람이 느끼는 심박수와 감동할 타이밍에서 어긋날 염려는 없다. 그리고 두 사람이 이미 좋아하는 음악이라면 그에 맞춰 함께 움직이는 것 만으로도 흥분은 시작된다. 우리는 구령이 맞춰 발만 맞춰 걸어도 신이 나기 시작한다. 기억나는가? 어린 시절 쎄쎄쎄도 박자가 잘 맞으면 흥분해서 빨라지며 손이 아프게 서로를 두드리지 않았던가?


음악이 흐르고 서로의 커넥션에 따라 리더가 신호를 보내고 팔뤄가 그에 따른 반응을 보낸다. 팔뤄의 반응과 음악의 변화에 따라 리더가 만드는 춤의 모양도 매번 같지 않다. 예상된 리드가 왔을 때 팔뤄는 가장 정확한 동작으로 반응할 수도, 혹은 약간의 변형으로 놀라움을 줄 수도 있다. 이 음악과 박자를 같은 방식으로 듣는 서로를 발견할 때의 놀라움. 같은 리드와 팔뤄 동작일지라도 사람마다의 텐션이 다르고, 그날의 감정이 느껴진다. 정말. 지금 내 앞에 있는 당신의 신체적 특성과 춤 경력과 오늘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되어 온다. 부드러우면서도 쫀쫀한 커넥션과 동작은 어느 순간 리더와 팔뤄가 한 몸으로 느껴지는 경지까지 이어진다. 


이 정도로 춤을 즐기려면 기본기는 편안하게 구사할 수 있어야 하고, 음악에 대한 이해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 어깨에 힘이 들어간 상황에서는 느끼기 어렵달까.. 그래서 알콜의 힘을 약간 빌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긴장이 풀린 상태에서 음악에 대한 나의 솔직한 반응으로서의 리드와 음악과 리드에 대한 솔직한 반응으로서의 팔뤄.. 틀리면 틀린대로 그것이 재밌어 웃는 웃음. 음악이 기승을 지나 최고조에 달할 때, 두 사람이 듣는 음악과 심박도 최고조로 오르며 느끼는 몰입감. 이런 것이 앞에서 쪼개 본 S가 주는 즐거움의 요소들을 충족시키고, 어떤 경우에 넘어서기도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특히, S는 고정된 관계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관계의 다른 맥락이 개입되지 않기가 쉽지 않다. 그와 달리 춤은 단지 이 한곡의 파트너로서만 합의한 것이기 때문에 냄새가 나거나 타인의 발을 밟는 사람이 아니라면, 얼마든지 편안한 마음으로 한 곡의 파트너로 활짝 받아들일 수 있다. 


어떤가? 이 글을 읽으면서도 감이 잘 오지 않는 당신. 춤 한 번 배워볼 생각 없으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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