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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어작 Apr 07. 2022

커플댄스와 커플의 관계

살사댄스 현장에서 커플이 될 확률과 경로에 대한 고찰

생각도 해보지 않았던 살사댄스를 배우게 된 이유가 노화방지와 허리띠풀고 술을 마실 수 있다는 '시간여행' 때문이었다고 적었지만, 나도 이성과의 교류에 대해 기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나는 꼭 누군가를 만난다기보다는 사적으로 여러 이성과 어울려보는 경험에 기대가 있었다. 우선은 꼭 짝짓기 세팅이 아니더라도 이성을 만났을 때 불필요하게 긴장하는 버릇을 고쳐 '미국인'같은 세련된 내면을 갖고 싶었고, 혹시라도 기회가 된다면 산뜻한 연애를 꿈꾸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커플댄스를 하면 커플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가?

굳이 답을 하자면 '사람마다 다르다.'인데,


"그래서 커플이 될 수 있다는 거야? 없다는 거야? 어느 쪽인지 확실히 알려줘"
"응..... 정말 사람 마다 다른데, 확실한건 지금 같은 태도로는 안됌. 넌 안됌"


++++ 커플댄스를 통해 커플이 될 수 있는 이유

  - 커플댄스를 통해 동년배의 (솔로인) 이성을 많이 접할 수는 있다.

  - 춤도 추고 술도 마시고, 놀러도 다니기 때문에 친해질 기회도 많아질 수 있다.


---- 너는 안되는 이유

  - 여자만 많은게 아니라 남자도 많다. 남자만 많은게 아니라 여자도 많다. 즉, 그 동안 미팅이나 소개팅에서 경쟁력이 없던 사람이라면 사람을 많~이 모아둬도 계속 경쟁력은 없을 것이다.

  - 물 밑에서 이성적 관심이 왕성한 사람들이라도, 대놓고 '이성을 만나기 위해서' 온 사람에 대한 호감이 높아지지 않는다.


그러나, 살사댄스의 여정 중에는 그런 너라도 커플이 될 수 있는 '시점'을 만날 수 있다. 심지어 나도 잠시나마 썸탄 적 있다. 자 귀 열어라 팁 들어간다.

  0. 살사댄스 입문 시절 : 바깥 세상과 다를 바 없음. 남녀를 열명씩 앉혀놔도 인기인 남녀 각각 2-3명 외에 나머지는 다 경쟁력 없음. 내가 들어간 초급반에는 그 2-3명도 없었던 것 같음. 그래서 동기간 분위기가 매우 좋았음.

  1. 살사댄스 초급수료 즈음(2-3개월 ) : 춤이 뭔지  배워가게 되면 쉬워보이는 동작 하나를 제대로 못하는 스스로에게 좌절하게 . 그런 나에게 빠르고 현란한 춤을 구사하는 선배들이 매우 멋있게 느껴짐.  여기에서 이성관이 흔들리게 . 외모나 성격, 직업  이런거에서 '춤을  추고 친절한 사람'으로 옮아감. 이 부분이 중요함. (다른 취미 동호회도 유사할듯? ) 그러나 나의 몸짓이 춤 근처에도 가지 못했기 때문에 주로 초급 동기들과 우정을 쌓게 됨

  2. 초중급 수료 즈음(4개월 차) : 그간 배운 것을 정리하여 '발표회'라는 것을 하게 됨. 남들 보는 앞에서 춤을 춰본게 언제인가. 살사 댄스는 아직 안되는데, 이걸 남들 앞에서 한다니 눈앞이 캄캄해짐. 망신 당하기 싫은 마음에 퇴근 후 매일매일 연습을 하게 됨. 그러는 사이 동기들 중 찐인성이 드러나게 됨. 살사댄스에서 초급 발표회는 오합지졸들이 만나 다사다난한 준비과정을 거쳐 나름 성공적인 결말은 맞는 전형적인 소년만화 서사를 따르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커플이 많이 탄생함. 다만, 동기 중에 눈에 띄는 킹카, 퀸카가 있다면 다 망함. 초급 발표회 당일 즈음 4명이 한 여성분에게 고백을 하여 그 여성분은 탈퇴하고, 동호회 분위기 쑥대밭이 되는 장면을 목격한 바 있음. 

  3. 준중급, 중급~1년까지 : 이 단계까지 간 사람이라면 살사댄스에 재미를 붙인 것이기 때문에 이성보다는 춤(주기적으로 도전하게 되는 공연 포함)일 수 있음. 초급 발표회 이후로는 중급공연, 동기들 1주년 공연, 특별공연 등 살사 동네에는 그렇~게 공연이 많음(그 이유는 이후 살사댄스업계 소개에서 자세히) 이런 공연 과정에서 커플이 될 수도 있음. 그러려면 춤 실력이나 열정수준이 비슷해야 함. 전문용어로 '춤치광이'가 될 사람들이 이 단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임. 

  4. 경력 1년~3년까지 : 뛰어난 춤실력도 없고, 열정도 고만고만하지만 그냥저냥 다님. 그러나 이때~! 동호회에서 초급 후배들을 돕는 일을 하거나 모임운영을 위해 일하는 경우 다시 기회가 생김. 1번 초급의 눈을 떠올려보면 선배들은 무조건 멋져보임. 거기에 초급의 연습이나 발표회 도우미나 동호회 운영진 같은 역할을 하면 본인의 스펙의 두배 정도 후한 점수를 받을 수 있음. 단, 여기에서도 너무 이성에 목매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함.

  5. 4번 단계 이후 : 이 때부터는 솔로가 커플이 될 가능성이 살사를 추지 않는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됨. 물론 춤을 추면서 하루에 최소 열명에서 열 다섯명의 이성의 손을 잡지만, 그것이 스킨십으로 느껴지지 않음. 술자리까지 함께하는 이성 친구, 선후배들이 늘어나지만 어느새 다 가족같음. 그래서 솔로여도 그닥 외롭지 않음.


이게 뭐라고 이렇게 정성스레 적고 있는지 갑자기 현타가 왔지만, 은근히 궁금해 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았다. 부디 누구에게 대놓고 물어보기 망설였던 그대에게 이 글이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그런데, 살사댄스를 추는 솔로와 추지 않는 솔로는 분명히 다르다. 살사댄스 자체가 주는 어떤 것. 섹슈얼리티? 에로티즘? 뭐라고 해야 할지.... 다음 글에서는 그 부분을 다루어 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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