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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어작 Apr 06. 2022

살사댄스와 예의범절

우연히 살사댄스 현장에 가게 될 경우를 위한 가이드

우연히 살사댄스 현장에 가게 될 경우가 얼마나 될까?

친구의 권유로 살사댄스 초급강습에 간 것을 '우연히'라고 부를 수 있을까?

그러나, 당신은 정말 뜻하지 않게 살사댄스 현장에 가게 될 수 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살사댄스 현장의 종류와 각 현장에 뜻하지 않게 발을 들였을 경우 당신이 알아두어야 할 기본 매너를 소개하겠다.


1. 살사댄스 현장의 종류

코로나19로 인해 살사댄스 현장이 많이 줄어들었으나 아직도 여러분의 곁에 살사댄스 현장들이 존재한다. 크게는 1)'전문 살사클럽'(살사빠), 2)'라틴 펍이나 식당의 살사댄스 이벤트 데이', 3)'한강변이나 바닷가, 유원지의 살사 페스티벌 야외 현장이나 호텔 행사장' 정도로 나눠볼 수 있다. 그 외로 전국 각지의 무용 연습실이나 스튜디오에서 이루어지는 '살사 강습 현장'이 있는데, 뻔히 수업이 진행되는 스튜디오에 문을 열고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니 오늘 소개에서 제외하기로 한다. 

당신이 1)'전문 살사클럽'(살사빠)에 갈 가능성은 다음의 두 가지이다. 첫째, 친구가 살사를 배워 본인의 발표회(공연), 그 친구가 살사인과 결혼을 하게되어 살사빠에서 결혼 피로연을 하게 되는 등의 이유로 당신을 초대하는 것. 둘째, 홍대나 강남, 소도시 중심가에서 술을 먹다 우연히 들어가게 되는 경우이다. 첫번째 경우는 당신을 초대한 친구가 가이드를 해줄 것이기 때문에, 둘째 경우를 조심해야 한다. 한국에서 흔하지 않지만 2)'라틴 펍이나 식당의 살사댄스 이벤트 데이'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당신은 단지 술을 더 즐기려고 문을 열었는데, 사람들이 살사를 추고 있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3)'한강변이나 바닷가, 유원지의 살사 페스티벌'이라면 공연무대를 보게 되거나 야외에서 사람들이 춤을 추는 모습을 마주치게 된다. 

출처: 인터넷기사"'위댄스 페스티벌' 21일 여의도 한강공원"(WORLDYAN, 2019. 08. 14)


2. 인생 전반에 적용해도 좋을 살사 예의범절

   

   2-1. 영업장에 대한 예의

1)'전문 살사클럽'(살사빠)에 들어갈 때 클럽처럼 입장료를 받을 것이다. 입장료를 내면 입장 티켓을 주는데, 그 티켓으로 물이나 음료수 하나를 마실 수 있다. 입장료를 받지 않는 살사클럽(살사빠)라면 음료나 술을 한잔 구매하는 것이 예의이다. 코로나 시기에는 음료나 술을 제공하거나 팔지 않는 곳도 많다. 

   2-2. 공간에 대한 예의

일단 당신은 춤을 출 수 없기 때문에 어딘가에 앉아있게 될 것이다. 앉을 곳을 찾아 이동할 때 사람들이 춤추는 플로우를 가로질러 가지 않아야 한다. 춤추는 사람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 이기도 하지만, 빠른 턴과 이동이 많은 살사춤의 특성 상 누군가에 발에 걸리기라도 하면 크게 다치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2-3. 사람에 대한 예의

자리를 잡고 앉아 술이나 음료를 마시고 있으면, 누군가 다가와 당신에게 춤을 신청할 수도 있다. 당황스러울 것이지만 너무 화들짝 놀라면 상대방이 무안할 수 있다. 함께 춤을 즐기는 것을 권해준 것에 대한 고마움과 함께 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담아 '춤을 배우지 않아서 출 수 없다. 죄송하다'라고 말하면 된다. 

혹시 일행이 있다면, 춤 추는 사람들을 보며 수근대거나 손가락질 하지 않는 것은 기본일 것이다. 아, 그리고 혹시 일반 클럽처럼 생각하여 부킹을 시도하지 않는 게 좋다. 살사클럽(빠)에서는 그런 문화는 없는 것으로 안다. 누군가 다가와서 말을 걸 수도 있지만, 그건 그냥 춤을 모르는 사람이 클럽에 왜 온거냐 같은 질문일 것이고 '우리 동호회(나 아카데미)에 와서 살사댄스 강습을 받아보라'는 권유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또한 영업이라기보다는 살사댄스 세계로의 '초대'이니 장사치 취급은 하지 않도록 하자.(대체로 살사 초급 강습은 회당 2만원 내외이거나, 1만원 내외이거나, 무료로 진행되기도 한다.)


3. 당신은 몰라도 되는 살사댄스 세계의 예의범절


살사댄스를 배운다고 하면 다들 남녀간의 복잡한 어떤....그런 상상을 하게 된다. 나 또한 그랬는데, 의외로 질서가 탄탄하고 매너가 중시되는 곳이라 좋은 쪽으로 놀랐던 기억이 있다. 알아두면 쓸모 없지만 말이 나온 김에 소개를 하자면 다음과 같다.


  3-1. 영업장, 공간, 사람에 대한 예의는 위와 같다.

  

  3-2. 살사댄스를 추는 사람들 간의 예의

- 춤을 신청받으면 왠만하면 추는 것이 예의이다. 누군가에게 춤을 신청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을 알고, 모두가 함께 즐기는 공간이라는 암묵적 합의가 있기 때문이다. 춤을 거절하는 사람에게는 이후에 누구도 신청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 그렇다고, 신청하면 다 받아줘야 하니까 당연하다는 듯 상대방을 끌고 나가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못하다. 눈을 보고 몸짓이나 말로 춤을 추겠냐고 물어봐야 한다. 상대방이 피치못할 사정으로 추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발이나 다리가 아프거나, 체력이 딸리거나, 목이 마르거나, 이번 음악이 내 취향이 아니라서 춤을 거절할 수도 있다. 그 때는 가능한 그 이유를 상대방에게 알리는 것이 좋다. 그리고, 누군가를 거절한 그 한 곡 중에는 다른 사람과는 추지 않는 것이 예의이다.

- 춤을 같이 추게 된 경우, 아주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그 한곡은 끝까지 춰야 한다. 보통은 초급들이 막상 춰보니 본인 춤이 너무 거지 같아서 중간에 도망을 나오고 싶어하는데, 그것은 예의가 아니다. 그리고 선배들은 그런 초급에 대해 불만을 가질 정도로 아량이 없지 않다.

- 아마추어들이 즐기는 춤이다 보니, 춤의 리드와 팔로우가 잘 맞지 않거나 두 사람 간의 경력차이 등으로 춤 진행이 쉽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 이 경우 무조건 경력이 낮거나 춤이 서툰 사람 기준으로 춰야 한다. 실수를 했을 경우에도 웃으며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이 우선이다. 

- 서로의 발을 밟거나 다른 커플의 사람과 부딪히는 경우도 종종 있다. 사람이 많을 때 서로 부딪히지 않도록 무리한 턴이나 동작을 하지 않는 것이 우선이고, 혹시라도 부딪히게 되었다면 춤을 멈추고 사과해야 한다. 

- 보통은 한 사람과 한곡을 추고 파트너를 바꾼다. 나와 친하거나 춤이 좋다고 해서 한 사람과 여러곡을 이어 추는 것은 눈총을 받는다. 그날 저녁 둘만 추고 나머지와는 아예 추지 않을 것이 아니라면 최대 2곡정도까지만 함께 하고 다른 사람들과도 즐겨보자. (탱고는 한번 신청하면 3곡씩을 같이 추는 것 같았다.)

- 냄새 등을 관리해야 한다. 타인과 가까운 거리에서 함께하는 것이기 때문에 관리가 필요하다. 양치질과 땀냄새를 관리(데오도란트?)하고 춤을 추다보면 젖곤 하는 티셔츠도 가능하면 갈아입으며 추는 것이 좋다. 

- 불필요한 스킨십이나 춤이 거칠어서 불편하게 느껴질 경우 언제라도 춤을 중단하고 상대방에게 말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고쳐진다면 좋겠지만, 고쳐지지 않을 경우 소속 동호회나 살사클럽(살사빠) 사장에게 말할 수 있다. 아주 가끔이지만 살사클럽(살사빠)에 특정인의 입장제한이 고지되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합의된 범주를 지키지 않는 사람은 퇴출시킨다는 암묵적 룰이 있는 세계이다. 


쓰다보니 너무 길어졌다. 그러나 막상 익숙해지면 상식적인 사회생활에 다름 아니기도 하다. 이 긴 예의범절을 소개한 이유는 커플댄스가 너무나 특별한 세계여서 지금까지 본인의 상식과 성의식을 넘나드는 그런..응? 그런 곳이 아닐까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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