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전하는 10가지 위로 - 제1화 - (사진=픽사베이)
스물아홉 늦지도 빠르지도 않은 나이에 새로운 가족을 얻었다. 직장생활로 지친 나에게 쉴 수 있는 보금자리가 생겼다. 얼마 후 생각지도 못한 생명도 우리의 보금자리를 찾아와 주었고, 태어나 처음으로 느껴보는 감정에 두려우면서도 설레었다.
아기의 심장소리를 처음으로 듣던 날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뜨꾸 뜨꾸 뜨꾸" 아기는 살아 있음을 소리로 힘차게 말하고 있었다. 아기의 심장소리를 듣자 내가 엄마가 됐다는 일이 실감이 났다.
내 속에 자리 잡은 생명이 신기하면서도 엄마가 되는 일에 겁이 났다. 내가 엄마 될 자격이 있을까?라는 고민으로 밤을 지새우기도 했지만, 잘 해내리라는 다짐으로 고민의 끝을 매듭지었다.
10주 차 병원 진료 일이 되었다.
아이는 얼마나 컸을까? 심장 소리도 다시 들을 수 있겠지? 설렘의 발걸음으로 진료실 문을 활짝 열었다.
초음파로 아이를 보던 의사 선생님의 표정이 좋지 않다. 뭔가 잘못된 걸까? 의사와 간호사 모두 말을 아낀다.
찰나의 시간이 너무도 길게 느껴지는 침묵을 깬 것은 의사 선생님이었다.
"엄마! 아이가 이상한데~"
의사 선생님의 그 말을 들은 후 엉망진창으로 날뛰는 내 심장소리만 크게 들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산모님, 산모님...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의사 선생님을 쳐다보았고, 의사 선생님은 갈 길을 잃은 나의 눈을 바라보며 아기의 심장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계류유산... 태어나 처음으로 들어본 말이었다.
계류유산이란? 임신이 되고 초음파에서 아기집도 보이나 발달과정에서 태아가 보이지 않는 경우 또는 임신초기에 사망한 태아가 유산을 일으키지 않고 자궁 내에 잔류하는 경우를 말한다고 한다.
나의 경우에는 두 번째에 해당되는 임신초기 태아가 사망한 채 자궁 내에 잔류하는 경우였다.
아이의 태명조차 지어주지 못했었다.
나의 첫 엄마 역할은 처음엔 두려움과 설렘으로 마지막은 죄책감으로 채워졌다.
꼭 나의 잘못인 것만 같았다. 하루 종일 내가 무엇을 잘못했다는 생각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오랜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은
그것은 내 잘못이 아니었다.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누군가의 잘못이 아니라, 일어날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인간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거친 파도에 쓰러 질 것 같지만, 이 파도가 지나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바다는 다시 잔잔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