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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채 Oct 18. 2024

혼자서 배운 경매 : 시작이 제일 쉬웠어요

첫걸음

경매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후, 바로 부동산 경매 관련 책을 빌리고 용어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퇴근할 때마다 경매 오디오북을 들으며 집으로 돌아갔고, 일하는 중에도 여유가 생기면 지방법원 사이트에 들어가 물건들을 살펴보곤 했다. 하지만 사이트가 너무 복잡하고 어려워 결국 '경매마당'이라는 플랫폼을 이용하기로 했다. 신규회원에게는 일정 기간 무료로 제공되는 혜택이 있어, 잘 정리된 덕분에 훨씬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주로 주거용 건물들을 찾아보았고, 거의 매일 물건들을 검색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계속 보다 보니 대항력이 없는 임차인이 살고 있는 건물이나 권리 분석이 크게 필요 없는 물건들은 나도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메모장에 사건번호를 기록하고 하나씩 지도에서 검색하며 후보 물건들을 추렸다. 차도 없고 데려다줄 사람도 없어 지하철로 갈 수 있는 곳 외에는 과감히 포기했다. 

이후에는 내가 살아도 괜찮은 집인지가 기준이 되었다. 결국 집은 누군가 살아갈 곳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투자라고 하더라도 내가 살기 힘든 집이라면 다른 사람도 살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빈털터리가 되면 월세방을 빼고 그곳에 살 각오까지 한 상태였다.


마침내 정말 마음에 드는 물건을 찾았다. 그곳은 내가 이사 오기 전에 살았던 동네였다. 

노후화된 건물이 많은 동네지만, 역 근처에 이마트와 시장이 있어 장보기가 수월했고, 집에서 조금 걸어가면 산과 도서관도 있었다. 근처에는 즐겨 갔던 프랜차이즈도 많아 가끔 그리움이 밀려오는 곳이었다.

익숙한 동네이지만 퇴근 후 한 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에 인터넷으로 손품을 팔았다. 

위성 지도를 켜고 주변을 미리 탐색하며 로드뷰로 역에서 물건지까지 가보기도 했다. 주소를 입력하거나 건물 이름을 검색하면, 운 좋게도 이전에 인테리어 시공 중 찍힌 내부 사진이나 집 리뷰를 통해 방음과 층간 소음 같은 사항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대한 많은 정보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퇴근 후 예전 살던 동네를 걸어 다니니, 퇴근길에 꼭 마트에 들렀던 정들었던 날들이 떠올라 애틋한 마음이 들었다. 

생각보다 물건지가 역에서 멀다는 사실에 와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상 물건지에 도착하니, 괜히 거주자와 마주칠까 봐 심장이 쿵쾅거리고 긴장이 되었다. 

집에서 누군가 나와 "왜 함부로 들어오냐?"라고 따질 것 같은 기분에 지나가는 사람인 척 조심조심 외관만 훑어보고 나왔다.

그래도 사람들이 없는 틈을타서 전기계량기 찍어왔다

역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부동산에 들러볼지 고민했지만, '가진 게 없어 보이는 나한테 집에 대한 정보를 줄까?'라는 생각에 그저 돌아왔다. 


아쉬움이 많이 남은 첫 임장이었지만, 시도한 것 자체에 의미를 두며 앞으로는 꼭 부동산을 통해 물건이나 소유자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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