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치한약수 못 가도 괜찮다
('의치한약수'는 의대, 치대, 한의대, 약대, 수의대'를 포함한 메디컬 대학의 줄임말이다)
요즘 재수는 공부를 못해서 한다기보다 더 좋은 학교에 가기 위해서 한다.
상위권 아이들은 대부분 의치한약수를 목표로 공부한다. 부모님의 직업이 의사이거나 법조계 전문직, 대기업 임원 등 사회적으로 성공하신 분들이 많다.
하지만 자녀는 의외로 공부머리가 없는 경우도 가끔 있다. 메디컬을 가려면 최상위권 성적이 나와야 하는데 부모님만큼의 성적이 안 나와서 재수, 삼수, 사수, 오수까지 하는 경우를 봤다.
그들의 선택이라 말릴 수는 없지만 명문대가 아니면 안 가려고 하는, 의치한약수가 아니면 다른 곳은 생각도 안 하는 아이들이 많다.
하지만 누구나 사회적 기준에서 말하는 좋은 학교를 가고 좋은 직장을 가질 수 없다.
거기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해서 무능한 것이 아니다.
노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다.
내가 아는 분의 아드님은 사법고시를 오랫동안 준비하다가
결국 결혼해서 강남에 작은 카페를 낸 후 그 동네에서 유명한 카페 맛집으로 대박났다.
물론 공부도, 결혼도, 사업도 모두 부모님 돈으로 시작했다.
아버지는 의사 출신이셨는데 아들은 전혀 다른 길로 가서 성공했다.
사람은 각자 가진 능력이나 그릇, 운, 배경,
체력과 정신력이 다르다.
각자의 역량이 다르다.
그런데 그런 걸 갖추지 못한 아이들이
집안의 기대나 부모의 욕심으로
혹은 스스로 가혹하게 채찍질하며
몸과 마음에 병이 드는 모습을 본다
재수생활을 하며 스트레스로 인해
그 전에는 없던 우울, 불면증, 공황장애, 과호흡, 두통, 망상 등의
질환들이 나타난다.
드라마 '일타스캔들'에서 배우 김혜윤이 연기했던 수아처럼 말이다.
현실에도 수아들이 많다.
엄청나게 특출나지 않고
스스로 끝없이 채찍질하며 애쓰지않고
자신만의 페이스와 그릇으로
그냥 평범하게 살아도
충분히 가치있고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어쩌면 내가 듣고 싶은 말인지도 모르겠다.
그 정도로, 그만큼 했으면
"괜찮다."
© sharonmccutcheon, 출처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