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과 연애하는 사람 말고...
해외 생활을 하면서
언어 실력이 남들에 비해
급속도로 향상되는 예로
가장 많이 드는 것이
원어민과의 연애다
두 말 할 필요도 없이
연애하면 끊임없이 소통하고
궁금한 게 많으니 실력이 는다
그럼 연애를 하지 않고 외국어 실력이 급발전하는 순간은?
돈이나 생계가 걸려있을 때.
현지인과 싸워야 할 때다
돈많은 부자라면
이런 걸로 싸울 필요가 없겠지
손해봐도 상관없지
물론 친절한 사람도 많지만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호구 취급받고
부당한 대우를 받고
서비스가 지연되거나
돈을 떼이기 쉽다
공공기관도 마찬가지
해달라는 걸 누락하거나
실수하는 일이 많다
우리나라처럼 척척 하지 않는다
그러면 조리있고 논리적으로 따져서
내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
첨에는 뭣도 모르고 당하지만
그럴 땐 내 자아가 아닌
바보 어린이 수준이 된다
그러다 어느 시점에
언어에 자신감이 붙는 시점이 온다
그럴 때 머리를 쥐어짜서
온갖 어휘와 표현을 동원해서
컴플레인을 하고
주지 않으려는 돈을 받아내야 한다
11년 전 페루에서 살 때
현지 여자와 둘이 자취를 한 적 있다
일년 가까이 같이 친구처럼 잘 지내고
월세도 따박따박 잘 냈는데
막판에 보증금 준다는 소식없이
잠수를 탄 것이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스페인어로
장문의 이메일을 썼다
따지기보다는 남미 스타일에 맞게
감정에 기대어 진정성으로 호소했다
아주 길게 어쩌고저쩌고 하니
바로 전화가 왔다
습기로 인해 훼손된 화장실 문짝 수리비를
제외하고 보내주겠다고.
그러라고 했다.
처음부터 그럴 것이지
왜 안 주냐고 따지지는 않았다
알겠다고 고맙다고 하고 연을 끊었다
다행히 그집 이후로
좋은 인연을 만나
한 달 간은 넓은 집에
관리만 해주고 무료로 살았다
지금은 외국도 안 나가고
외국어로 따지거나
싸울 일이 없어서
외국어를 다 까먹고 있는 현실이다...